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주 뛰던 호숫가·서해 노을…보령, 전국 러너들의 성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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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해마라톤 5000명 몰려 인기 입증… 대천해변·이봉주 코스 등 명소 즐비
바다 윤슬 보며 달리는 4킬로미터 해변길부터 전설의 전지훈련지 보령호까지

최근 대한민국에 불어닥친 러닝 열풍은 단순한 체력 단련의 차원을 넘어섰다. 이제 달리기는 하나의 거대한 사회적 문화이자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았으며, 여행을 떠날 때 캐리어에 가장 먼저 러닝화를 챙겨 넣는 이른바 '런트립' 족이 부쩍 늘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충청남도 보령시가 전국의 러너들이 반드시 거쳐 가야 할 새로운 달리기 성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성황리에 개최된 보령머드임해마라톤대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5031명에 달하는 마라토너와 러닝 동호인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보령이 가진 달리기 좋은 도시로서의 뛰어난 매력과 독보적인 인프라를 유감없이 입증했다. 보령을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일상의 피로를 날려버릴 러닝화를 반드시 챙겨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보령 러닝의 심장부이자 출발점은 단연 서해안의 자랑인 대천해수욕장 코스다. 분수광장에서 출발해 노을광장까지 이어지는 왕복 약 4킬로미터의 구간은 그야말로 천혜의 달리기 트랙이다. 러너들은 자신의 취향에 따라 파도가 밀려오는 단단한 모래사장 위를 거침없이 질주할 수도 있고,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는 소나무 숲과 푸른 바다 사이를 호젓하게 이어주는 산책로를 선택해 달릴 수도 있다. 최근 건강 트렌드로 주목받는 맨발 걷기나 맨발 러닝을 즐기기에도 모래사장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공간을 제공한다. 서해의 힘찬 파도 소리와 싱그러운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달리다 보면, 숨이 차오르는 운동의 고단함은 어느새 깊은 치유와 힐링의 감정으로 승화된다. 특히 붉게 물드는 노을이나 햇살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이는 바다의 윤슬을 바라보며 한 발 한 발 내딛는 기분은 오직 보령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특권이다. 기분 좋은 땀을 흘린 뒤 해수욕장 주변에 즐비한 맛집에서 싱싱한 조개구이나 뜨끈한 칼국수로 허기를 채우는 미식의 즐거움은 보령 해변 러닝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대천해수욕장의 끝자락에 다다르면 서해바다의 웅장함을 품은 남포방조제 산책로와 자연스럽게 길이 연결된다. 이 구간은 대한민국 외곽을 하나로 잇는 코리아둘레길 중 서해랑길 보령 59코스의 핵심 구간에 해당한다. 약 3.7킬로미터에 이르는 탁 트인 직선 트랙을 달리다 보면 묘한 해방감에 사로잡힌다. 한쪽으로는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의 수평선을 바라보며 마음의 평온을 얻고, 반대쪽으로는 시원하게 뻗은 도로 위를 빠르게 질주하는 자동차들과 마치 속도를 겨루는 듯한 독특하고 역동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코스다. 방조제를 달리는 중간에는 과거에는 외로운 섬이었으나 이제는 육지와 연결되어 울창한 대나무 숲을 자랑하는 죽도가 자리하고 있어, 잠시 팔각정에 올라 가쁜 숨을 고르며 서해의 비경을 감상하는 특별한 여유도 누릴 수 있다.
바다의 역동성 대신 아기자기한 도심의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보령 시내를 관통하는 대천천 코스가 제격이다. 청천저수지에서 시작해 남대천교까지 이르는 왕복 약 10킬로미터의 이 하천길은 인근 주민들과 현지 러너들 사이에서 오랜 시간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생활 밀착형 코스다. 대천천을 따라 정성스럽게 조성된 코스 곳곳에는 파크골프장과 농구장, 다채로운 야외 운동기구 등 수준 높은 체육시설들이 짜임새 있게 갖춰져 있어 남녀노소 불문하고 활기찬 에너지를 뿜어낸다. 특히 해가 뉘엿뉘엿 지는 무렵이 되면 하천 변을 따라 은은하고 따뜻한 불빛의 경관 조명이 켜지는데, 선선한 저녁 공기를 마시며 산책을 나온 다정한 이웃들과 어우러져 달리는 야간 러닝의 정취는 바다 코스와는 또 다른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마지막으로 보령이 자랑하는 최고의 명품 코스는 한국 마라톤의 살아있는 전설인 이봉주 선수의 숨결이 깃든 보령호 코스다. 이곳은 과거 이봉주 선수가 세계 대회를 앞두고 혹독한 전지훈련을 소화하며 기량을 갈고닦았던 유서 깊은 장소로, 그의 위대한 업적을 기리기 위해 이 일대가 '이봉주 마라톤코스'로 공식 지정되었다. 여러 갈래의 길 중에서도 미산면 체육공원을 당차게 출발해 보령댐 애향박물관까지 이어지는 왕복 약 12킬로미터 구간이 단연 백미로 꼽힌다. 거대한 호수를 가슴에 품고 달리는 내내 도심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깊은 산속의 맑은 공기와 거울처럼 투명한 호수 풍경이 러너의 동반자가 되어준다. 달리기를 성공적으로 마친 후에는 보령댐 건설로 인해 물속에 잠겨버린 수몰 지구 9개 마을의 옛 추억과 주민들의 생활 물품을 고스란히 전시해 둔 애향박물관에 들러 땀을 식히며 보령의 깊은 역사 속을 탐험해 보는 것도 매우 뜻깊은 마무리가 될 것이다.
보령시 관계자는 "보령은 거친 파도가 치는 해변부터 고즈넉한 하천길, 그리고 전설의 마라토너가 뛰었던 아름다운 호숫가까지 저마다의 뚜렷한 매력과 색깔을 가진 다채로운 러닝 코스가 도시 전역에 펼쳐져 있다"며 "아름다운 대자연을 배경으로 숨이 터질 듯한 짜릿함과 달리는 즐거움을 직접 느껴보고 싶다면 주저 없이 러닝화를 챙겨 보령으로 오시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