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맞은 시민 버려두고 떠난 경찰…법원 “3억 5000만원 배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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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가족이 범인 제압…출동 경찰 2명은 현장 이탈
법원 “국가·경찰 공동 책임” 인정, 3억5000만원 배상 판결
출동 경찰이 흉기 난동 현장을 떠나 논란이 됐던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국가와 당시 경찰관들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경찰관 밀치고 올라가는 흉기난동 피해자 A 씨의 남편 / 연합뉴스]](https://cdnweb01.wikitree.co.kr/webdata/editor/202606/22/img_20260622072539_edd16793.webp)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민사13부(재판장 신종환)는 2021년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 피해자인 40대 여성 A 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국가와 사건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 2명이 공동으로 약 3억 50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피해자 측은 국가를 상대로 약 2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이 가운데 일부를 인정했다.
이번 판결은 경찰의 현장 대응 실패가 피해 확대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판단한 데 의미가 있다. 법원은 이미 형사재판에서 직무유기 혐의가 인정된 경찰관들의 대응이 적절하지 않았다고 보고 국가 역시 사용자 책임과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경찰관들이 범행을 제지하거나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상황에서 현장을 이탈했고 그 결과 피해자가 중상을 입게 됐다는 점이 배상 책임 인정의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경찰 떠난 사이 벌어진 참극
사건은 2021년 11월 15일 오후 4시 50분께 인천 남동구 서창동 한 빌라에서 발생했다.
당시 4층에 살던 50대 남성 이 모 씨는 층간소음을 이유로 아래층에 살던 A 씨 가족과 갈등을 빚고 있었다. 이 씨는 "문 닫는 소리가 시끄럽다"며 A 씨 집을 찾아가 소란을 피웠고 112 신고를 받은 경찰관 2명이 현장에 출동했다.
경찰은 이 씨를 일단 귀가 조치했지만 상황은 곧 다시 악화됐다. 이 씨는 흉기를 들고 A 씨 집을 재차 찾아갔고 가족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
당시 집 안에는 피해자 A씨와 딸 그리고 출동한 20대 순경이 있었다. 해당 경찰관은 테이저건과 삼단봉을 소지하고 있었지만 지원 요청을 하겠다며 1층으로 내려간 것으로 조사됐다.
그 사이 A 씨는 목과 머리 등을 흉기에 찔려 중상을 입었다. 이후 뇌수술까지 받아야 할 정도로 큰 피해를 입었다.
빌라 밖에서 다른 경찰관과 함께 있던 A 씨 남편은 비명 소리를 듣고 곧바로 집 안으로 뛰어 올라갔다. 반면 경찰관 2명은 건물 밖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가해자는 경찰이 아닌 피해자 가족들에 의해 제압됐다.

사건 이후 공개된 CCTV 영상은 전국적인 공분을 불러왔다. 영상에는 피해자 가족이 급히 현장으로 향하는 모습과 달리 경찰관들이 건물을 빠져나가는 장면이 담겼다. 피해자가 흉기에 찔리는 상황을 목격하고도 경찰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 2명은 해임됐다. 이들은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돼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이들이 경찰관으로서 범죄를 제지하고 시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가해자 이씨는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며 대법원에서 징역 22년형이 확정됐다.
"공권력 신뢰 무너뜨린 사건"

피해자 가족은 사건 직후부터 경찰의 대응을 강하게 비판해왔다.
피해자의 여동생은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경찰의 안일한 대응 때문에 가족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CCTV에 경찰관들이 현장을 떠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며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피해자의 남편 역시 별도 청원을 통해 사건은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사고라고 주장했다. 그는 첫 번째 신고 당시 경찰이 가해자의 위험성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고 두 번째 신고 때는 현장에 있던 경찰관 2명 모두가 사실상 자리를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또 아내를 간병해야 하는 상황에서 생계까지 위협받고 있다며 국가의 책임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피해 가족은 치료비와 생활비 부담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
피해자를 대리한 법무법인 LKB평산 김민호 변호사 등 대리인단은 이번 판결 직후 입장문을 내고 "이 사건은 경찰 공권력에 대한 국민 신뢰를 무너뜨린 결정적 사건"이라며 "법원이 공권력의 책임에 엄중한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대리인단은 피해 규모와 후유장애 등을 고려하면 인정된 배상액은 아쉬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범죄 현장에서 경찰의 부실 대응으로 피해가 확대된 경우 국가 역시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점을 재확인한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할 공권력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했을 때 어떤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보여준 판결이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