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카페에서 일하면 돈 덜 준다?...최저임금 '차등 지급'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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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 사업장 vs 저임금 노동자, 누가 최저임금 인상의 짐을 져야 하나?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를 둘러싼 노동계와 경영계의 대립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6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달리 적용할지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기에 앞서 적용 방식부터 정해야 하는 만큼 이번 논의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 문제는 매년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대표적인 쟁점이다. 현행 최저임금법 제4조는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적으로는 차등 적용이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1989년 이후 모든 업종에 동일한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단일 최저임금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경영계는 업종별 경영 환경과 수익 구조가 크게 다른 만큼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음식점업, 숙박업, 편의점, 소규모 제조업 등 인건비 부담이 큰 업종은 최근 몇 년간 급격한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 소비 위축 등의 영향을 동시에 받으면서 경영난이 심화됐다는 입장이다.
중소기업계와 소상공인 단체들은 인건비 부담이 사업 운영의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도권과 지방, 업종별 수익 구조가 모두 다른 상황에서 획일적인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특히 매출 규모가 작은 영세 사업장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분을 가격에 전가하기도 어렵고 인력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경영계는 업종별 생산성, 영업이익률, 인건비 비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일부 업종은 이미 인력난과 경영난이 동시에 심화되고 있어 추가적인 인건비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노동계는 업종별 차등 적용이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를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노동계는 최저임금이 노동자의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인 만큼 같은 나라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업종에 따라 다른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주장한다.
노동계는 특히 음식점업이나 숙박업, 돌봄서비스업 등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낮은 업종 노동자들이 차등 적용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최저임금이 낮아지면 해당 업종 종사자들의 생활 수준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특정 업종을 저임금 업종으로 공식 인정하는 결과가 될 수 있어 사회적 낙인 효과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노동계는 기업의 경영난을 노동자의 임금 삭감으로 해결하려는 접근은 적절하지 않으며, 생산성 향상과 경영 혁신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업종별 수익성과 생산성 차이가 큰 현실을 고려하면 일정 수준의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고 본다. 반면 다른 전문가들은 차등 적용 기준을 정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갈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실제 현장에서 업종 구분이 쉽지 않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실제로 최근에는 전통적인 업종 구분이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카페가 베이커리를 함께 운영하거나 음식점이 온라인 판매를 병행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어떤 업종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복합 업종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차등 적용 기준을 마련하는 데 상당한 행정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 논의가 마무리되면 본격적인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 결정 절차가 시작된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급 1만30원으로 사상 처음 1만원을 넘어섰다.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올해보다 16.3% 인상된 시급 1만2000원을 제시했다. 월 노동시간 209시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월급은 250만8000원 수준이다.

노동계는 최근 몇 년간 급격히 상승한 물가와 주거비, 식비, 공공요금 등을 고려하면 현재 최저임금만으로는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특히 청년층과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활 안정과 소비 여력 확대를 위해서는 의미 있는 수준의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반면 경영계는 아직 공식적인 최초 요구안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동결 또는 최소 수준의 인상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크게 오를 경우 고용 축소와 신규 채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노사 양측의 입장을 조율하며 법정 시한 내에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매년 반복돼 온 것처럼 올해 역시 적용 방식과 인상 폭을 둘러싼 의견 차가 상당해 합의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최저임금은 단순히 노동자 임금의 문제가 아니라 물가와 소비, 고용, 기업 경영, 국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정책 변수다. 특히 고물가와 경기 둔화가 동시에 이어지는 상황에서 노동자의 생계 안정과 기업의 부담 완화라는 두 과제를 어떻게 균형 있게 조정할지가 올해 최저임금 심의의 가장 큰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를 둘러싼 논쟁 역시 이러한 고민의 연장선상에 있다. 노동계는 노동자 보호를, 경영계는 경영 현실을 각각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최저임금위원회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종 결정은 향후 수백만 명의 노동자와 수많은 사업장의 경영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