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끼가 돌봄이 된다…곡성군, '온마을 돌봄밥상' 공모 선정·공유주방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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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교부세 7천만 원 확보, 죽곡면에 거점 마련…독거노인·조손가정 반찬 나눔·안부 확인 연계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 혼자 사는 어르신의 냉장고는 종종 텅 비어 있다. 거동이 불편해 장을 보러 나가기 어렵고, 혼자 먹는 밥상을 차리는 것도 점점 힘겨워진다. 밥을 제때 먹지 못하는 것은 단순한 영양 문제가 아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고, 아무도 안부를 묻지 않는 고립의 신호이기도 하다.

곡성군은 행정안전부 주관 '온마을 돌봄밥상' 공모사업에 최종 선정돼 지역사회 돌봄 체계 구축에 나선다.  / 곡성군
곡성군은 행정안전부 주관 '온마을 돌봄밥상' 공모사업에 최종 선정돼 지역사회 돌봄 체계 구축에 나선다. / 곡성군

◆밥상 위에 담긴 공동체의 온기

전남 곡성군이 이 문제를 밥상에서 풀기로 했다. 곡성군은 행정안전부 주관 '온마을 돌봄밥상' 공모사업에 최종 선정돼 지역사회 돌봄 체계 구축에 나선다. 전국 17개 지방자치단체가 선정된 이번 공모에서 곡성군은 특별교부세 7천만 원을 확보했다.

◆주민이 먼저 시작했다

이번 사업이 특별한 이유가 있다. 행정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보내는 사업이 아니라, 주민들이 먼저 시작한 활동을 행정이 뒷받침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죽곡면 주민들은 이미 자발적으로 '함께나눔 밥상'을 운영해왔다. 이웃의 어려움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 주민들이 스스로 모여 반찬을 만들고 나누는 활동을 이어온 것이다. 곡성군의 '온마을 돌봄밥상' 사업은 이 자발적인 움직임을 기반으로 추진된다. 죽곡면 주민자치회를 중심으로 마을공동체와 협력해 사업을 운영할 계획이다.

주민이 먼저 만들어낸 돌봄의 씨앗에 행정이 물을 주는 방식. 이것이 이번 사업이 단순한 복지 서비스 확대와 다른 점이다. 주민 주도성이 살아있는 돌봄 체계는 행정 지원이 끊겨도 지속될 수 있는 힘을 가진다.

◆공유주방, 돌봄의 거점이 되다

곡성군은 확보한 특별교부세 7천만 원을 투입해 죽곡면에 공유주방을 조성할 계획이다. 공유주방은 반찬과 도시락 등을 조리하는 공간으로 활용되며,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지역사회 돌봄 활동의 거점 역할을 하게 된다.

주방 하나가 마을의 중심이 된다. 주민들이 모여 반찬을 만들고, 도시락을 싸고, 누가 오늘 밥을 먹었는지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 공유주방은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시설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이 모이고 소통하는 커뮤니티 공간이기도 하다. 독거노인, 조손가정 등 먹거리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반찬 나눔 서비스가 이 공간을 중심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도시락 배달이 안부 확인이 된다

사업의 핵심은 먹거리 지원과 돌봄의 연계다. 고령화와 신체적 제약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대상자에게는 주민들이 직접 가정을 방문해 도시락을 전달한다. 그리고 그 방문이 단순한 배달로 끝나지 않는다. 안부 확인과 건강 상태 확인을 병행하는 농촌돌봄공동체 활동이 함께 연계된다.

도시락을 전달하러 문을 두드리는 그 순간, 주민은 이웃의 얼굴을 확인한다. 오늘 안색은 어떤지, 몸은 괜찮은지, 필요한 것은 없는지. 밥 한 끼를 전하는 행위가 고립된 어르신과 세상을 잇는 연결고리가 되는 것이다. 농촌 지역에서 고독사와 사회적 고립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지금, 이러한 방문형 돌봄의 가치는 더욱 크다.

◆"주민이 주도하는 돌봄체계 안착시키겠다"

곡성군 관계자는 "온마을 돌봄밥상 사업은 먹거리 지원과 함께 주민이 이웃을 살피는 공동체 돌봄 체계를 마련하는 데 의미가 있다"며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운영하는 돌봄체계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농촌 지역에서 돌봄의 수요는 갈수록 늘어난다. 행정 인력만으로는 그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결국 마을 주민들이 서로를 돌보는 공동체의 힘이 필요하다. 곡성군의 '온마을 돌봄밥상'은 그 공동체의 힘을 키우는 사업이다.

죽곡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함께나눔 밥상'의 정신이 공유주방이라는 공간을 얻고, 행정의 지원을 받아 더 많은 이웃에게 닿을 수 있게 됐다. 밥 한 끼가 돌봄이 되고, 돌봄이 공동체가 되는 곡성의 실험이 농촌 돌봄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