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기적의 로컬 디자인… 곡성군, ‘주민 주도형 공간 혁신’의 닻을 올리다
작성일
관내 104개 마을에 500만 원씩 전폭 지원, 단순한 환경 미화를 넘어 끈끈한 마을 공동체 회복의 신호탄 쏘아 올려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전라남도 곡성군이 지방 소멸의 거센 파고를 넘기 위해 가장 지역적이고 인간적인 해법을 꺼내 들었다.

점차 삭막해져 가는 농촌 마을에 따뜻한 활력을 불어넣고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스스로 가꾸는 '2026년 청정전남 으뜸마을 만들기 사업'이 올 6월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대장정에 돌입한 것이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지자체의 일방적인 예산 지원을 훌쩍 뛰어넘어, 주민들이 직접 머리를 맞대고 기획부터 실행까지 모든 과정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진정한 의미의 로컬 혁신 모델로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 관 주도 행정에서 탈피…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
과거 농촌 개발 사업의 가장 큰 맹점은 관청이 주도하여 일방적으로 예산을 하향식으로 내리꽂는 방식이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탁상행정식 접근은 당장의 외형적 변화는 빠르게 이끌어낼 수 있었지만,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애향심을 이끌어내지 못해 훌륭한 시설물이 금세 방치되거나 오히려 공동체의 결속력을 약화시키는 역효과를 낳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곡성군의 ‘으뜸마을 만들기 사업’은 근본적인 패러다임 자체를 완전히 뒤집었다.
군청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치열한 심사를 거쳐 으뜸마을로 최종 선정된 관내 104개 마을에는 각각 500만 원이라는 알토란 같은 사업비가 마중물로 지원된다. 여기서 가장 돋보이는 대목은 이 예산의 구체적인 사용처를 군청에서 임의로 정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을 주민들은 주기적으로 마을회관이나 정자에 모여 우리 마을에 지금 가장 시급하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토론하고 진단한다. 사업 계획의 수립부터 꼼꼼한 예산의 집행, 그리고 현장에서 땀 흘리는 작업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이 온전히 주민들의 자발적인 투표와 합의를 통해 민주적으로 이루어진다.
■ 벽화부터 쉼터까지, 104개 마을이 빚어내는 104가지의 다채로운 색깔
주민들의 손에 쥐어진 무한한 자율성은 각 마을의 지리적 특성과 문화적 배경이 십분 반영된 다채로운 맞춤형 사업으로 눈부시게 꽃피우고 있다. 획일화된 과거의 새마을 운동식 정비가 아니라, 104개의 마을이 저마다의 고유한 개성을 뽐내는 104가지의 독창적인 캔버스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마을은 오랜 세월 방치되어 흉물스러웠던 빈집의 거친 담벼락에 마을 특유의 전설을 담은 아름다운 벽화를 정성껏 그려 넣어 외지 관광객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으며, 또 다른 마을은 잡초와 쓰레기가 무성했던 마을 공터를 합심하여 개간한 뒤 사시사철 향기로운 꽃이 피어나는 화사한 공동 꽃밭으로 대대적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이 외에도 어르신들이 밤낮으로 안전하게 보행할 수 있도록 울퉁불퉁한 마을 진입로를 평탄하게 정비하거나, 뙤약볕 아래 농사일에 지친 이웃들이 옹기종기 모여 시원한 수박을 나눠 먹으며 정을 쌓을 수 있는 아늑한 나무 쉼터를 새롭게 조성하는 등 각 마을의 절실한 현장 수요에 맞춘 다양한 공간 혁신이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 주민이 직접 흘린 땀방울, 소멸 위기 농촌에 생명력을 불어넣다
무엇보다 이번 사업이 지니는 가장 핵심적인 가치는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마을 환경의 세련된 개선보다, 그 과정에서 보이지 않게 싹트는 ‘마을 공동체 의식의 극적인 회복’에 있다. 산업화와 고령화의 거센 흐름 속에서 이웃 사촌이라는 말이 무색해질 만큼 삭막해졌던 농촌 마을에, 주민들이 작업복을 맞춰 입고 한데 어우러져 땀 흘리며 흙을 만지는 과정 자체가 거대한 치유와 화합의 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사업의 일환으로 세대별 특색을 살린 예쁜 문패 만들기 작업에 참여한 한 마을 어르신은 흙 묻은 손을 닦으며 벅찬 감동을 전했다. "오랜만에 온 동네 사람들이 한자리에 왁자지껄 모여 붓글씨도 쓰고 서툰 솜씨로 페인트칠도 하다 보니, 옛날 젊은 시절 동네 잔치하며 부대끼던 때로 돌아간 것 같아 가슴이 먹먹하고 행복하다"며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처럼 단절되었던 이웃 간의 소통이 활발하게 재개되고 끈끈한 유대감이 다시 형성되면서, 향후 고독사 예방이나 마을 내 크고 작은 갈등을 자체적으로 보듬고 해결할 수 있는 탄탄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으로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 전문가 맞춤형 밀착 컨설팅과 우수마을 포상으로 사업의 추진력 극대화
곡성군은 주민들의 이러한 뜨거운 참여 열기가 자칫 단발성 행사로 끝나거나 전문성 부족으로 방향을 잃고 표류하지 않도록 행정적, 제도적 뒷받침에도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단순한 예산 송금을 넘어, 사업 진행 과정에서 고령의 주민들이 겪을 수 있는 기술적, 행정적 한계를 해소하기 위해 공무원들의 지속적인 현장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더 나아가 조경 및 디자인, 도시 재생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을 직접 파견하여 마을별 상황에 맞는 밀착 컨설팅을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또한, 연말에는 104개 마을이 지난 1년간 쏟아부은 땀방울과 성과를 객관적이고 투명한 지표로 종합 평가하여, 타의 모범이 되는 탁월한 성과를 이뤄낸 우수 마을을 대대적으로 선정해 파격적인 추가 인센티브를 부여할 계획이다. 이러한 건전한 선의의 경쟁 시스템 도입은 주민들의 성취 동기를 극대화하고 자발적인 참여 의지를 지속적으로 불태우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곡성군 으뜸마을 사업 담당 부서의 핵심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가 그려나갈 희망찬 비전에 대해 굳은 확신을 드러냈다. 그는 “청정전남 으뜸마을 만들기 사업은 단순히 낡은 지붕을 개량하거나 벤치에 페인트를 새로 칠하는 수준의 1차원적인 외형적 미화 작업에 결코 머물지 않는다. 이는 주민들이 스스로 깨어있는 마을의 주인이 되어 공동체의 허약해진 체질을 건강하게 바꾸고, 농촌에 잃어버린 넉넉한 웃음을 되찾아오는 숭고하고 가슴 뛰는 여정”이라고 강주했다. 이어 “6월의 뜨거운 태양 아래 본격적으로 희망의 닻을 올린 만큼, 우리 곡성군의 104개 마을 모두가 저마다의 찬란하고 아름다운 색깔을 완벽하게 찾아내어 대한민국 전국 최고의 살기 좋은 명품 청정 마을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자체 차원의 모든 행정적, 재정적 역량을 아낌없이 쏟아 붓겠다”라고 결연한 포부를 밝혔다. 곡성군의 흙내음 나는 뚝심 있는 실험이 지방 소멸이라는 거대한 국가적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새로운 희망의 이정표로 우뚝 설 수 있을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