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은 놔두면서 왜 코인만...가상자산 과세 제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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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명 투자자 vs 정부, 가상자산 과세 폐지 놓고 본격 충돌
주식은 비과세인데 암호화폐만 22% 세금? 형평성 논쟁 가열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가상자산(암호화폐) 과세를 둘러싸고 정치권과 투자자들 사이의 논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예정대로 과세를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국회 국민청원에 5만 명이 넘는 동의가 몰리면서 과세 폐지 여부가 국회 정식 안건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21일 국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는 원 구성이 마무리된 뒤 열리는 첫 전체회의에서 '가상자산 과세 폐지에 관한 청원'을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할 예정이다. 해당 청원은 지난달 13일 공개된 뒤 불과 8일 만에 국회 심사 기준인 5만 명 동의를 넘기며 관심을 모았다.
국회법에 따르면 일정 기준 이상의 동의를 받은 국민청원은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된 후 30일이 지난 시점 이후 처음 열리는 회의에서 반드시 상정해야 한다. 해당 청원은 지난달 21일 재정경제기획위원회로 회부됐기 때문에, 법 규정상 조만간 열리는 첫 회의에서 공식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논란의 핵심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 제도다. 현행 소득세법은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해 얻은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고 있다. 연간 250만 원을 초과하는 수익에 대해 기타소득세 20%와 지방소득세 2%를 합쳐 총 22% 세율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이미 과세를 전제로 행정 준비에 들어간 상태다. 국세청 역시 관련 시스템 구축과 신고 절차 마련을 진행 중이며, 2028년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부터 실제 신고가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기획재정부 역시 여러 차례 공개 토론회와 공식 발언을 통해 예정대로 과세를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투자자들과 야권에서는 형평성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이후 일반 개인투자자의 국내 주식 투자 수익은 사실상 비과세 상태가 됐는데, 가상자산에만 별도 과세를 적용하는 것이 공정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특히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가 1000만 명을 훌쩍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상황에서 투자자 반발도 적지 않은 분위기다.
실제로 가상자산 과세는 한국에서 오랜 기간 논란이 이어져 온 사안이다. 당초 2022년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시장과 업계의 준비 부족, 과세 인프라 미비 등을 이유로 여러 차례 유예됐다. 이번이 사실상 세 번째 연기 이후 예정된 시행 시점인 셈이다.
업계에서는 과세 자체보다도 제도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상자산의 법적 성격이 아직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세만 먼저 도입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다. 스테이블코인, 토큰증권, 디파이(DeFi) 등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자산이 빠르게 등장하는 상황에서 무엇을 과세 대상으로 볼 것인지조차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현재 가상자산이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주식이나 펀드처럼 금융투자상품으로 인정받지 못한 상태에서 과세만 별도로 이뤄질 경우 투자자들이 체감하는 형평성 논란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손실 이월공제나 금융투자상품 수준의 세제 혜택도 적용받지 못하는 만큼 불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가상자산 과세 논쟁의 핵심 중 하나는 해외 주요 국가와의 비교다. 미국의 경우 가상자산을 자산(Property)으로 간주해 매매차익에 세금을 부과한다. 독일은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비과세 혜택을 주고 있으며, 일본은 종합과세 체계를 적용해 최고 세율이 한국보다 훨씬 높은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다. 국가마다 과세 방식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어느 제도가 절대적으로 옳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공통적으로 강조되는 것은 예측 가능성과 제도 안정성이다. 투자자들이 어떤 거래에 얼마의 세금이 부과되는지 명확히 알 수 있어야 하며, 과세 기준이 자주 바뀌지 않아야 시장 혼란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시장에서는 시행, 유예, 폐지 가능성이 동시에 거론되면서 오히려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변수는 정부의 세법 개정안과 국회 논의다. 기획재정부는 다음 달 세법개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며,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도 국민청원 안건을 본격적으로 심사하게 된다. 여기에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경제 정책 방향이 추가로 제시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쟁점은 단순히 세금을 걷느냐 마느냐가 아니다. 투자자 보호 제도와 디지털자산 관련 기본법 정비, 과세 인프라 구축, 금융상품과의 형평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1326만 명에 달하는 투자자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인 만큼, 가상자산 과세를 둘러싼 논쟁은 하반기 경제·정치권의 주요 이슈 가운데 하나로 부상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