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며 '해체'까지 들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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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언론, 투표용지 부족 사태 비판하며 "해체 수준 개혁" 촉구

6·3 지방선거에서 사상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하면서 주요 일간지들이 5일 자 사설을 통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중앙일보, 조선일보, 한국일보, 디지털타임스, 경향신문은 선관위의 총체적 기강 해이와 무능을 지적하며 "해체 수준의 개혁"을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서울·경기·인천 14~17개 투표소에서는 지방선거 당일인 3일 투표용지가 바닥나는 사태가 벌어졌다.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는 투표 마감시각이 오후 10시까지 연장됐지만 약 2000명 분의 표가 담긴 투표함은 4일에도 개표장으로 이송되지 못했다. 허철훈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선거 당일 밤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중앙일보는 '존재 이유 망각한 선관위의 참담한 선거 관리 실패'란 제목의 사설에서 "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용지를 제대로 준비하지 않는 바람에 결국 유권자 참정권이 침해되고, 투표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선거 관리에 납득하기 쉽지 않은 허점이 발생했다"며 선관위를 질타한 것을 소개한 중앙일보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후진국형 행정 착오는 총체적 기강 해이가 아니고선 설명되지 않는다"고 했다.

사설은 선관위가 1960년 3·15 부정선거 이후 출범한 이래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초법적 지위를 누려 왔지만 "소쿠리 투표 등 수많은 시비를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독립기관이란 이유로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은 채 감사원의 회계감사를 거부해 왔고 직무감찰도 회피해 왔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견제받지 않는 기관은 방만해지고 쉽게 썩기 마련이다. 이번 사태를 절대로 어물쩍 넘기지 말고 선관위 조직과 선거 관리 시스템을 전면 수술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조선일보는 '무능·부패 가족 회사 선관위, 수사받고 해체 수준 개혁을'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이번 사태를 "단순한 행정 실수나 착오가 아니다"라고 규정했다.
"선거법상 부정한 방법으로 선거의 자유를 방해한 자는 10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며 "투표용지를 부족하게 준비하면 국민의 참정권 행사를 방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선관위 측이 50% 인쇄를 결정했다면 엄정한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선관위가 10년간 291차례 진행한 경력직 공무원 채용 전부에서 비리나 규정 위반이 일어난 사실이 감사원 감사로 드러난 바 있다고 소개하며 "채용 비리 제보가 들어오면 '우리는 가족 회사'라며 묵살했다고 한다. 끼리끼리 자리를 세습하고 편의를 봐주며 세금을 나눠 먹었다. 마피아와 다를 게 없다"고 했다.
사설은 미국, 독일, 프랑스 등에 대규모 상설 선관위가 없다는 점을 들며 "한국에서도 지금 같은 선관위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조직이다. 해체 수준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결론 지었다.
한국일보 '국민 참정권 훼손한 선관위, 해체 수준으로 개혁해야'란 제목의 사설에서 "투표율이 낮을 것이라고 지레짐작하고 투표용지를 유권자의 50%만 준비한 것은 선관위가 존재 의의를 스스로 부정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오후 1시부터 투표용지 부족 얘기가 나왔음에도 대처하지 못한 것을 보면, 비상사태 대응 방안도 마련돼 있지 않다는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개표 진행 시각까지 투표가 이어지며 표심이 개표에 영향을 받았고, 투표용지를 기다리다 포기한 유권자가 몇 명인지는 파악조차 안 됐다고도 했다.
사설은 "인파 관리를 못 한 경찰관이 기소되고 안전 시설물을 점검하지 못한 공무원이 재판을 받는 것처럼, 선거 관리에 명백히 실패한 선관위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사법처리도 당연히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디지털타임스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선관위… 조직 해체 수준의 개혁 화급하다'란 제목의 사설에서 "선관위는 선거 당일 오후 용지가 모자라자 뒤늦게 다른 지역에서 투표용지를 지퍼백에 담아 수송하는 코미디 같은 모습까지 연출했다"고 전했다.
사설은 "이쯤 되면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코로나19 확진자들의 기표지를 플라스틱 소쿠리와 종이 상자에 담아 날랐던 '소쿠리 투표' 사태는 실수가 아니었던 것이 증명됐다"고 했다.
디지털타임스는 "헌법기관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 한번도 감사를 받아본 적 없이 무능과 타성을 키워온 결과가 결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참정권 침해 참사로 귀결된 것"이라며 "상시적인 감사원 직무감찰, 고위직 외부 수혈 및 외부 전문가 참여 확대, 채용·승진 전수 감시 등 조직 해체 수준의 개혁이 화급하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국민 참정권 침해한 선관위, 독립기관 자격 있나'란 제목의 사설로 "선관위의 정치적 중립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명제는 타당하다. 하지만 독립기관이라는 위상이 최악의 무능과 무책임까지 가려주는 방패가 될 순 없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선관위가 발표한 자체 진상규명위 구성에 대해서도 "이번에도 독립적 헌법기관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활용해 어물쩍 넘어가려는 속셈인가"라고 했다. 대안으로는 영국 사례를 제시하며 "영국 선관위 역시 정부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되지만, 2022년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선관위 활동에 대한 의회의 감시·조사 권한이 신설됐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독립적·한시적 특별조사기구를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