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에 코로나 위기까지 겪었는데…전국의 MZ 세대들이 알아서 찾아와 지갑 여는 '이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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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 전통시장, MZ세대 인증 문화로 부활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대구 서문시장을 검색하면 관련 게시물만 40만 건을 훌쩍 넘어설 정도로 세대를 막론하고 전국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지방 전통시장들이 전반적인 침체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서문시장의 이러한 역주행은 대단히 이례적인 사회 현상으로 주목받는다. 지난 2016년 4지구 대형 화재로 건물이 전면 철거되는 위기를 맞았고, 2020년에는 코로나19 여파로 500년 역사상 처음으로 엿새 동안 문을 닫는 대형 시련을 겪었던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활기는 기적에 가까운 변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의 배경으로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한 경험 소비와 인증 문화를 꼽는다. 젊은 소비층이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행위를 넘어 공간이 주는 독특한 분위기와 특별한 경험을 즐기고, 이를 SNS에 공유해 만족감을 얻는 트렌드가 서문시장의 역동적인 환경과 맞물려 시너지를 낸 결과다.
서문시장 부활의 첫 신호탄은 지난 2016년 시작됐다. 당시 전국 최대 규모로 개장한 야시장은 오후 5시만 되면 어두워지던 전통시장의 풍경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야시장이 MZ세대의 필수 방문 코스이자 이른바 '봄밤의 성지'로 자리 잡으면서 대구를 찾는 외지 관광객과 외국인 여행객들을 끌어모으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이러한 밤의 열기는 최근 낮시장으로까지 이어지며 제2의 도약을 가속화하고 있다.
시장 1지구와 2지구 사이에 현대식 아케이드가 설치되면서 날씨에 구애받지 않는 쾌적한 환경이 조성되었고, 길거리를 따라 창의적인 노상 간식 매장들이 대거 늘어났다. 기존에 주로 수산물을 취급하던 2지구 지하 공간 역시 트렌디한 맛집들로 채워지면서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시장을 자주 찾는다는 대구 수성구 거주 주부 최 모 씨는 워낙 사람이 많아 아이들을 등교시킨 뒤 일찌감치 시장에 온다며, 전통적인 인기 메뉴인 칼국수와 삼각만두뿐만 아니라 땅콩빵, 이색 호떡, 도넛, 빙수, 김밥 등 독특한 먹거리가 무궁무진하다고 전했다. 경북 안동에서 왔다는 직장인 김 모 씨는 이곳에 오면 앙꼬절편, 고메돈가스, 칼볶이, 쫀득감자 등 창의적인 신메뉴가 끊임없이 등장해 마치 'K-간식의 실리콘밸리' 같다며,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맛을 경험할 수 있어 늘 새롭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먹거리 외에 젊은 층의 발길을 붙잡는 또 다른 결정적 요인은 '나만의 개성'을 중시하는 초개인화 소비 트렌드다. 기성품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표현하려는 욕구가 전통시장의 상품 구성을 변화시켰다. 요즘 학생들과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볼펜 꾸미기나 키캡 꾸미기 등 아기자기한 DIY 부자재를 판매하는 매장들이 시장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서문시장 2지구에 70여 개 매장이 밀집해 형성된 홈패션 수선타운은 이러한 커스터마이징 트렌드가 낳은 대표적인 명소다.
소비자가 시장 내에서 직접 골라온 원단을 가져오면 원하는 형태대로 커튼, 침구류, 의류 등을 맞춤 제작해 주는데, 자신만의 독창적인 제품을 원하는 단골 고객들이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고 있다. 이곳 상인들은 나만의 개성을 찾으려는 이들이 전국에서 단골로 유입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처럼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니즈에 발맞춰 창의적인 상품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끊임없이 선보인 청년 상인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시장의 구성원 자체가 젊어진 것이 역주행의 핵심 비결이다.
이처럼 먹방과 체험으로 촉발된 서문시장의 활황은 소매업 등 시장 전체의 상권 활성화로 확산하고 있으며, 이는 객관적인 통계 수치로도 명확히 증명된다. 대구 도시철도 3호선 서문시장역과 바로 연결되는 편리한 교통 인프라를 갖춘 서문시장은 현재 1지구, 2지구, 4지구, 5지구, 동산상가, 건해산물 상가 등 총 6개 지구에 4000여 개의 점포가 입주해 있다. 대구시가 현대카드의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시장의 주력 업종인 소매업과 음식점업의 지난해 매출은 각각 769억 7900만 원과 342억 8000만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8.8%와 25.4%씩 눈에 띄게 성장했다.
특히 음식점업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는데, 올해 2월까지 두 달 동안 집계된 매출액만 57억 1600만 원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 증가했으며, 2024년 동기와 비교하면 무려 64%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정희 대구시 민생경제과장은 서문시장의 부활은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나만의 개성을 표현하려는 소비자들의 욕구에 대응해 창의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끊임없이 내놓은 청년 상인들의 유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