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라더니 왜 비 안 와?” 매년 논란됐는데…올해부터 달라지는 ‘진짜 장마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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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은 매일 비 오는 게 아니라 폭우 위험 시기
기상학계가 장마 개념 재정의한 이유는

“장마라더니 왜 비 안 와?” 본격적인 장마철을 앞두면 해마다 반복되는 말이다. 장마 예보가 나오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여러 날 계속 비가 오는 시기’를 떠올린다. 하지만 실제 날씨는 기대와 다를 때가 많다. 장마라는데 며칠째 햇볕이 나거나, 장마가 끝났다는 뒤늦은 발표 이후 더 강한 비가 쏟아지기도 한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이 때문에 매년 ‘마른 장마’, ‘2차 장마’, ‘가을장마’, ‘우기’ 논란이 반복됐다. 그런데 최근 기상학계가 이 오랜 혼선을 줄이기 위해 장마철의 개념을 새롭게 정리했다. 핵심은 간단하다. 장마철은 매일 비가 내리는 기간이 아니라, 여름철 한반도에 많은 비가 내릴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는 기간이라는 것이다.

장마라는데 왜 비가 안 오나, 해마다 반복된 오해

장마철은 1년 강수량의 상당 부분이 집중되는 시기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실제 체감 날씨가 매번 다르다는 점이다. 장마라고 했는데 비다운 비가 오지 않으면 사람들은 ‘마른 장마’라고 부른다. 반대로 장마가 끝났다고 한 뒤 7월 하순이나 8월에 더 많은 비가 내리면 “이 정도면 장마가 아니라 우기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쏟아지는 장맛비에 발걸음 재촉하는 시민들 / 뉴스1
쏟아지는 장맛비에 발걸음 재촉하는 시민들 / 뉴스1

이 혼선은 장마를 너무 좁게 이해한 데서 비롯됐다. 과거에는 장마를 정체전선 중심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았다. 남쪽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와 북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가 부딪치며 장마전선을 만들고, 이 전선의 영향으로 비가 이어진다는 인식이다.

하지만 최근 여름철 강수는 이보다 훨씬 복잡하게 나타난다. 비가 특정 전선 하나 때문에만 내리는 것이 아니라, 저기압, 대기 불안정, 수증기 유입, 북태평양 고기압의 확장 등 여러 조건이 맞물리며 발생한다. 같은 장마철이라도 어떤 해는 긴 비가 이어지고, 어떤 해는 비가 뜸하다가 짧은 시간에 폭우가 쏟아진다.

결국 “장마인데 왜 비가 안 오느냐”는 질문의 답은 여기에 있다. 장마철은 비가 매일 내린다는 뜻이 아니라, 많은 비가 내릴 수 있는 대기 조건이 만들어지는 시기라는 점이다.

올해부터 달라진 건 ‘장마’가 아니라 ‘장마철’의 정의

쏟아지는 폭우, 빨라지는 발걸음 / 뉴스1
쏟아지는 폭우, 빨라지는 발걸음 / 뉴스1

9일 KBS뉴스 보도에 따르면 기상학계는 올해부터 장마철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내놨다. 먼저 ‘장마’라는 단어는 기존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뜻풀이를 그대로 사용한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장마를 ‘여름철에 여러 날을 계속해서 비가 내리는 현상이나 날씨’로 설명한다.

대신 기상학계는 ‘장마철’의 의미를 확대해 새롭게 정리했다. 새 정의에 따르면 장마철은 ‘여름철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하며 북상하는 시기에 남쪽의 온난·습윤한 기단과 북쪽의 한랭한 기단 사이에서 다양한 기작에 의해 다량의 강수가 한반도에 발생하기 좋은 조건이 형성되는 기간’이다.

문장만 보면 다소 어렵지만,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장마철의 강수를 정체전선 하나로만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둘째, 북태평양 고기압이 북상하는 여름철의 기상 조건을 기준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여기서 중요한 표현은 ‘다양한 기작’이다. 이는 장마철에 비가 내리는 원인이 하나가 아니라는 뜻이다. 정체전선뿐 아니라 대기 불안정, 저기압, 수증기 흐름 등 여러 기상 요인이 함께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장마철인데 비가 적은 날이 있다고 해서 장마가 틀렸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또 하나의 의미도 있다. 새 정의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북상하는 시기를 기준으로 삼았다. 이 때문에 북태평양 고기압이 수축하는 시기에 나타나는 이른바 ‘2차 장마’나 ‘가을장마’는 엄밀한 의미의 장마철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설명도 가능해진다.

왜 ‘장마’ 대신 ‘장마철’을 새로 정리했나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그렇다면 왜 기상학계는 ‘장마’라는 단어 자체를 바꾸지 않고 ‘장마철’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정리했을까. 이유는 단어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국립국어원 측은 표준국어대사전이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단어를 뜻풀이해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전적 의미를 바꾸려면 먼저 사람들이 그 의미를 널리 인식하고 실제로 많이 사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번 재정립의 목적은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단순화하기 어렵다. 기상학계는 과학적 분석을 통해 매년 반복되는 혼선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장마 기간에 비가 많을 수도, 적을 수도 있고, 장마가 끝난 뒤 더 많은 비가 내릴 수도 있다는 현실을 개념 안에 담으려는 시도다.

다만 분명한 흐름은 있다. 장마를 포함한 여름철 강수의 강도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 기상청은 올 장마철에도 평년보다 많은 비가 내릴 가능성을 보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는 극한 호우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장마를 “비가 오래 오는 계절” 정도로만 이해하면 위험을 놓칠 수 있는 이유다.

“한 달 내내 비 온다”는 장마설, 공식 예보 아니다

기상청의 'SNS 장마 전망' 반박 / 기상청 SNS 캡처, 연합뉴스
기상청의 'SNS 장마 전망' 반박 / 기상청 SNS 캡처, 연합뉴스

최근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올여름 6월 또는 7월에 한 달 내내 비가 내릴 것이라는 게시물이 다시 확산했다. 지역별 장마 기간까지 구체적으로 나열한 글도 있었다. 하지만 기상청은 “공식 발표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앞서 4월 기상청은 온라인에서 퍼지는 장마 전망이 기상청이 발표한 내용이 아니며 혼선이 없길 바란다고 밝혔다. 일부 게시물은 1991~2020년 평년 장마 기간 통계를 올해 예보처럼 재가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평년값은 과거 자료의 평균일 뿐, 특정 연도의 실제 예보가 아니다.

장마철이라고 해서 매일 비가 내리는 것도 아니다. 장마 기간 안에도 맑은 날이 있고, 지역에 따라 강수량 차이가 크게 벌어질 수 있다. 그런데 일부 게시물은 장마철 전체를 마치 한 달 내내 비가 이어지는 것처럼 표현해 불안감을 키웠다.

기상청은 현재 장마 시작일과 종료일을 공식적으로 미리 예측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장마 시작과 종료를 발표했지만, 기후변화로 강수 패턴 변동성이 커지면서 2009년 관련 예보를 중단했다. 장마의 시작과 종료는 여름이 지난 뒤 분석을 통해 사후 발표된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 구체적인 기간이나 강도를 단정하는 정보는 검증이 필요하다.

유튜브, 기상청

진짜 대비는 ‘장마 날짜’가 아니라 ‘폭우 위험’이다

장마철을 앞두고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부터 언제까지 장마냐”보다 “짧은 시간에 얼마나 강한 비가 올 수 있느냐”다. 최근 여름철 비는 길게 이어지는 비보다 짧은 시간에 집중되는 폭우가 더 큰 피해를 만든다. 도로가 순식간에 잠기고, 하천 수위가 빠르게 오르며, 지하 공간에는 물이 밀려들 수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네컷 만화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네컷 만화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곳은 집 주변 배수로다. 낙엽이나 쓰레기가 배수구를 막고 있으면 비가 내릴 때 물이 빠지지 않아 침수로 이어질 수 있다. 반지하 주택이나 지하 주차장을 이용한다면 차수판, 모래주머니, 배수펌프 작동 여부를 미리 확인해야 한다. 창문 틈, 베란다 배수구, 옥상 배수구도 장마 전 점검이 필요하다.

외출할 때는 하천변 산책로, 지하차도, 저지대 도로를 피해야 한다. 물이 고인 도로는 깊이를 알기 어렵고, 차량이 진입했다가 시동이 꺼지면 순식간에 고립될 수 있다. 특히 지하차도에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면 절대 진입해서는 안 된다. 이미 차량 안에 물이 들어오기 시작했다면 차를 두고 높은 곳으로 대피하는 것이 먼저다.

보행자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 폭우 때는 맨홀 뚜껑이 열리거나 배수로 주변 지반이 약해질 수 있다. 물이 발목 이상 차오른 길은 걷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감전 위험이 있는 전신주, 가로등, 신호등 주변도 피해야 한다. 강풍이 동반될 때는 우산보다 시야 확보가 쉬운 우비가 더 안전할 수 있다.

장마철에는 기상 정보 확인도 습관이 돼야 한다. 호우주의보나 호우경보가 내려졌다면 불필요한 외출을 줄이고, 가족과 비상 연락 방법을 정해두는 것이 좋다. 휴대전화 보조배터리, 손전등, 생수, 상비약 등 비상용품을 미리 챙겨두면 정전이나 고립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다.

결국 올해부터 달라진 ‘진짜 장마’의 핵심은 매일 비가 오느냐가 아니다. 비가 내릴 조건이 만들어지는 기간, 그리고 언제든 강한 비로 바뀔 수 있는 여름철 위험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장마철 안전은 큰 준비보다 작은 확인에서 시작된다. “괜찮겠지”라는 판단을 줄이고, 위험한 길은 돌아가는 것만으로도 피해를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