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터당 2000원 돌파한 경유…당장 오늘부터 '이곳' 가면 더 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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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너지의 사후정산 폐지, 투명한 유가 결정 체계 도입
초고유가 시대 영세 운송업자 위한 경유 50원 인하
SK에너지가 정유업계 최초로 주유소 공급가격을 주 단위로 사전 고지하고 기존 사후정산 제도를 전면 폐지하는 한편 고유가에 시름하는 생계형 운수 사업자를 위해 경유 판매가격을 리터당 50원 한시적으로 인하한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시스템 오피넷 공시에 따르면 23일 기준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2008.23원을 기록하며 2000원대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전일 대비 0.25원 하락한 수치지만 여전히 소비자 체감 물가에는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2050.14원으로 전국 평균을 훌쩍 넘겼다.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최저가는 1929원 최고가는 2698원으로 유통망과 지역에 따라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실정이다. 산업 현장과 물류의 핵심 연료인 경유의 가격 상승세도 매섭다. 같은 날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은 리터당 2002.16원으로 전일보다 1.05원 내렸음에도 2000원 선을 굳건히 유지했다. 서울의 경유 평균 가격은 2037.50원으로 조사됐으며 최저가는 1949원 최고가는 2680원이다.
이러한 초고유가 국면 속에서 유통 시장의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해 SK에너지가 새로운 석유제품 공급가격 체계를 꺼내 들었다. 핵심은 주유소와 대리점 등에 기름을 넘길 때 적용해 온 사후정산 제도의 폐지다. 사후정산은 정유사가 석유제품을 주유소에 먼저 공급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 시장 가격 변동분을 종합해 최종 결제액을 확정하는 업계의 오랜 관행이다. 국제유가 변동성을 반영한다는 명분이었으나 일선 주유소는 정확한 매입 원가를 모른 채 기름을 팔아야 했고 이는 결국 소비자 판매가격의 불확실성으로 이어졌다. 신규 체계가 도입되면 명확한 기준과 표준화된 거래 조건에 따라 일주일 단위로 공급가가 미리 정해진다. 주유소는 매입 가격을 사전에 정확히 인지할 수 있어 무리한 가격 인상을 자제하게 되고 시장 전체의 가격 예측 가능성이 높아진다.
경유 가격이 리터당 2000원을 돌파하며 생존의 위협을 받는 영세 사업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책도 가동된다. SK에너지는 23일부터 한시적으로 차량용 경유 판매가격을 리터당 50원씩 인하한다. 화물차와 배송 차량 등 생계형 운송 수단에 주로 쓰이는 경유의 특성을 고려한 핀셋 지원이다. 전국 73개 직영 주유소는 판매가격을 즉각 50원 낮추고 일반 자영 주유소 역시 동일한 가격 인하 혜택을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본사 차원에서 지원금을 내려보낸다. 이번 조치는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시행 중인 석유 최고가격제가 종료되는 시점까지 최장 한 달간 유지된다. 현재 서울 지역 경유 평균가가 2037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50원 인하가 현장에 적용되면 화물 기사들의 월평균 유류비 부담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앞서 전국 유통망에 매월 200억 원 규모의 위기 극복 지원금을 투입하기로 한 결정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파격적인 유통망 개선과 가격 할인의 이면에는 지정학적 위기와 사회적 압박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지난 4월 중동 지역의 무력 충돌이 격화되면서 유가가 급등하자 정유사의 초과 이익과 유통 구조에 대한 정치권의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국회와 정부 부처가 주도한 사회적 대화 끝에 정유사와 주유소 간 상생 협약이 체결됐고 이번 사후정산 폐지와 사전 고지 제도는 해당 합의를 이행하는 첫 구체적 성과다. 단기적인 가격 인하를 넘어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에너지 공급망의 체질 개선도 병행한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위험에 대비해 원유 수입처 다변화에 속도를 낸다. 전체 수입량의 약 70%를 차지하는 중동산 원유 비중을 향후 50%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끌어내리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중동 외 지역의 대체 원유를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정제 설비 고도화 투자를 단행한다.
전국 휘발유가 2008원 경유가 2002원을 기록하는 등 서민 경제를 위협하는 밥상 물가의 핵심에는 불안정한 기름값이 자리하고 있다. 업계 1위 기업이 단기적인 이윤을 양보하고 투명한 공급망 확보와 에너지 안보 강화라는 정공법을 택한 것은 의미가 크다. 이번에 도입된 명확한 주 단위 고지 시스템과 50원 할인 지원책이 일선 주유소의 판매 가격 하락을 이끌어내 유통 시장 전반의 체질을 바꾸는 기폭제가 될 수 있을지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