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통에 3만원인데 주스는 3000원?… 카페 수박주스가 유독 저렴한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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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 원 수박, 3000원 주스의 비밀
고물가 흐름 속에 때 이른 폭염까지 찾아오면서 여름 대표 과일인 수박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중이다.

이른 더위에 수박을 찾는 수요가 급증한 데다 참외와 오렌지 등 다른 대체 과일들의 출하량이 줄어들며 수요가 쏠린 탓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조사 결과를 보면 현재 수박 한 통의 평균 소매가격은 29243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가격인 23455원과 비교해 24.7%나 뛰었다. 이달 초에는 일부 지역에서 30400원까지 치솟으며 3만 원 선을 넘기기도 했다. 보통 수요가 정점에 달하는 7월이나 8월 성수기에나 볼 수 있는 높은 가격대가 올해는 5월부터 형성된 셈이다.
이처럼 금수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원물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동네 편의점이나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에서는 여전히 한 잔에 3000원에서 4000원 안팎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시원한 수박주스를 마실 수 있다. 수박 한 통 값도 안 되는 돈으로 생과일주스를 파는 카페들의 마진 구조에 많은 소비자가 의문을 품는 이유다. 여기에는 카페업계만의 영리하고 체계적인 원가 절감 비밀이 숨어 있다.
생과일 유통의 맹점 뚫었다… '못난이 과일'과 '전처리 냉동 수박'
카페에서 파는 저렴한 수박주스의 첫 번째 비밀은 바로 비상품성 원물인 이른바 '못난이 수박(파과)'의 활용에 있다. 대형마트나 과일가게에서 파는 수박은 크기가 일정하고 겉면에 흠집이 없으며 줄무늬가 선명한 최상품들이다. 반면 모양이 약간 찌그러졌거나 겉면에 작은 상처가 있어 상품성이 떨어지는 수박들은 맛과 당도가 최상품과 똑같은데도 도매시장에서 절반 이하의 싼값에 거래된다. 카페업계는 이처럼 외관 때문에 선택받지 못한 수박들을 대량으로 매입해 주스용 원물로 사용함으로써 원재료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춘다.
여기에 더해 전처리 유통 시스템도 한몫을 한다. 대형 프랜차이즈의 경우 매장에서 직원이 직접 무겁고 부피가 큰 수박을 통째로 잘라 껍질을 버리는 가공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대신 성수기 직전에 산지나 전문 가공 공장에서 수박의 껍질을 모두 제거하고 알맹이만 사각형 모양으로 썰어 급속 냉동한 '전처리 냉동 수박'을 드럼 단위나 대용량 봉지 형태로 납품받는다. 이는 매장 내 노동력과 시간,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을 줄여줄 뿐 아니라 원물이 가장 저렴한 시기에 대량 구매해 얼려두기 때문에 폭등하는 수박 시세의 영향을 받지 않는 방어벽이 된다.
맛과 색감의 균형을 잡는 '시크릿 베이스'
소비자들은 100% 생과일만 갈아 넣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는 결정적인 비밀은 생과일과 전용 베이스(시럽 또는 퓨레)의 황금 비율 배합에 있다. 수박은 수분 함량이 92%에 달해 단순히 원물만 갈 경우 맹맹한 맛이 나거나 시간이 지나면 층이 분리돼 비주얼이 나빠진다. 또한 수박마다 당도가 일정하지 않아 매번 똑같은 맛을 내기 어렵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카페들은 수박 원물을 일정량 넣는 대신, 수박 농축액과 액상과당, 수박 향을 배합해 만든 '수박 베이스'나 시럽을 함께 섞는다. 이 시크릿 베이스는 적은 양의 생과일로도 짙은 붉은색의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얼음이 녹아도 마지막 한 입까지 달콤한 맛이 유지되도록 중심을 잡아준다. 결과적으로 수박 한 통에서 나올 수 있는 주스의 양을 수배로 늘려주어 잔당 원가를 대폭 낮추는 핵심 열쇠가 된다.
선제적 계약 재배로 원가 상승 방어하는 프랜차이즈들
이러한 유통 기술과 더불어 일찌감치 대량의 산지 물량을 선점하는 대기업의 구매력도 가격 방어의 요인이다. 백종원 대표가 이끄는 더본코리아의 빽다방은 올해 함안, 의령, 음성, 고창, 봉화, 양구 등 전국 6개 주요 산지 농가와 성수기 전부터 사전 계약을 맺어 물량을 선점했다. 이디야커피 역시 제품 기획 단계부터 여러 협력업체와 공급 일정을 조율해 작황 변동에 따른 가격 타격을 최소화했다.

또한 투썸플레이스는 지난해 여름에만 190만 잔이 팔려나간 히트 상품인 생 수박 주스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다변화된 산지 채널을 가동 중이며, 컴포즈커피는 고유의 지역 특산물 연계 방식으로 '논산에서 온 수박 주스'를 내세워 마케팅과 원가 절감을 동시에 잡았다. 이 외에도 메가MGC커피, 더벤티 등이 일제히 조기 수박 음료 경쟁에 불을 붙인 상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다음 달 이후 수박 출하 지역이 남부 지방에서 강원과 충청 등 전국으로 넓어지면 공급 물량이 늘어나 가격이 차츰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본격적인 여름철 폭염이 변수로 남아 있어, 일시적인 수요 폭발에 따른 가격 변동 가능성에 대비해 카페업계의 보이지 않는 원가 수호 전쟁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