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 1위였는데…결국 4조 원에 매각된 피자 브랜드
작성일
빨간 지붕으로 전성기 누린 피자헛, 사모펀드 품으로
한때 세계 피자 시장을 지배했던 피자헛이 결국 새 주인을 찾게 됐다.

미국 CNBC와 월스트리트저널(WSJ), ABC뉴스 등에 따르면 피자헛 모회사인 얌브랜드(Yum Brands)는 16일(현지시각) 피자헛 사업을 총 27억 달러(약 4조 800억 원)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 사모펀드 롱레인지 캐피털(LongRange Capital)이 중국 본토를 제외한 글로벌 사업을 15억 달러에 인수하고 중국 사업은 얌차이나홀딩스(Yum China Holdings)가 12억 달러에 가져가는 방식이다.
이번 매각으로 1958년 창업 이후 68년 동안 이어져 온 피자헛의 역사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됐다. 얌브랜드는 KFC와 타코벨에 집중하는 대신 수년째 부진을 겪고 있는 피자헛을 포트폴리오에서 떼어내기로 결정했다.
세계 1위 피자 체인의 몰락
피자헛은 1958년 미국 캔자스주 위치타에서 두 형제가 어머니에게 600달러를 빌려 창업한 브랜드다. 간판에 들어갈 공간이 부족해 'Pizza Hut'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1969년 등장한 빨간 지붕 매장은 곧 피자헛의 상징이 됐다. 이후 급속도로 성장한 피자헛은 1971년 매출 기준 세계 최대 피자 체인에 올랐다. 1977년에는 펩시코가 회사를 인수했고 KFC, 타코벨과 함께 미국 외식업계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1980년대 도미노피자가 '30분 배달' 전략을 앞세워 급성장했고 소비자들의 외식 방식도 매장 식사 중심에서 배달과 포장 중심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대형 매장과 샐러드바를 강점으로 내세웠던 피자헛은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
결국 2017년 미국 시장 1위 자리를 도미노피자에 내줬다. 이후에도 시장점유율 하락은 이어졌다.
도미노에 밀리고 배달앱에 밀리고
최근 몇 년간 피자헛을 압박한 것은 경쟁 브랜드만이 아니었다. 우버이츠와 도어대시 등 배달 플랫폼이 성장하면서 소비자들은 굳이 피자를 선택하지 않아도 다양한 음식을 손쉽게 주문할 수 있게 됐다. 과거에는 배달 음식의 대표 주자가 피자였지만 이제는 햄버거와 치킨, 아시안푸드까지 경쟁자가 됐다.
여기에 미국 소비 침체와 외식 물가 상승도 악재로 작용했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기 시작하면서 외식업 전반이 어려움을 겪었고 피자헛은 특히 큰 타격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GLP-1 계열 비만치료제 확산도 소비자들의 식습관 변화에 영향을 준 요인으로 분석한다.
코로나19 당시 피자 배달 수요가 폭증했음에도 피자헛은 반등에 실패했다. 2020년 미국 내 300개 매장을 정리한 데 이어 올해 초에도 250개 매장 추가 폐점 계획을 발표했다.
실적도 부진했다. 지난해 얌브랜드 전체 매출은 증가했지만 피자헛 매출은 오히려 감소했다. 미국 시장에서는 수년째 동일매장 매출 하락세가 이어졌고 외신들은 최근까지도 피자헛이 여러 분기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결국 매각 카드 꺼낸 얌브랜드
얌브랜드는 지난해 11월부터 피자헛의 미래를 놓고 전략적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매각 가능성이 처음 알려졌을 당시 롱레인지 캐피털을 비롯해 시카모어 파트너스와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등 여러 투자사가 관심을 보였고, 최종 인수자로는 롱레인지 캐피털이 낙점됐다.
얌브랜드의 크리스 터너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거래를 통해 회사는 KFC와 타코벨 등 성장성이 높은 브랜드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며 "피자헛 역시 외식 산업 전문성을 갖춘 새로운 소유주 아래에서 미래 성장을 위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얌브랜드는 이번 매각을 통해 약 23억 달러 규모의 순수익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신 브랜드 분리 과정에서 약 8500만 달러의 일회성 비용이 발생할 전망이다.
새 주인이 된 롱레인지 캐피털은 외식 브랜드 정상화 경험을 보유한 투자회사다. 미국 샌드위치·햄버거 체인 아비스(Arby's) 경영 개선에 참여한 이력이 있다.
롱레인지 측은 "피자헛은 풍부한 역사와 강력한 브랜드 인지도를 가진 세계적인 브랜드"라며 "경영진과 가맹점주들과 협력해 다음 성장 단계를 이끌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국내 피자헛은 어떻게 운영되나
현재 피자헛은 전 세계 100여 개 국가에서 약 2만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미국 다음으로 큰 시장으로 전체 매출의 약 19%를 차지한다. 중국 사업이 별도 거래로 진행된 것도 이런 영향력 때문이다.
국내 피자헛도 최근 몇 년간 적지 않은 변화를 겪었다. 한국피자헛은 가맹점주들과의 갈등과 경영난 속에 지난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고 올해 6월부터는 새 운영법인인 PH코리아가 국내 사업을 넘겨받아 운영하고 있다. 기존 한국피자헛 법인은 회생 및 청산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국내 매장 운영과 가맹사업은 PH코리아가 맡고 있다.
이번 매각은 글로벌 본사 차원의 결정이지만 한국 시장 역시 성장 둔화와 외식업 경쟁 심화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세계 최대 피자 체인으로 불렸던 브랜드가 글로벌 구조조정에 나선 가운데 국내 사업 역시 새로운 운영 체제 아래에서 재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세계 최대 피자 체인이었던 브랜드가 매각되는 순간은 단순한 기업 거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한때 세계 외식업계를 상징했던 빨간 지붕의 피자헛이 새로운 주인 아래에서 어떤 변화를 보여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