주장은 무단 이탈 논란인데…극적 결승골로 토트넘 잔류 시킨 '임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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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떠난 토트넘, 재난 속 극적 잔류

손흥민이 떠난 토트넘 홋스퍼가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가까스로 강등을 피했다. 같은 날 북런던 라이벌 아스날은 22년 만에 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토트넘 홋스퍼가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가까스로 강등을 피했다. / 토트넘 홋스퍼 인스타그램
토트넘 홋스퍼가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가까스로 강등을 피했다. / 토트넘 홋스퍼 인스타그램

토트넘은 25일(한국 시각)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026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최종전에서 에버턴을 1-0으로 꺾었다. 승점 41(10승 11무 17패)로 17위를 기록, 18위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승점 39)를 챔피언십(2부 리그)으로 밀어내고 1부 리그 잔류를 확정 지었다. 웨스트햄은 이날 리즈 유나이티드를 3-0으로 완파하고도 결과를 뒤집지 못한 채 14년 만의 강등이라는 쓴잔을 들이켰다.

토트넘에게 올 시즌은 재앙의 연속이었다. 작년 여름 손흥민이 미국프로축구(MLS) 로스앤젤레스FC로 떠난 이후 홈에서 단 3승에 그치는 등 극심한 부진을 거듭했다. 구단 역사상 가장 파란만장하고 처절했던 잔류 투쟁의 시기이자, 암흑기 끝에 간신히 회생의 발판을 마련한 시즌으로 총평할 수 있다.

시즌 전 대대적인 투자와 함께 야심 차게 출발했으나, 토마스 프랭크 감독 체제에서 전술적 한계를 드러내며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위기 수습을 위해 소방수로 투입된 이고르 투도르 감독마저 부임 직후 연패를 거듭하며 '2026년 무승'이라는 초유의 굴욕을 맛보았다.

팀은 91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며 프리미어리그(EPL) 출범 이후 최초로 강등 직전의 파국에 직면했다. 전반적인 수비진의 붕괴와 골키퍼 잔혹사, 공격진의 생산성 저하가 맞물리며 구단 역사상 가장 어두운 시기를 보냈다.

토트넘을 구해낸 데제르비

팀을 구한 것은 긴급 투입된 로베르토 데제르비 감독이었다. 부임 후 울버햄프턴, 애스턴 빌라 원정을 잇달아 승리로 이끈 데 이어 이날 에버턴전까지 잡아내며 잔류를 확정 지었다.

데 제르비는 이탈리아 국적의 축구 감독으로, 현대 축구에서 가장 전술적으로 혁신적이고 개성이 강한 지도자 중 한 명이다. 그는 4-3-3 포메이션을 주로 사용해 패스 축구를 지향한다. 후방 빌드업 시에는 의도적으로 상대의 압박을 유도한 뒤, 좁은 공간에서 정교한 패스 워크로 압박을 풀어낸다. 공격으로 이어갈 때에는 순식간에 전방으로 전환하기도 한다. 과거 사수올로와 샤흐타르 도네츠크를 거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브라이튼 & 호브 앨비언에서 구단 역사상 첫 유럽대항전 진출을 이끄는 등 지도력을 널리 인정받았다.

로베르토 데제르비 감독 / 토트넘 홋스퍼 인스타그램
로베르토 데제르비 감독 / 토트넘 홋스퍼 인스타그램

이후 올랭피크 드 마르세유를 거쳐 지난 3월, 강등 위기에 처하며 전례 없는 암흑기를 겪고 있던 토트넘 홋스퍼의 소방수로 긴급 부임했다. 소방수로 부임한 그는 시즌 막판 극적인 리더십과 전술적 대처로 팀을 빠르게 수습했고, 마침내 프리미어리그 잔류를 이뤄내며 소기점의 목적을 달성했다. 현재는 토트넘과 5년 장기 계약을 맺고 팀의 전면적인 재건과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경기 후 데제르비 감독은 "선수들의 경기력에 매우 기쁘고 감격스럽다"면서도 "다음 시즌에는 '톱, 톱, 톱' 팀을 만들어야 한다. 많은 선수를 바꿀 필요는 없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을 영입해야 한다"고 즉각적인 쇄신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 "지금이 오후 7시인데, 한두 시간 뒤인 8∼9시부터 곧바로 다음 시즌 구상에 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잔류가 두 시즌 연속 17위 턱걸이라는 사실은 위기가 완전히 가시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아슬아슬했던 경기, 임대 선수 팔리냐의 활약

경기 내용도 긴장감 넘쳤다. 전반 43분 미드필더 주앙 팔리냐가 선제골을 터뜨렸다. 헤더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오자 팔리냐 본인이 재차 밀어 넣은 장면이었다. 에버턴은 이후 좀처럼 공세를 가다듬지 못했지만, 경기 종료 직전 아찔한 순간이 찾아왔다. 후반 45분 에버턴 교체 멤버 타이리크 조지가 결정적인 슈팅을 날렸고, 골키퍼 안토닌 킨스키의 환상적인 선방만이 팀을 지켜냈다.

결승공의 주인공 주앙 팔리냐 / 토트넘 홋스퍼 인스타그램
결승공의 주인공 주앙 팔리냐 / 토트넘 홋스퍼 인스타그램

결승골을 넣은 주앙 팔리냐는 포르투갈 출신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어난 피지컬과 강력한 태클 능력을 바탕으로 중원 장악력이 매우 뛰어난 선수이다.

그는 포르투갈의 명문 스포르팅 CP에서 커리어를 본격적으로 쌓기 시작했다. 이후 2022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풀럼 FC로 이적한 뒤 리그 최정상급 볼 탈취 능력과 수비력을 증명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해당 성과를 바탕으로 2024년 여름 독일의 명문 바이에른 뮌헨으로 둥지를 옮겼으나, 빌드업 측면에서의 아쉬움과 주전 경쟁 등으로 인해 완벽히 자리를 잡지는 못했다. 이에 따라 현재는 토트넘 홋스퍼로 임대돼 활약하고 있다.

토트넘으로의 임대는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 시즌 내내 강등권 싸움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낸 토트넘에서 그는 묵묵히 궂은일을 도맡으며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또한 팀의 중원에서 핵심적인 수비 저지선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결정적인 순간마다 클러치 골을 터뜨리며 팀을 구해내는 활약을 여럿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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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주장은 논란

주장인 크리스티안 로메로는 팀이 강등 위기에 직면했던 시즌 최종전을 불과 이틀 앞두고 고국인 아르헨티나로 출국하려 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로메로는 부상으로 인해 마지막 경기에 출전할 수 없는 상태이기는 했으나, 주장으로서 끝까지 남아 팀을 응원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였다.

그럼에도 그는 사적인 이익(조기 휴가 및 국가대표팀 합류 준비 등)을 우선시했다는 점에서 주장단으로서의 책임감이 전혀 없다는 거센 질타를 받았다.

이 사건은 잔류 경쟁으로 극도의 긴장감이 흐르던 토트넘 선수단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으며, 로메로의 향후 거취 및 구단과의 관계에도 큰 오점을 남긴 치명적인 항명성 논란으로 기록됐다.

주장 크리스티안 로메로 / 토트넘 홋스퍼 인스타그램
주장 크리스티안 로메로 / 토트넘 홋스퍼 인스타그램
잔류 확정의 기쁨은 그러나 온전하지 않다. 최종전 당일 아스날이 22년 만에 EPL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아스날은 올 시즌 승점 85를 쌓아 맨체스터 시티(승점 78)를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2003-2004시즌 무패 우승 이후 처음이다. 3시즌 연속 준우승의 한을 이번에 풀어냈다. 같은 날 북런던 라이벌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장면을 지켜봐야 했던 토트넘 팬들에게 이날의 잔류가 마냥 반가울 수만은 없는 이유이다.

올 시즌 EPL은 웨스트햄과 함께 번리(19위), 울버햄프턴(20위)이 강등됐다. 특히 웨스트햄 강등이 더욱 뼈아픈 이유는 웨스트햄이 거둔 승점 39점이 역대 프리미어리그 강등 팀 중 손에 꼽힐 정도로 높은 점수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웨스트햄은 EPL 명문팀 중 하나이기에 팬들에게는 더욱 충격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