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가는 길, 혼자가 아니어도 된다…보성군, '병원동행 매니저' 키운다
작성일
경력단절 여성 30명, 초고령사회 맞춤 전문 인력으로 재탄생…취업 연계까지 책임진다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나이가 들수록, 혼자 사는 어르신일수록 병원 한 번 가는 일이 큰 일이 된다. 거동이 불편한데 함께 갈 가족이 없고, 의사 말을 혼자 듣고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 초고령사회 진입과 1인 가구 증가가 맞물리면서 이런 어르신들의 병원 이용을 곁에서 도와줄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혼자 병원 가기 두려운 어르신들을 위한 해법
전남 보성군이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보성군은 지난 4일 보성행복마루 4층 회의실에서 관내 경력단절 여성 및 취업 희망 여성 30여 명을 대상으로 여성 취·창업교실 '병원동행 매니저 양성과정'을 개강했다. 어르신들의 병원 이용 불편을 해소하는 동시에 경력이 끊긴 여성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열어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구상이다.
◆경력단절 여성에게 열리는 새 문
이번 프로그램의 주인공은 경력단절 여성들이다. 결혼, 출산, 육아 등으로 직장을 떠난 뒤 다시 일자리를 찾고 싶지만 마땅한 기회를 찾지 못하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 보성군의 병원동행 매니저 양성과정은 이들에게 새로운 출발점을 제공한다.
병원동행 서비스는 특별한 자격증이나 오랜 경력이 없어도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진입할 수 있는 분야다. 동시에 사람을 직접 돕는 일인 만큼 보람과 직업적 안정성을 함께 갖출 수 있다. 초고령사회가 심화될수록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 분명한 성장 분야이기도 하다. 보성군이 이 분야를 여성 취·창업 프로그램으로 선택한 것은 지역 사회의 필요와 여성들의 취업 기회를 동시에 고려한 결과다.
◆8회 과정, 현장에서 바로 쓰는 실무 교육
교육은 오는 6월 30일까지 총 8회 과정으로 운영된다. 이론을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병원동행 서비스 현장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실무 중심 교육으로 설계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교육 내용은 크게 네 가지 축으로 구성됐다. 먼저 병원동행 매니저의 역할과 직무윤리를 다룬다. 어르신을 돕는 일인 만큼 단순한 이동 지원을 넘어 어떤 태도와 원칙으로 임해야 하는지를 먼저 배운다. 다음으로 노인 질환 및 소통 전문 기술을 익힌다. 어르신들이 자주 겪는 질환의 특성을 이해하고, 어르신과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응급처치 및 심폐소생술(CPR) 실습도 포함됐다. 병원 이동 중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기본적인 응급 대응 능력을 갖추는 것은 필수다. 마지막으로 병원 이용 절차 및 현장 실습을 통해 실제 병원 환경에서 매니저로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몸으로 익힌다. 교육을 마치면 현장에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수준의 역량을 갖추는 것이 목표다.
◆"일거양득 효과 기대"…수료 후 취업 연계까지
보성군 가족행복과 이진숙 과장은 "어르신들의 병원 이용 불편을 해소하는 동시에 여성들의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이라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주민 수요를 반영한 실속 있는 취·창업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보성군은 교육 수료로 끝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수료 후에도 맞춤형 취업 상담과 일자리 연계를 통해 수료생들이 실제 취·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사후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교육을 받고 자격을 갖췄어도 실제 일자리로 연결되지 않으면 의미가 반감된다. 보성군이 사후관리까지 책임지겠다고 나선 것은 이 프로그램이 단순한 교육 이벤트가 아니라 실질적인 취업 지원 사업임을 보여준다.
병원 가는 길이 두려운 어르신 곁에 든든한 동행자가 생기고, 새 출발을 꿈꾸는 여성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가 열리는 것. 보성군의 병원동행 매니저 양성과정이 그 두 가지 바람을 동시에 이뤄내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