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은 열렸는데…민생회복 소비쿠폰 성적표가 보여준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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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쿠폰 13조 5천억, 골목상권 매출 2.8조 늘렸다
저소득층 중심 지원, 비수도권 경제 부양의 핵심
한국은행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추가경정예산으로 집행된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영세 소상공인의 매출을 늘리고 가계 소비를 부양해 당해 연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12% 올리는 성과를 낸 것으로 분석됐다. 지원금이 꼭 필요한 저소득층과 소비 여력이 부족한 비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정책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도입 배경과 주요 내용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가계 소비를 살리고 골목상권 매출을 붙잡기 위해 총 13조 5,220억 원 규모로 전 국민에게 지급됐다. 전체 재원 중 약 70%는 신용카드로 신청됐고 나머지는 지역사랑상품권과 선불카드로 충전됐다. 1차 지급은 2025년 7월부터 전 국민에게 15만 원을 기준으로 주되 취약계층과 비수도권 주민에게 추가 지원금을 얹어주는 차등 방식을 썼다. 2차 지급은 9월부터 소득 하위 90%를 선별해 1인당 10만 원씩 고르게 나눠줬다. 사용처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를 제외하고 연 매출 30억 원 이하의 영세 소상공인 사업장으로 묶어 돈이 골목상권으로만 흐르도록 설계했다.
영세 골목상권 매출 증대와 지역별 격차 완화

한국은행이 6개 신용카드사의 매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소비쿠폰을 쓸 수 있었던 가게들은 미사용처 대비 월평균 매출이 2.91% 더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적으로는 약 2.8조 원의 추가 매출이 영세 상권에 새로 유입됐으며 이는 투입된 카드 재정의 30.9%가 소상공인의 실질 소득으로 전환됐음을 뜻한다. 업종별로는 옷이나 식료품을 파는 잡화점 매출이 8.32% 늘어 가장 큰 혜택을 봤고 음식점과 여가용품점이 그 뒤를 이었다. 대형 상권으로 지출이 몰리면서 학원과 병·의원은 쿠폰 지급 이후 오히려 매출이 각각 9.25%, 5.91%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지원금을 받은 뒤 쿠폰 사용이 불가능한 대형 의료기관이나 프랜차이즈 학원으로 고액 지출을 늘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매출 증가율이 0.04% 감소해 정체된 것과 대조적으로 비수도권은 6.37%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해 지방 경제를 지탱하는 버팀목이 됐다.
저소득층 중심의 소비 진작과 한계소비성향 분석
가계의 소비 반응을 추적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소비쿠폰의 한계소비성향은 0.20으로 집계됐다. 쿠폰으로 10만 원을 썼을 때 공짜 돈이 생겨 완전히 새로운 소비로 연결된 금액은 2만 원이고 나머지 8만 원은 원래 지출할 예정이던 돈을 쿠폰으로 대신 냈다는 의미다. 소득 수준별로는 돈이 급한 서민층일수록 효과가 좋아 소득 하위 20%인 1분위의 소비 유발 효과가 상위 20%인 5분위보다 월등히 높게 지속됐다. 가구 소비 품목 중에서는 가전제품이나 의류 같은 내구재와 여가 활동에 신규 소비가 크게 늘어난 반면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식비나 의료비 같은 필수재 성격의 품목은 기존 소비를 단순히 대체하는 데 그쳐 추가 진작 효과가 작았다. 지급 차수별로는 1인당 액수가 컸던 1차 시기의 효과가 2차보다 소폭 높았는데 지원 규모가 작아지면 소비자가 정책을 체감하는 가시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단기 응급처치 효과와 향후 재정 설계 과제
이번 분석은 소비쿠폰이 지급 초기 한두 달 사이에만 정책 효과가 반짝 집중되고 빠르게 사라진다는 단기 처방의 특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한국은행은 향후 유사한 재정 지원을 할 때 전 국민에게 고르게 나눠주기보다 소득이 낮은 취약계층을 집중 지원하는 방식으로 정밀하게 설계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재정 지원은 일시적인 도움을 줄 뿐이므로 소상공인 생태계가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체질을 개선하는 구조적 혁신 투자에 재정 정책의 무게를 더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