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아래 이런 집이…'건축탐구 집'이 찾아간 오유경의 인생 3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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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선으로 감싼 평창동 집부터 땅속에 묻힌 치유의 공간까지

집은 단순히 사는 공간일까, 아니면 인생의 방향을 다시 정하는 장소일까.

EBS1 ‘건축탐구 집’은 6월 2일 방송되는 ‘김호민과 박현근이 집의 의미를 두고 싸우고 있다’ 편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삶을 품은 두 집을 찾아간다. 서울 평창동 북한산 자락 아래 자리한 방송인 오유경 씨의 집과 강원도 원주 산세 속에 파묻힌 치유의 집이다.

첫 번째 집은 방송인 오유경 씨와 미생물학자 천종식 교수의 집이다. 서울 평창동, 북한산 자락 아래 자리한 이 집은 채마다 역할이 다르다. 외관은 부드러운 곡선과 날카로운 삼각형이 맞물린 형태다. 멀리서 보면 조형물처럼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방송국을 떠난 뒤 새 삶을 준비하는 오유경 씨의 시간이 차곡차곡 담겨 있다.

EBS1 ‘건축탐구 집’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EBS1 ‘건축탐구 집’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공영방송의 간판 진행자로 오랜 시간 일 중심의 삶을 살아온 오유경 씨는 방송국을 떠난 뒤 비로소 자신이 원하는 삶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포근하게 안아주는 듯한 평창동 전경에 마음을 빼앗겼고, 이곳에 인생 3막의 닻을 내리기로 했다.

집은 현관부터 독특하다. 현관에서 집 입구까지 이어지는 길은 골목형 동선으로 구성됐다. 바깥에서의 나를 정리하고 안으로 들어가는 심리적 전환 장치다. 단순한 진입로가 아니라 하루의 속도를 늦추고, 집 안의 시간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하는 장면이다.

내부로 들어서면 오픈 주방과 단차를 둔 거실이 펼쳐진다.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은 곡선이다. 창도, 벽도, 동선도 부드럽게 이어진다. 직선으로 반듯하게 나뉜 공간이 아니라 몸의 움직임을 따라 흐르는 듯한 구조다. 다만 곡선이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둥근 벽 때문에 가구 배치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부는 이 문제를 맞춤 가구로 풀었다. 둥근 벽을 따라 책장을 제작하고, 소파도 공간에 맞게 재단하듯 만들었다. 덕분에 조형미는 살리고 실용성도 놓치지 않은 거실이 완성됐다. 보기 좋은 집이면서 실제로 살아가는 데 불편하지 않은 집을 만들기 위한 고민이 곳곳에 스며 있다.

EBS1 ‘건축탐구 집’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EBS1 ‘건축탐구 집’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곡선 벽을 따라 내려가면 1층 주거 공간이 이어진다. 부부와 자녀의 방은 각각 욕실이 결합된 마스터 룸 구조로 설계됐다. 독립된 생활 구역을 확보하기 위한 선택이다. 방송국에서 오랫동안 개인 방 없이 일해온 오유경 씨는 이 집에서 평생소원이었던 ‘나만의 사무실’을 갖게 됐다. 반면 남편 천종식 교수는 두 마스터 룸 사이 작은 방이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학창 시절 독서실을 닮은 아늑함이 오히려 마음에 든다는 이유에서다.

마당으로 나가면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남편의 로망이 담긴 게스트 동과 사계절의 색을 채우는 자연주의 정원이 눈길을 끈다. 부부는 퇴직 후 ‘나만의 방송을 만든다면 어떤 사람을 만날까’를 고민하던 중 뒤늦게 두 개의 필지를 확인했다. 더 넓고 전망 좋은 땅을 개인 공간으로만 쓰는 대신, 문화 공간으로 내어주기로 했다. 집이 사적 공간에 머물지 않고 사람들과 교류하는 장으로 확장된 셈이다.

EBS1 ‘건축탐구 집’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EBS1 ‘건축탐구 집’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두 번째 집은 강원도 원주에 있다. 푸른 산세가 포근하게 감싸 안은 마을, 멀리서 보면 집 전체가 땅속에 푹 박힌 듯한 독특한 형태다. 자연환경을 최대한 해치지 않고 기존 지형을 살린 이 집의 주인은 12년간 어린이집을 운영해 온 아내와 금융 분야에서 활동해 온 남편이다.

아내에게는 오래 품어온 꿈이 있었다. 발달 속도가 느린 아이들을 만나며 언젠가 자연을 교실 삼아 아이들의 오감을 키워주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남편 역시 자연 속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로망이 있었다. 두 사람의 꿈은 처음에는 서로 다른 방향처럼 보였지만 결론은 같았다. 서울을 떠나 자연으로 가자는 것이었다.

이 집은 크게 주거동과 아동 발달 센터, 두 채로 나뉜다. 겉에서 보면 하나의 옹벽처럼 이어져 있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각각 땅속에 묻힌 구조다. 건물이 자연보다 앞서 보이지 않도록 기존 지형을 그대로 살려 앉혔다. 노출 콘크리트와 흙, 숲이 맞닿아 조화를 이루고, 곡선형 외관은 마당을 감싸 안는 듯한 모습이다. 어떤 시선에서는 임산부의 실루엣처럼 보이기도 한다.

EBS1 ‘건축탐구 집’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EBS1 ‘건축탐구 집’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처음부터 이렇게 큰 땅을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 부부가 처음 생각한 땅은 500평이었다. 하지만 뒤편 임야가 맹지가 되는 상황에서 땅 주인이 함께 매입해 달라고 제안했고, 부부는 고민 끝에 대출까지 감수하며 2000평 규모의 땅을 품기로 했다. 일반적인 노후 재테크 공식대로라면 현금을 남기고 지출을 줄이는 편이 안정적이다. 그러나 금융 강의를 해온 남편은 오히려 다른 선택을 했다. 이 공간이 단순한 자산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장소가 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주거동에는 ‘바람골’이라 부르는 틈새 공간이 있다. 바람이 강하게 통과하는 이 공간은 자연의 흐름을 집 안으로 끌어들이는 장치다. 내부에는 사계절 자연을 담는 12m 길이의 거실 통창이 자리한다. 창밖 풍경은 액자처럼 고정된 그림이 아니라 계절과 날씨에 따라 매일 달라지는 장면이 된다.

이 집은 화려한 편의보다 삶의 태도에 초점을 둔다. 최소한의 편의를 갖추되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감각을 살렸다. 거실부터 침실, 서재, 주차장까지 모든 동선은 바람이 흐르듯 순환 구조로 이어진다. 여기에 사계절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지열 냉난방을 적용해 에너지 효율까지 높였다.

아내가 꿈꿔온 아동 발달 센터는 이 집의 또 다른 중심이다.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몸을 움직이고, 바람과 빛, 흙과 식물을 느끼며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이다. 집은 부부의 노후를 위한 쉼터이자, 아이들의 마음을 보듬는 치유의 장소가 됐다.

이번 방송에서는 ‘건축탐구 집’ 7년 역사상 처음으로 집의 의미를 두고 벌어지는 두 프리젠터의 대결도 펼쳐진다. 김호민 소장과 박현근 소장은 서로 다른 시선으로 두 집을 바라보며, 집이 개인의 취향을 담는 공간인지, 사회적 가치를 확장하는 그릇인지 질문을 던진다.

EBS1 ‘건축탐구 집’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EBS1 ‘건축탐구 집’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곡선으로 인생 3막을 감싼 평창동 집과 땅속에 몸을 낮춘 원주의 치유 공간. 두 집은 전혀 다른 형태를 하고 있지만, 결국 같은 질문을 향한다. 좋은 집이란 무엇이며, 집은 사람의 삶을 어디까지 바꿀 수 있을까.

EBS1 ‘건축탐구 집 - 김호민과 박현근이 집의 의미를 두고 싸우고 있다’는 6월 2일 오후 9시 55분 방송된다. EBS2에서는 6월 3일 오후 6시 30분 확인할 수 있다.

※ 해당 글은 아무 대가 없이 작성됐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