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이날...? 법정 공휴일인 '선거일'에 수학여행 떠난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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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교육적 적절성 논란
전남 순천의 한 중학교가 6·3 지방선거일에 전교생을 대상으로 수학여행과 수련회를 진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선거일은 법정 공휴일로 지정돼 있으며 국민의 참정권 행사를 보장하기 위한 날이라는 점에서, 학교가 이날 대규모 체험학습 일정을 운영한 것이 적절했는지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3일 교육계에 따르면 순천의 한 중학교는 이날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전 학년을 대상으로 학교 밖 체험활동을 진행했다. 2학년 학생들은 서울로 2박 3일 일정의 수학여행을 떠났고, 1학년과 3학년 학생들은 각각 남해와 보성에서 수련회에 참가했다.

전체 학생 수는 605명이며, 행사 인솔을 위해 교사 40여 명도 동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상 학교 구성원 대부분이 외부 일정에 참여한 셈이다.
논란은 이날이 지방선거 본투표일이었다는 점에서 시작됐다. 지방선거일은 단순한 휴일이 아니라 국민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국가가 보장한 법정 공휴일이다. 특히 학교는 민주주의와 시민교육을 담당하는 교육기관이라는 점에서 선거일의 의미를 학생들에게 알릴 책임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학부모들은 선거일에 대규모 학사 일정을 배치한 것은 신중하지 못한 결정이었다고 지적했다.
한 학부모는 "선거일은 쉬는 날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날"이라며 "학생들이 직접 투표할 수 있는 나이는 아니더라도 선거의 의미를 배우는 계기가 될 수 있는데, 학교가 그 취지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왔다. 전남도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선거는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절차"라며 "학생들이 선거와 참정권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날인데, 그런 교육적 의미를 충분히 살리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학교 측은 해당 일정이 올해 갑자기 결정된 것이 아니라 지난해부터 추진된 계획이었다고 설명했다.
학교 측에 따르면 지난해 차기 학사일정을 준비하면서 여행사와 숙박시설 등에 대한 가계약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방선거일과 일정이 겹친 사실을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이후 해당 일정은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됐고, 교육청에도 보고된 상태였다는 것이다.
학교 측은 또 교직원들의 참정권 보장을 위해 사전투표 참여를 적극 안내했다고 밝혔다.
해당 학교 교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선거일에 학교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형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이미 확정된 일정이었고 여러 계약 관계와 준비 상황 등을 고려해 변경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순천교육지원청 역시 법령 위반 여부와는 별개로 적절성 문제는 있다고 보고 있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사 일정 편성은 기본적으로 학교장의 권한"이라면서도 "법정 공휴일에 전교생이 참여하는 행사를 운영한 부분은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에는 비슷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학교들과 협의하고 안내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은 과연 선거일에 학교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여부다.
현행 초·중등교육법과 관련 법령에는 선거일에 수학여행이나 수련회를 반드시 금지한다는 규정은 없다. 따라서 법률적으로만 보면 학교가 선거일에 체험학습 일정을 운영했다고 해서 곧바로 위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지방선거일은 공직선거법에 따라 정해진 선거일이며, 대통령선거·국회의원선거·지방선거 등의 본투표일은 임시공휴일 또는 법정 공휴일로 운영된다. 이는 국민이 투표에 참여할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특히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공간을 넘어 민주 시민을 양성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교육과정에도 민주주의와 시민의 권리, 선거 제도, 지방자치 등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런 이유로 교육계에서는 선거일을 학생들에게 민주주의의 가치를 설명하고 사회 참여의 중요성을 알리는 교육적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물론 이번 사례의 학생들은 대부분 중학생으로 직접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연령은 아니다. 대한민국 공직선거법상 선거권은 선거일 현재 만 18세 이상 국민에게 부여된다. 따라서 중학생들이 이번 지방선거에 직접 투표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부모와 함께 투표소를 방문하거나 선거 과정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 교육의 한 과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결국 이번 논란의 핵심은 법적 문제라기보다는 교육적 적절성에 대한 판단에 가깝다. 학교 측은 이미 확정된 일정을 변경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하고 있으며, 교육당국도 위법 사항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선거일이 갖는 상징성과 교육적 의미를 고려할 때 향후 학사일정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보다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례를 계기로 교육 현장에서 선거와 민주주의 교육의 중요성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이어질 전망이다. 학생들이 아직 투표권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미래의 유권자로 성장한다는 점에서 선거일이 지닌 의미를 체험하고 이해할 수 있는 교육적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