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서울이라고?... 150m 콘크리트 벽이 주황빛 능소화로 뒤덮이는 '이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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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수동·자양동 일대에 걸쳐 있는 '뚝섬 한강공원' 능소화 벽
푸른 초여름이면 주황빛 물결로 뒤덮이는 서울 명소가 있다. 쨍하게 내리쬐는 햇볕을 받으며 자라난 능소화가 콘크리트 옹벽을 가득 채운다. 매년 여름마다 수많은 시민들의 발길을 이끄는 도심 속 숨은 낙원을 소개한다.

서울 성수동과 자양동 일대에 걸쳐 있는 뚝섬 한강공원 능소화 벽이다. 본래 뚝섬은 조선시대 태조 때부터 성종 때까지 임금이 사냥과 군사 사열을 위해 자주 찾던 유서 깊은 장소다. 임금이 행차할 때마다 커다란 대장기인 '독(纛)'을 꽂았던 것에서 '뚝섬'이라는 이름이 유래했다.
군사적 요충지 역할을 하던 뚝섬은 현대에 이르러 시민을 위한 한강공원으로 재탄생했다. 한강 치수 사업과 시민 공원 조성 계획이 맞물리면서 자연과 역사가 공존하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회색 콘크리트를 물들이는 주황빛 폭포
여름철 뚝섬을 방문하면 공원 한편을 장식한 빼곡한 능소화 벽을 만날 수 있다.
중국이 원산지인 능소화는 '하늘을 능가하는 꽃'이라는 이름처럼 높고 당당하게 자라는 덩굴식물이다. 과거 조선시대에는 이 꽃을 양반집 마당에만 심을 수 있도록 제약해 '양반꽃'이라는 별칭으로 부르기도 했다. 평민이 함부로 심었다가는 엄한 벌을 받았을 만큼 귀하게 대접받던 꽃으로 알려졌다. 능소화가 지닌 특유의 품격과 고고한 자태는 여전히 남아 뚝섬의 벽면을 고스란히 채우고 있다.
강변북로 하부의 거대한 옹벽은 여름이면 화려한 주황색 스크린으로 변신한다. 청구아파트에서 한신아파트 나들목까지 약 150m 길이의 콘크리트 벽면이 온통 능소화 덩굴로 가득 차 있다. 능소화는 6월 말부터 피기 시작해 7월과 8월에 만개한다. 차가운 아스팔트와 자동차 소음이 가득한 도심 한복판에 활짝 핀 주황빛 능소화는 방문객들에게 청량감을 선사한다.
빌딩 숲 사이에 자리한 문화 휴식처

능소화 벽을 충분히 감상했다면 넓게 펼쳐진 뚝섬 한강공원의 다른 명소로 발길을 옮겨보자. 자벌레의 몸통을 형상화해 만든 서울 생각마루는 독특한 외관을 자랑한다. 이곳은 한강 전망을 바라보며 책을 읽거나 차를 마실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통유리창 너머로 탁 트인 한강과 청담대교의 풍경이 어우러져 무더위를 식히기에 최적의 장소다.
여름철 한강공원의 백미는 야외 수영장과 물놀이장이다. 시원한 물줄기와 다양한 물놀이 시설을 갖춰 도심 속 피서를 즐기려는 가족과 연인들로 늘 활기가 넘친다. 또 한강변을 따라 길게 조성된 자전거 도로와 산책로도 건강한 에너지를 채워주는 환경을 제공한다.
뚝섬 한강공원 능소화 벽으로 가려면 7호선 자양역이나 2호선 성수역을 이용해야 한다. 가장 추천하는 도보 경로는 2호선 성수역 3번 출구로 나와 성수동 카페거리를 지나 한신아파트 나들목 방면으로 내려오는 방법이다. 출구에서 도보로 약 10~15분 정도 직진하면 한강공원 진입 터널과 함께 웅장한 꽃벽을 마주할 수 있다.
만약 지하철 7호선 자양역(구 뚝섬유원지역) 3번 출구를 이용한다면 한강공원 산책로를 따라 성수동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오면 된다. 차량을 이용할 경우에는 뚝섬 한강공원 공영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으나, 주말에는 진입 차량이 몰려 주차 공간이 매우 협소한 편이다.
쇳소리 가득하던 공장에서 트렌디한 문화 공간으로

한강공원을 벗어나 성수동 방향으로 조금만 걸어 올라오면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골목이 펼쳐진다. 옛 인쇄공장과 정비소의 거친 매력을 그대로 살린 성수연방은 트렌디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1970년대에 지어진 화학공장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든 공간으로, 붉은 벽돌이 주는 특유의 따뜻하고 이국적인 감성이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동과 동 사이를 연결하는 중앙 정원은 계절마다 새로운 테마로 꾸며져 보는 재미를 더한다.
성수 연방 내부에는 개성 넘치는 로컬 브랜드와 큐레이션 서점, 독특한 디저트를 선보이는 카페들이 촘촘하게 입점해 있다. 대형 쇼핑몰에서는 볼 수 없는 희귀한 소품이나 독립 출판물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건물 옥상에 올라가면 성수동 일대의 오래된 지붕들과 멀리 보이는 빌딩 숲이 어우러진 독특한 도시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한강과는 또 다른 활력과 감성을 채우기에 안성맞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