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박맹우, 보수 단일화 뿌리쳤다가 지갑까지 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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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비 보전 '0원'…박민식은 100% 돌려받아

여야 접전 지역에서 보수 단일화를 뿌리친 군소 후보들은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낙선은 물론 선거비용 한 푼도 건지지 못하는 결과로 돌아온 것이다. 가능성은 희박했더라도 자기 쪽으로 단일화가 이뤄졌다면 선거비용 보전을 받을 확률이 압도적이었다. 국민의힘 후보로 단일화됐더라도 향후 공천 등 정치적 보상을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완주를 고집한 끝에 그 모든 기회를 날려버렸다.
더불어민주당과 맞서 이기려면 보수 후보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여겨졌던 곳은 울산시장 선거와 경기 평택을·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였다.
평택을과 부산 북구갑에서는 보수 진영의 유의동 국민의힘 후보와 한동훈 무소속 후보가 각각 승리하며 후폭풍을 피했다. 반면 울산시장 선거에서는 김상욱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단일화 무산에 따른 책임 공방이 불가피해졌다.
울산에서 진보 진영 단일 후보인 김상욱 민주당 후보가 23만5294표(48.73%)를 얻어 김두겸 국민의힘 후보(26만7789표·45.74%)를 1만7505표 차로 눌렀다. 국민의힘 공천 배제에 반발해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한 박맹우 후보가 3만2363표(5.53%)를 가져갔다. 단순 산술로 김두겸, 박맹우 두 후보가 단일화했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표 차였다.
부산 북구갑에서는 무소속 한동훈 후보(3만5056표·42.96%)가 민주당 하정우 후보(3만3664표·41.26%)를 1392표 차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3위에 그친 국민의힘 박민식 후보(1만2866표·15.76%)와 단일화를 이뤘다면 훨씬 안정적인 승부가 됐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평택을에서는 유의동 국민의힘 후보가 3만3536표(34.83%)를 얻어 김용남 민주당 후보(2만7705표·28.77%),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2만6233표·27.24%)를 제치고 당선됐다. 유 후보의 단일화 호소를 끝내 거절한 황교안 자유와혁신 후보는 5966표(6.2%)에 그쳤다.
선거 기간 보수 진영 안팎에서는 황 후보가 결국 단일화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서정욱 변호사는 "이번 선거가 끝나면 보수 정치권 전체가 재편된다"며 "황 후보가 독자 출마해 4등 하는 것과 대의를 위해 사퇴해 조국·김용남 후보 당선을 저지하는 것은 몸값이 다르다"고 분석했었다. 당시 각종 여론조사에서 황 후보는 유의동·김용남·조국의 3강에 이은 4위를 달리고 있었다.
서 변호사는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지낸 황 후보가 평택을에 출마해 4등 하는 게 무슨 실익이 있겠나"며 "사퇴하면 보수 재편 과정에서 다시 역할이 올 수도 있다"고 단일화에 무게를 실었으나, 황 후보는 독자 출마를 고집했다.
공직선거법 제122조 2항에 따르면 득표율 15% 이상이거나 당선될 경우 선거비용을 전액 보전받고, 10% 이상이면 50%를 돌려받는다. 10% 미만이면 한 푼도 받지 못한다.
박맹우 울산시장 후보(5.53%)와 황교안 평택을 후보(6.2%)는 모두 이 기준에 미달해 선거비용을 한 푼도 건지지 못하게 됐다. 반면 부산 북구갑 박민식 후보는 15%를 넘겨 전액을 돌려받는다.
박맹우·황교안 후보는 자기 쪽으로 단일화가 이뤄졌다면 국민의힘 표를 상당 부분 흡수해 득표율 15%를 넘길 가능성이 컸고, 선거비용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국민의힘 후보로 단일화돼 후보직을 사퇴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선거비용을 보전받으려면 반드시 투표일까지 완주해 개표 결과가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투표일 전에 사퇴하면 후보 자격 자체가 상실되고, 득표율 기준을 적용할 근거가 없어진다. 따라서 박맹우·황교안 후보가 중도 사퇴했더라도 선거비용을 법적으로 보전받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단일화해 주는 대가로 선거비용을 뒤로 챙겨주겠다"는 약속이나 실제 금전 제공은 후보매수죄가 적용될 수 있다. 법이 워낙 촘촘한 탓에 정당 차원에서도 리스크를 감수하며 뒤로 돈을 대주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중도 사퇴한 후보의 선거비용은 고스란히 개인의 빚이 된다.
선거에 한 번 나오면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의 비용이 드는 만큼, 10% 미만의 득표율에 그친 후보들이 선거 후 파산 위기에 처하거나 오랫동안 빚에 시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당 차원에서 향후 공천 등 다른 방식으로 보상하는 관행은 있다. 법적 보전이 아닌 정치적 거래에 가까운 방식이다. 황교안 후보가 단일화를 거부한 이유 중 하나도 "사퇴해도 당에서 제대로 챙겨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불신이 깔려 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