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호미질로 캐낸 첫 결실, 이웃과 나눕니다"… 함평군 예비 농업인들의 '눈물 밴 양파' 기부 릴레이

작성일

귀농어귀촌 체류형 지원센터 교육생들, 땀 흘려 가꾼 첫 수확물 200kg 쾌척
삭막한 농촌에 활력 불어넣는 '아름다운 정착'의 본보기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점차 활기를 잃어가는 농촌 마을에, 화려한 도시의 편리함을 뒤로하고 흙의 진실함을 찾아 나선 초보 농사꾼들이 따뜻한 감동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11일 학교면사무소 앞에는 갓 수확해 흙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싱싱하고 알이 굵은 양파 자루들이 한가득 쌓여 주위의 이목을 끌었다. / 함평군
11일 학교면사무소 앞에는 갓 수확해 흙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싱싱하고 알이 굵은 양파 자루들이 한가득 쌓여 주위의 이목을 끌었다. / 함평군

농사일이라고는 평생 해본 적 없던 예비 귀농인들이 서툰 손길로 정성껏 키워낸 첫 수확물을 온전히 이웃을 위해 내어놓으며, 굳게 닫혀 있던 시골 마을의 인심을 훈훈하게 녹이고 있는 것이다. 전라남도 함평군 귀농어귀촌 체류형 지원센터에서 제2의 인생을 야심 차게 준비하고 있는 교육생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들이 구슬땀을 흘려 거둔 '첫 양파'는 단순한 농산물 기부를 넘어, 원주민과 귀농인이 하나 되는 진정한 공동체 회복의 상징으로 지역 사회에 잔잔하지만 묵직한 울림을 전하고 있다.

■ "직접 키운 농산물 내놓습니다"… 땀방울 깃든 양파 200kg의 기적

12일 함평군에 따르면, 지난 11일 학교면사무소 앞에는 갓 수확해 흙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싱싱하고 알이 굵은 양파 자루들이 한가득 쌓여 주위의 이목을 끌었다. 함평군 귀농어귀촌 체류형 지원센터에서 뙤약볕 아래 구슬땀을 흘리며 농업의 기초를 탄탄히 다지고 있는 교육생들이, 관내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며 무려 200kg에 달하는 수확물을 흔쾌히 기부한 것이다.

이날 기탁된 양파는 그 이면에 담긴 의미가 남다르다. 익숙했던 도심의 삶을 과감히 정리하고 함평으로 이주해 온 예비 농업인들이, 센터의 영농 실습 교육 과정에 참여하며 난생처음으로 파종부터 재배, 그리고 수확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직접 책임지고 길러낸 매우 귀중한 '생애 첫 결실'이기 때문이다. 수십 년 경력의 능숙한 전문 농업인이 재배한 수확물에 비하면 모양도 크기도 조금씩 투박할지 모르지만, 초보 농부들의 지극한 애정과 정성, 그리고 밤낮으로 밭을 오가며 흘린 정직한 땀방울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세상에서 가장 값진 양파라 할 수 있다.

■ 귀농귀촌의 든든한 디딤돌, '체류형 지원센터'의 빛나는 성과

이번 훈훈한 미담이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함평군이 지역 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 야심 차게 운영 중인 '귀농어귀촌 체류형 지원센터'의 체계적이고 세밀한 지원 시스템이 단단히 한몫을 차지하고 있다. 막연한 환상과 낭만만으로 귀농을 결심했다가 농업의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중도에 포기하고 역귀농하는 뼈아픈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함평군은 예비 귀농인들이 일정 기간 지역에 직접 머물며 농업의 기초 기술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농촌의 독특한 공동체 문화를 몸소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 실무 중심의 체류형 교육 프로그램을 전격 가동해 왔다.

교육생들은 이곳에서 단순한 이론 수업을 넘어 밭갈이부터 파종, 거름주기, 까다로운 병해충 관리, 그리고 마침내 수확에 이르기까지 농업의 험난한 전 주기를 각 분야 전문가들의 밀착 지도 아래 생생하게 학습한다. 이번에 기부된 양파 수확 역시 이러한 현장 밀착형 실습 교육의 훌륭한 결과물이다. 센터는 단순히 1차원적인 농업 기술을 전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융화될 수 있는 다양한 현장 소통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예비 귀농인들이 낯선 환경에 부드럽게 연착륙할 수 있도록 돕는 든든한 인큐베이터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 "나눔으로 시작하는 제2의 인생"… 원주민과 허무는 마음의 벽

일반적으로 농촌 지역에서 귀농인들이 겪는 가장 큰 두려움과 어려움 중 하나는 농업 기술의 부족 그 자체가 아니라, 오랜 기간 형성되어 온 기존 원주민들과의 보이지 않는 갈등과 굳게 닫힌 마음의 벽을 허무는 일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았을 때, 이번 교육생들의 자발적이고 헌신적인 양파 기부는 그들이 그저 혜택만 받고 떠날 낯선 이방인이 아니라, 든든한 마을의 일원이자 정을 나누는 이웃사촌으로 다가가겠다는 매우 적극적이고 따뜻한 화해의 제스처로 풀이된다.

양파 기부 행사에 직접 참여한 한 교육생의 얼굴에는 고된 노동이 남긴 피로감 대신 벅찬 감동과 환희가 묻어났다. 그는 "난생처음으로 거친 흙을 만지며 생명을 가진 작물을 키워내는 일련의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지만, 정직하게 흘린 땀방울이 이렇게 풍성한 결실로 돌아왔을 때의 성취감과 기쁨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이어 "이토록 값진 첫 수확의 기쁨을 우리끼리만 자축하며 누리기보다는, 우리가 품은 이 벅찬 감동을 지역사회 이웃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의 작은 나눔 행보가 앞으로 우리가 단단히 뿌리내리고 살아갈 이 함평 땅에서, 이웃 주민들과 따뜻한 정을 끈끈하게 나누며 화합하는 소중하고 아름다운 출발점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덧붙였다.

■ 함평군, "귀농인의 따뜻한 첫걸음, 적극적인 행정 지원으로 화답할 것"

초보 예비 농업인들의 이토록 뜻깊은 선행에 지역 사회와 관할 지자체 역시 깊은 감동과 감사의 뜻을 전하며 전폭적인 행정적 화답에 나섰다. 양파를 전달받은 학교면사무소 측은 이 소중한 기부 물품을 관내 홀로 사는 독거노인 어르신들과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소외계층 등 꼭 필요한 곳에 정성껏 전달하여, 예비 농업인들의 따뜻한 이웃 사랑의 온기를 마을 구석구석까지 널리 퍼뜨릴 예정이다.

이상익 함평군수는 "자신들의 고된 교육 과정과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바쁜 일정 속에서도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먼저 살피고, 평생 잊지 못할 첫 수확의 기쁨을 아낌없이 지역사회에 내어주신 귀농어귀촌 체류형 지원센터 교육생 여러분의 따뜻한 마음과 이타적인 헌신에 군민을 대표하여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벅찬 소회를 밝혔다. 이 군수는 "이러한 자발적인 나눔과 진정성 있는 소통이야말로, 고령화로 침체된 우리 농촌에 새로운 희망의 불씨를 지피고 미래를 열어가는 진정한 원동력이자 훌륭한 모범 사례"라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앞으로도 제2의 희망찬 인생을 개척하기 위해 우리 함평군을 찾아주신 소중한 귀농귀촌인들이 지역사회에 안정적으로 뿌리내리고 기존 주민들과 끈끈한 한 식구로 어우러져 화합할 수 있도록, 지자체 차원의 다각적이고 실효성 있는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을 끊임없이 발굴하고 전폭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굳은 약속을 전했다. 나눔과 상생으로 싹을 틔운 함평군의 아름다운 귀농 스토리가 인구 소멸 위기를 극복하는 새로운 해법의 롤모델로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