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장부터 찍지 마세요…요즘 5060 부부가 '황혼이혼' 대신 택한다는 전략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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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상속·건강보험료, 이혼 전 반드시 따져야 할 것들

혼인 30년 이상 부부의 이혼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전체 이혼의 1위를 차지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5년 혼인 지속기간이 30년 이상인 이혼 비중이 전체의 17.7%로, 5~9년 구간(17.3%)을 처음으로 제쳤다. 남녀 모두 60세 이상인 이혼은 1만 3743건으로 1990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은 수준이며, 전체 이혼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5.6%로 역대 최대치다.

5060 부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 위키트리
5060 부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 위키트리

수십 년을 참고 살아온 부부들이 결국 법원으로 향하는 일이 늘었지만, 실제로는 그 문 앞에서 멈춰 선 부부들이 훨씬 더 많다. 이혼이 두려워서가 아니다. 따져보면 이혼이 훨씬 손해라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30년 치 연금이 반으로 쪼개지고, 아파트는 팔아야 하며, 혼자 감당해야 할 건강보험료까지 새로 생긴다. 2026년 현재 50·60대 부부들 사이에서 이혼 대신 조용히 퍼지고 있는 선택지 세 가지를 짚는다.

3위. 연금·상속은 그대로, 간섭은 없애는 '졸혼'

졸혼(卒婚)은 법적 혼인은 유지하면서 부부로서의 의무적인 동거와 간섭을 내려놓는 방식이다. 결혼을 '졸업'한다는 뜻으로, 일본에서 먼저 확산된 후 한국의 5060 세대 사이에서도 빠르게 현실적인 대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5060부부가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 위키트리
5060부부가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 위키트리

졸혼의 가장 큰 실익은 법적 권리가 그대로 살아 있다는 점이다. 이혼하는 순간 가장 먼저 손실이 발생하는 곳이 국민연금이다. 이혼 후 혼인 기간 5년 이상을 충족한 배우자는 분할연금 제도에 따라 상대방 노령연금의 혼인 기간 해당분 절반을 가져갈 수 있다.

30년을 함께 산 부부라면 그 30년 치 연금이 정확히 반으로 나뉜다. 이혼 당시 재산분할에서 '연금은 청구하지 않겠다'고 합의를 해도 소용없다. 대법원은 분할연금 수급권은 합의로 포기할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상속도 마찬가지다. 법적 배우자는 직계비속 또는 직계존속과 함께 공동상속인이 되며, 자녀가 있는 경우 자녀 상속분의 1.5배를 받는다. 반면 사실혼 배우자는 상속인이 될 수 없다. 졸혼은 법적 관계를 건드리지 않기 때문에 이 모든 권리가 유지된다. 배우자가 먼저 세상을 떠나면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20년 이상인 경우 유족연금으로 사망자 노령연금의 60%를 받을 수 있다. 이혼했다면 단 한 푼도 받지 못한다.

졸혼이 실제로 작동하려면 두 가지가 전제돼야 한다. 첫째는 재산의 명확한 정리다. 졸혼 상태에서는 법적으로 여전히 부부이기 때문에 한쪽이 빚을 지면 상대방에게도 영향이 생길 수 있다. 각자의 부채 현황을 정리하고, 필요하다면 재산 명의를 분리해두는 과정이 먼저다.

둘째는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문서로 남기는 것이다. 구두 합의는 감정이 격해지는 순간 흔들린다. 졸혼을 선택한 부부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조언이 있다. "규칙을 정하고, 지켜라"는 것이다.

나쓰이 마코가 쓴 《졸혼을 권합니다》(부키)는 일본에서 졸혼 개념을 처음 대중화한 책이다. 나쓰이는 "졸혼이란 상대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한 사람의 독립된 인간으로 대하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2위. 각자 집, 각자 통장 – 'LAT(따로 또 같이)' 생활

LAT는 Living Apart Together의 줄임말이다. 법적으로는 부부 관계를 유지하면서 각자 독립된 거처를 갖고 사는 방식이다. 유럽에서는 이미 60대 이상 부부의 새로운 생활 형태로 자리 잡았다.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하지만, 은퇴 이후 각자의 생활 반경이 달라지는 시기에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로 주목받고 있다.

5060 부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 위키트리
5060 부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 위키트리

구체적인 형태는 다양하다. 남편은 서울 아파트에, 아내는 고향이나 귀촌한 지역에서 각자의 루틴을 유지하며 주말이나 명절에만 함께 시간을 보낸다. 또는 같은 아파트 단지 안에서 서로 다른 호실에 사는 경우도 있다. 거리가 아닌 '독립성'이 핵심이다.

LAT 생활은 이혼이 아니기 때문에 연금과 상속권이 그대로 유지된다. 특히 건강보험료 측면에서 이혼과 확연히 갈린다. 이혼 후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자격을 잃으면 지역가입자로 전환된다. 이 경우 소득·재산·자동차를 모두 합산해 보험료를 산정하기 때문에 기존 대비 2~3배 이상 보험료가 상승할 수 있다. 반면 법적 혼인 상태를 유지하면 배우자의 피부양자로 등재되는 것이 가능하다.

LAT 생활의 현실적인 장벽은 비용이다. 두 집 살림을 유지하려면 그만큼의 고정 지출이 생긴다. 도심 오피스텔 월세, 관리비, 공과금을 합하면 최소 월 50만~70만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그 때문에 LAT는 부부 각자가 어느 정도 독립적인 소득이나 자산을 갖고 있는 경우에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맞벌이로 각자 연금을 쌓아온 부부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보건복지부가 부부의 날(5월 21일)을 앞두고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2026년 5월 기준 국민연금 노령연금을 함께 받는 부부 수급자는 93만 853쌍으로, 전체 노령연금 수급자의 28.5%에 달한다. 2020년 42만 8000쌍에서 4년여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다만 현실은 냉정하다.

부부 합산 평균 연금액은 월 120만 원으로, 중고령자가 생각하는 부부 노후 최소생활비 월 216만 6000원의 55.4% 수준에 불과하다. 부부 수급자 10쌍 중 9쌍(약 89%)이 합산 월 200만 원을 넘지 못한다. LAT 생활을 선택하기 전에 연금액과 추가 주거비를 먼저 대조해봐야 하는 이유다.

사회학자 최샛별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저서 《한국 사회의 가족》(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에서 "한국에서 부부 관계의 만족도는 함께하는 시간의 길이보다, 각자가 얼마나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1위. 같은 집, 다른 삶 – '생활 분리' 계약

경제적으로 두 집 살림을 감당하기 어렵거나, 자산이 부동산에 묶여 있어 처분이 쉽지 않은 경우라면 한 집 안에서 각자의 영역을 명확히 나누는 '생활 분리'가 현실적인 1위 선택지가 된다. 이 방식이 1위인 이유는 가장 많은 5060 부부에게 실제로 적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부부가 대화를 나누는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 위키트리
부부가 대화를 나누는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 위키트리

생활 분리는 단순한 냉전 상태와 다르다. 명확한 원칙과 합의 위에 세워진 방식이다. 침실은 각자 따로 쓰고, 식사는 각자 해결하거나 분담 방식을 정해둔다. 가사 노동도 구역을 나누어 책임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묻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상대의 외출 시간, 지인 관계, 취미 활동에 끼어들지 않는다. 집을 공유하는 대신 삶은 공유하지 않는 것이다.

이 방식이 갖는 실질적 이점은 세 가지다. 첫째, 주거 자산을 지킨다. 이혼하면 아파트를 팔거나 한쪽이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 서울·수도권 기준으로 아파트 한 채를 반으로 나누면 두 사람 모두 제대로 된 주거지를 확보하기 어렵다. 생활 분리는 이 손실을 막는다.

둘째, 건강보험료 부담이 유지된다. 이혼 후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면 재산보험료가 새로 부과된다. 지역가입자의 재산보험료부과점수당 금액은 211.5원으로, 재산 규모에 따라 보험료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셋째, 혼자 쓰러졌을 때, 병원에서 보호자가 필요할 때, 옆방에 누군가 숨 쉬고 있다는 사실 하나가 의외로 큰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대화가 없어도, 같은 지붕 아래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노후의 고독감은 다른 무게를 갖는다.

생활 분리가 성공하려면 감정 정리가 선행돼야 한다. 서운함을 보상받으려는 마음, 상대를 바꾸려는 시도, 과거를 꺼내 따지는 대화가 이 방식을 망가뜨리는 주요 원인이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저서 《오은영의 화해》에서 "관계에서 가장 오래가는 상처는 말로 해결하려 했지만 결국 해결되지 않은 것들"이라고 밝혔다. 생활 분리는 그 대화 자체를 줄이는 방식이다.

이혼이 자유인지, 숫자가 자유인지

황혼이혼을 결심하기 전, 따져야 할 항목들이 있다. 이혼 후 연금은 얼마나 줄어드는지, 건강보험료는 얼마나 오르는지, 주거 자산은 어떻게 정리되는지. 서울시가 통계청 인구총조사와 인구동향조사 등 국가승인통계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서울의 이혼 평균 연령이 처음으로 50대에 진입했다.

1인가구는 약 166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39.9%를 차지해 가장 보편적인 가구 형태로 자리 잡았다. 황혼이혼과 1인가구 증가는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혼자 사는 삶이 선택이 될 수도 있지만, 계획 없이 맞이한 고령 1인가구는 경제적 압박과 고립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안긴다.

부부가 서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 위키트리
부부가 서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 위키트리

졸혼, LAT, 생활 분리를 선택한 부부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이 있다. "이혼할 용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계산해봤더니 이쪽이 훨씬 남는 장사였다"는 것이다. 감정이 아닌 숫자로 접근했을 때, 황혼이혼이 해방이 아니라 손실이 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30년간의 폭력이나 착취를 청산해야 할 이유가 분명한 부부라면,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이혼이 맞는 선택이다. 결국 황혼의 문 앞에서 어느 길을 고를지는, 지난 30년을 어떻게 살아왔느냐가 이미 답을 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