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람' 곁에 둬야…이동진 평론가도 강조한 건강한 인간관계 특징 '1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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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사람으로 도약하게 만드는 관계
인간관계는 나이를 먹어도 쉬워지지 않는다. 사회생활을 수십 년 해온 중장년도, 막 세상에 발을 내디딘 청년도, 그 고민의 깊이는 다를지언정 '어떤 관계가 좋은 관계인가'라는 질문 앞에서는 누구나 잠시 멈추게 된다. 이때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과거 유튜브에서 내놓은 한마디가 조용히 회자되고 있다. 오래된 발언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꾸준히 꺼내 드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인간관계의 본질을 꿰뚫는 말은 시간이 지나도 빛이 바래지 않기 때문이다.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느끼게 해주는 관계"…이동진의 조언
지난해 10월, 유튜브 채널 'B tv 이동진의 파이아키아'에서 이동진 평론가는 건강한 인간관계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SK브로드밴드 현호준 매니저가 "건강한 인간 관계라는 게 어떤 거냐"고 묻자 이 평론가는 이렇게 답했다.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관계. 나를 조금 더 좋은 사람으로 도약하게 만드는 관계가 아닐까 싶다."
단순하지만 쉽게 지나치기 어려운 말이다. 이동진 평론가는 자신이 기르는 고양이를 예로 들며 이 생각을 구체적으로 풀어냈다. 그는 "고양이 두 마리를 기르고 있다. 고양이랑 같이 있을 때 내가 굉장히 좋은 사람처럼 느껴진다. '선하구나' '측은지심도 있고 열린 눈으로 세상을 대하는구나'라는 느낌을 받는다. 그렇다면 고양이와의 관계는 너무 좋은 관계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람 간의 관계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말했다. 자주 만나고 친하게 지내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을 만나고 나면 오히려 자신이 부정적으로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이 평론가는 "고양이를 예로 들었는데, 사람도 얘기하면 어떤 사람을 딱 보면 그 사람하고 너무 친하다. 자주 만난다. 근데 이 사람만 만나면 티격태격하고 세게 요구하기도 하고 지나고 나면 '내가 왜 저 사람한테 저렇게 못되게 굴지' 혹은 '이 사람 만날 때 왜 나 스스로가 별로 좋은 사람 같지가 않지' 이런 관계도 많다"고 말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고 했다. 자주 보지 않고, 특별히 친밀한 사이도 아닌데 그 사람을 만나면 왠지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고, 말 한마디 한마디에 스스로 만족감을 느끼는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 평론가는 "별로 안 친하고, 자주 안 보는 관계인데도 불구하고 그 사람을 만나면 만족감이 크고, 그 사람을 만나서 하는 나의 행동과 말이 스스로 상대적으로 만족스러운"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평론가는 이처럼 스스로를 더 긍정적으로 나아가게 하는 관계가 건강한 관계라고 정리했다. 거창한 이론이 아니라, 만남 후에 스스로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각에 귀 기울이면 관계의 건강함에 대해 체감할 수 있는 것이다.
이동진은 누구인가

이동진 평론가는 1968년 강원도 정선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종교학과를 졸업한 후 1993년 조선일보에 입사해 문화부 기자로 활동했다. 이후 2007년 조선일보를 떠나 영화평론가의 길을 걸어온 그는, 현재 국내에서 가장 대중적인 신뢰를 받는 평론가 중 한 명이 됐다.
이 평론가는 단순히 영화를 보고 좋고 나쁨을 따지는 평론가가 아니라는 평을 얻는다. 그는 영화를 통해 인간의 내면, 관계, 삶의 본질을 읽어내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TV와 팟캐스트 등을 넘나들며 대중과 직접 소통해 왔고, 영화라는 렌즈로 삶의 이야기를 건네는 방식은 수많은 독자와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SK브로드밴드와 함께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B tv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역시 누적 구독자 83만 명을 돌파하며 성공적인 유튜브 채널로 자리 잡았다. 국내 영화배우 송강호, 이정재, 하정우와 박찬욱 감독은 물론 아바타를 연출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까지 게스트로 출연했을 만큼 단순한 영화 채널을 넘어 하나의 문화적 공간이 됐다.
이동진은 영화만이 아니라 독서와 삶의 방식 등에 대한 이야기도 꾸준히 이어왔다. 이에 이동진이라는 이름은 '영화'라는 경계를 넘어, 인문학적 사유와 삶의 태도를 이야기하는 목소리로 자리매김했다. 인간관계에 대한 그의 발언이 단순한 조언이 아니라 깊은 공명을 일으키는 이유도 여기 있겠다.
중장년에게 더 깊이 와닿는 이유

인간관계에 대한 이같은 이야기는 특히 40대 이후의 중장년에게 더 날카롭게 꽂힌다. 젊을 때는 관계의 양이 곧 힘이었다. 아는 사람이 많을수록, 자리에 불려 다닐수록 사회적으로 살아있다는 확인이 됐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 셈법이 조용히 바뀐다. 만남이 잦아도 자꾸 지치는 관계가 있고,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사람인데 만나고 나면 왠지 기운이 차오르는 관계가 있다.
이윽고 깨닫게 된다. 진짜 스스로를 편하게 해주는 사람 몇 명이 수백 명의 아는 사람보다 훨씬 값지다는 것을 말이다. 이때 '편함'이란 단순히 어색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자신 본연의 모습이 괜찮은 사람처럼 느껴지는 감각에 가깝다.
대개 관계를 정리하고 싶어도 쉽게 끊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오래됐다'는 이유, 혹은 '자주 본다'는 이유다. 그러나 이 평론가의 말에 환기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오래됐거나 자주 보는 관계가 반드시 좋은 관계는 아니라는 것. 만남의 빈도와 관계의 건강함은 별개의 이야기라는 사실이다.
이제 인간관계로 고민이 들 때 스스로에게 한 가지를 물어보자. "이 사람을 만나고 나서 자신이 어떤 사람처럼 느껴지는가?" 바로 이 질문이다.
질문에 대한 답이 긍정적이라면 그 관계는 충분히 소중하게 여길 이유가 있다. 반대라면, 관계의 방식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신호다. 이 감각적 점검은 수많은 관계론과 자기계발서가 말하는 처방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즉각적인 기준이 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