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직 앞두고...” 서소문 사망자, 생일 전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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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의 깊은 슬픔...지인들은 차마 위로조차 건네지 못해
서울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 붕괴 사고로 숨진 희생자들의 빈소에는 믿기 힘든 사고를 받아들이지 못한 유가족과 지인들의 깊은 슬픔이 이어졌다.
27일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는 전날 사고로 숨진 현장관리소장 고 이 모 씨의 빈소가 마련됐다. 고인은 평생 건설 현장을 지키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온 가장이었다.
고인의 매형 배준행 씨는 “오늘이 생일인데 이런 일을 당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쉬지도 못하고 어려운 현장만 계속 다녔다. 이번 현장만 마무리하면 정년퇴직하려고 했는데 결국 이렇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유족들에 따르면 고인은 어린 시절 부모를 일찍 여읜 뒤 삼형제의 가장 역할을 맡아 살아왔고, 결혼 이후에는 세 자녀를 위해 현장을 전전하며 일해왔다. 특히 자녀 교육을 위해 떨어져 지내는 ‘기러기 아빠’ 생활도 오랜 기간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불과 며칠 전에도 고인과 통화했다는 배 씨는 “큰 공사라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었다”며 “현장 정리가 되면 만나자고 했는데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외사촌 형 김 모 씨 역시 “성실함 하나로 현장관리소장 자리까지 오른 사람”이라며 “이런 사고를 당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도 또 다른 희생자의 빈소가 차려졌다. 이곳 빈소의 주인은 국내 구조물 안전 분야 전문가로 알려진 50대 남성 이 모 씨였다. 그는 사고 당시 서울시 관계자 및 현장 관계자들과 함께 고가 철거 관련 안전 점검을 진행하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빈소가 완전히 마련되기도 전부터 조문객들이 찾아왔고, 유족과 가까운 지인들은 충격 속에 빈소를 지켰다. 한 지인은 “유가족들이 너무 큰 충격을 받아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지금은 장례를 치르는 것조차 버거워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어떻게 이런 사고가 발생했는지 정확한 원인이 밝혀져야 한다”며 “현장 운영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조사기관이 철저히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빈소 대기실 모니터에는 고인의 영정 사진이 띄워졌고, 유족들은 눈물을 삼키며 조문객들을 맞았다. 현장에는 정치권 인사들의 조문 발걸음도 이어졌다.
사고는 지난 26일 오후 2시 33분쯤 서울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발생했다. 철거 작업 중 상판 구조물이 갑자기 붕괴하면서 현장에 있던 감리단장과 현장관리소장, 외부 전문가 등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수사기관은 사고 원인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광역수사대장을 중심으로 약 50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꾸렸으며,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역시 중대재해 사건 전담 검사와 수사관들로 별도 수사팀을 구성해 조사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