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소 앞에서 차선 바꾸지 마세요”…대한민국 고속도로에 도입된다는 '신기술'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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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기 없이 시속 100km로 요금소 통과…하이패스 대체할 4세대 기술 전국 확대 추진
대한민국 고속도로에 새로운 기술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바로 하이패스 단말기 없이도 시속 100km로 달리는 상태 그대로 요금소를 통과하면 통행료가 자동으로 결제되는 '스마트 톨링'이다. 차로를 찾을 필요도, 속도를 줄일 필요도 없다. 이 기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현재 어디서 운영 중인지, 통행료는 어떻게 내야 하는지 알아본다.

운전자 91%가 하이패스를 써도 요금소 정체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
현재 고속도로 통행료 납부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하이패스 차로와 현장수납 차로다.
하이패스 이용 차량은 전체의 약 91%에 달하지만, 하이패스 차로 역시 단말기 인식을 위해 시속 30~80km로 속도를 낮춰야 한다. 전용 차로가 따로 분리돼 있어 미리 차선을 변경해야 한다는 점도 불편 요소다.

현장수납 차량은 요금소 앞에서 완전히 멈춰 현금이나 카드를 내야 한다. 결국 하이패스가 있든 없든 요금소 앞에서는 누구나 속도를 줄여야 하고, 이 구간에서 발생하는 급감속과 차선 변경이 요금소 인근 정체와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스마트 톨링이 요금소에서 번호판을 인식하는 방법
스마트 톨링은 요금소 상단에 설치된 카메라와 라이다(LiDAR) 센서가 주행 중인 차량의 번호판을 실시간으로 읽어 통행료를 자동 부과하는 방식이다.
차량이 요금소 구간에 진입하면 레이저 감지기가 접근을 먼저 포착하고, 영상 인식 장치가 번호판을 읽은 뒤 차종 분류 장치가 승용차인지 화물차인지를 구분한다. 이 모든 과정이 차량이 달리는 동안 실시간으로 처리된다.

하이패스 단말기가 장착된 차량은 기존 무선통신 방식으로, 미장착 차량은 번호판 인식으로 각각 요금이 산정된다. 어느 쪽이든 운전자가 할 일은 없다. 차로 구분이 없으니 특정 차로를 찾을 필요가 없고, 감속할 이유도 없다. 요금소 구간이 일반 도로 구간과 다를 게 없어지는 셈이다.
영국, 노르웨이, 미국 등에서는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는 방식으로, 국내에서는 교통솔루션 기업 에스트래픽이 2016년 천안-논산고속도로에 처음 공급한 이후 기술 고도화가 이어지고 있다. 에스트래픽은 3D 고정형 라이다 센서 전문기업 에스오에스랩과 협업해 감지 및 인식 정확도를 높이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1세대 유인 수납, 2세대 TCS(1994년), 3세대 하이패스(2007년)에 이어 4세대 통행료 징수 시스템으로 분류된다.
스마트 톨링 시범 운영이 진행된 9개 요금소
스마트 톨링 시범 사업은 2024년 5월 28일부터 경부선 대왕판교, 남해선 서영암·강진무위사·장흥·보성·벌교·고흥·남순천·순천만 등 총 9개 요금소에서 1년간 진행됐다. 해당 구간에서는 하이패스 단말기가 없는 차량도 하이패스 차로를 무정차로 이용할 수 있었으며, 기존 하이패스 차로와 현장납부 차로는 병행 운영됐다.
지난해 5월 시범운영이 종료됐으나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는 전국 확대 여부를 아직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 하이패스 장비가 노후화된 부산울산간고속도로, 서울춘천간고속도로 등을 중심으로 단계적 확대가 검토되고 있으며, 올해 관련 사업 예산은 약 200억 원 규모로 알려졌다.
요금소 완전 무인화에 대해서는 현재 정규직으로 고용된 6700여 명의 요금소 직원 직무 전환 문제가 걸려 있어 신중론이 제기된다. 일부 화물차 운전자를 중심으로 요금 인식 정확도와 시스템 적응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기술 도입과 함께 사회적 합의 과정도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마트 톨링 통행료를 내는 두 가지 방법
납부 방식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신용카드 사전등록 방식이다. 한국도로공사 통행료 앱 또는 누리집에서 차량 번호와 신용카드를 미리 등록하면 요금소 통과 즉시 자동 결제된다. 등록 가능한 카드는 현대·하나·신한·농협·국민·BC·삼성·롯데카드다.
한 번만 등록해두면 이후 해당 구간을 지날 때마다 별도 조작 없이 처리된다. 부산 광안대교의 경우 사전등록 이용자에게 통행료 100원을 할인해주는 제도도 운영 중이다.
두 번째는 자진납부 방식이다. 사전 등록 없이 통과한 경우 운행일로부터 15일 이내에 통행료 앱·누리집·콜센터(1588-2504)·전국 요금소에서 납부하면 된다.
15일이 지나면 미납으로 처리되고 우편 또는 문자로 고지서가 발송된다. 미납을 방치하면 가산금이 누적돼 최종적으로 원래 통행료의 최대 10배까지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주소 변경 등으로 고지서를 받지 못했더라도 미납 처리는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스마트 톨링이 넘어야 할 기술적·제도적 문제
스마트 톨링이 전국 인프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기술적 과제와 제도적 과제가 함께 해결되어야 한다. 기술 측면에서 가장 시급한 건 인식 정확도다. 번호판이 오염됐거나 폭우·폭설·짙은 안개 등 기상 악화 상황에서는 카메라와 라이다 센서의 인식률이 떨어질 수 있다.
요금 오부과나 미인식이 발생하면 운전자 입장에서는 억울한 과태료를 받거나 납부 여부를 직접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현재 에스트래픽과 에스오에스랩이 협업해 인식 정확도를 높이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전국 확대 이전에 폭우·폭설·야간 등 열악한 기상 조건에서도 오류 없이 작동하는 안정성이 먼저 확보되어야 한다.

제도 측면에서는 미납 차량 처리 문제가 있다. 기존 하이패스는 단말기에 잔액이 부족하면 그 자리에서 인식이 안 되지만, 스마트 톨링은 번호판만 찍히고 요금은 나중에 청구되는 구조다.
사전 등록을 하지 않은 차량이 15일 내에 자진납부하지 않으면 미납 고지서를 우편으로 발송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드는 행정 비용이 적지 않다. 주소 불일치나 고지서 미수령으로 인한 장기 미납 차량이 늘어날 경우 강제 징수를 위한 법적 근거도 더 촘촘하게 정비되어야 한다.
요금소 인력 문제도 빠뜨릴 수 없다. 현재 한국도로공사 산하 요금소에는 정규직 직원 67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완전 무인화가 현실화되면 이들의 직무 전환이 불가피한데, 구체적인 전환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술만 앞서 나가면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스마트 톨링의 전면 도입 속도가 기술 완성도뿐 아니라 이 문제의 해결 속도에도 달려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