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 여가수에서→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 입성…'역대급' 근황으로 난리 난 한국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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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한 역할의 완성, 한국 배우 첫 브로드웨이 '시카고' 무대 진출
미국 브로드웨이 대표 뮤지컬 '시카고' 무대에 올라서는 스타가 있다. 한국 배우로서는 처음이다.

이 역대급 상황의 주인공은 바로 가수 겸 뮤지컬 배우 아이비다.
23일 서울시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아이비는 브로드웨이 진출 소감을 전했다. 이 자리에는 신시컴퍼니 프로듀서 박영성도 함께 참석해 아이비의 결정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12년을 한 우물에…한국 배우로서 처음 도전
아이비는 2012년부터 2024년까지 무려 12년간 한국 프로덕션의 뮤지컬 '시카고'에서 '록시 하트' 역을 맡아왔다. 6개의 시즌을 거치며 이 역할을 완성해낸 지점에서 그는 새로운 기회를 맞이했다. 이제 같은 역할을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펼치게 됐다. 이는 단순한 해외 공연 참여가 아니라 한국 뮤지컬 배우가 브로드웨이라는 세계 최고의 무대에 진출하는 첫 사례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박 프로듀서는 "아이비 배우의 브로드웨이 진출 자체가 한국 뮤지컬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그는 "예전부터 우리나라 주연급 배우들은 세계 어느 시장에 내놔도 세계적인 기량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해왔다"고 덧붙였다. 또한 "신시컴퍼니는 다리를 놔주고 서포트한 역할만 했고, 아이비 배우의 결심과 노력이 이 결과를 만들어냈다"며 아이비의 열정과 도전정신에 박수를 보냈다.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오래 공연되는 '시카고'
'시카고'는 단순한 뮤지컬이 아니다. 1997년 브로드웨이에 올려진 이래 현재까지 공연이 계속되고 있으며,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오래 무대에 오르고 있는 작품이다. 초연 당시 토니상 최우수 뮤지컬 리바이벌상을 포함한 6개 부문을 석권했고, 그래미상 최우수 뮤지컬 앨범상도 수상한 경력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작품에 한국 배우가 진출한다는 것은 국내 뮤지컬 산업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한국의 뮤지컬 창작과 배우 양성 수준이 브로드웨이 수준에 도달했다는 의미와 같다. 더불어 아이비가 한국에서 12년을 한 역할로 다져낸 깊이와 경험이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도 인정받을 만큼의 기량을 갖춰야 가능한 일이다.
"대한민국 뮤지컬 배우를 대표해서 가는 거니까"
아이비는 브로드웨이 진출에 대해 "한 우물을 오랜 시간 팠더니 엄청난 기회가 찾아왔고, 많은 분의 도움으로 뮤지컬 본고장에서 공연할 기회를 얻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 말에는 12년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게 된 데 대한 감사와 설렘이 담겨 있다.
특히 아이비는 "대한민국 뮤지컬 배우를 대표해서 가는 거니까 많은 책임감과 부담감도 느껴진다"고 강조했다. 이는 개인의 무대 진출을 넘어 한국 뮤지컬 전체의 위상을 걸고 도전하겠다는 결연한 자세를 드러낸다. 동시에 그는 "브로드웨이에서는 배우와 스태프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호기심도 많아진다"며 배우로서의 성장 기회를 기대했다. 아이비는 "제가 잘 경험하고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12년간 '록시 하트'를 완성한 깊이
2012년 첫 출연부터 올해까지 '시카고' 한국 프로덕션을 통해 '록시 하트' 역을 6개 시즌이나 반복했다는 것은 단순히 많은 공연 횟수를 뜻하지 않는다. 이는 배우가 하나의 역할을 얼마나 깊이 있게 파고들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매 시즌마다 쌓여나간 경험과 이해, 그리고 캐릭터 표현의 미묘한 차이들이 축적되면서 아이비의 '록시 하트'는 한국 무대에서 하나의 기준점이 돼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깊이가 없었다면 브로드웨이라는 국제적 무대로의 진출은 불가능했을 가능성이 높다. '시카고'의 프로듀서나 캐스팅 담당자들도 아이비의 12년간의 경력과 그 역할에 대한 이해도를 높게 평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 뮤지컬 시장에서는 실적과 경력을 가장 객관적인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한국 뮤지컬 인프라의 성장 신호
아이비의 브로드웨이 진출은 단순히 개인의 성공이 아니라 한국 뮤지컬 산업의 성장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과거 한국 배우들이 브로드웨이에 진출하는 것은 거의 전무했다. 그것이 이제 가능해졌다는 것은 한국의 뮤지컬 교육과 창작, 그리고 배우 양성 시스템이 국제 수준에 도달했다는 증거다.
더욱이 '시카고' 같은 대표작의 무대에 한국 배우가 올라설 수 있다는 것은 국제 뮤지컬 시장에서 한국을 인정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브로드웨이는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기준으로 배우를 선발하는 무대다. 아이비가 그 기준을 통과했다는 것 자체가 한국 뮤지컬 배우의 국제 경쟁력을 증명하는 것이다.
앞으로 아이비의 브로드웨이 무대가 다른 한국 배우들의 국제 진출에도 영감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의 성공 경험이 쌓이면서 한국의 다른 재능 있는 배우들도 국제 무대로 나아갈 길이 더욱 넓혀질 가능성도 높다. 이는 한국 뮤지컬 산업 전체의 위상 제고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카고' 매력을 완성하는 '5가지' 관전 포인트
아이비가 무대에 올릴 뮤지컬 '시카고'는 1920년대 재즈 선율이 흐르는 미국 시카고를 배경으로 한다. 살인을 저지르고도 스타가 되기를 꿈꾸는 인물들의 욕망을 그린 이 작품은 화려한 무대 장치 뒤에 숨겨진 인간의 탐욕과 언론의 속성을 날카롭게 풍자한다. 브로드웨이 사상 가장 오래 공연되고 있는 미국 뮤지컬이라는 대기록을 이어나가고 있는 '시카고'의 핵심 관전 포인트를 역순으로 살펴보자.
5순위. 올 타임 레전드 넘버들
'All That Jazz'는 벨마 켈리가 콘트라베이스 리듬에 맞춰 부르는 오프닝 곡으로, 관객들을 1920년대 시카고의 어두운 밤거리로 초대한다. 'Razzle Dazzle'은 빌리 플린이 법정을 하나의 거대한 서커스 쇼로 비유하며 부르는 곡이다. 'Roxie'는 주인공 록시 하트가 자신의 이름을 딴 독무대를 꿈꾸며 부르는 사랑스러우면서도 야망이 담긴 넘버다. 인트로의 서늘한 트럼펫 소리만 들어도 온몸에 전율이 돈다.
4순위. 언론과 사법부를 향한 통쾌한 풍자
'시카고'의 스토리는 가볍지 않다. 자극적인 사연만을 쫓는 황색 언론과 돈만 주면 살인범도 무죄로 만들어버리는 스타 변호사 빌리 플린의 모습을 통해 현대 사회의 모순을 통렬하게 꼬집는다. 빌리 플린이 기자회견에서 록시 하트를 무릎에 앉히고 복두술사처럼 대신 말하는 장면 'We Both Reached for the Gun'은 언론을 조롱하는 이 작품의 최고의 명장면이다. 1920년대를 배경으로 지어졌지만, 자극적인 이슈에 열광하고 본질을 흐리는 현대의 미디어 환경과도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어 깊은 여운을 남긴다.
3순위. 블랙 앤 미니멀리즘의 미학
대형 뮤지컬 특유의 화려한 세트 전환이나 시시각각 바뀌는 의상을 기대했다면 신선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시카고'는 극도로 단순한 무대 구성을 자랑한다. 배우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몸의 실루엣이 드러나는 검은색 망사, 시스루, 가죽 소재의 의상 한 벌만 입고 무대를 누빈다. 특별한 무대 장치 없이 오직 조명의 색감과 각도 변화만으로 감옥, 법정, 기자회견장 등을 영리하게 표현해낸다. 오롯이 배우의 연기와 안무에만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2순위. 무대 중앙을 차지한 14인조 빅밴드 오케스트라
일반적인 뮤지컬이 오케스트라를 무대 아래 오케스트라 피트에 숨기는 것과 달리, '시카고'는 오케스트라를 무대 한가운데 당당히 배치한다. 1920년대 시카고의 클럽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계단식 무대에서 14인조 빅밴드가 라이브로 웅장한 재즈 음악을 연주한다. 지휘자는 단순히 음악만 지휘하는 것이 아니라 극 중간중간 배우들과 대사를 주고받거나 소품을 건네는 등 극의 일원이 돼 유쾌한 재미를 선사한다.
1순위. 밥 포시의 스타일리시한 안무
'시카고'를 정의하는 가장 큰 키워드는 바로 전설적인 안무가 밥 포시다. 그의 독창적인 안무 스타일은 이 작품의 정체성 그 자체다. 화려하고 큰 동작 대신 손가락 끝의 까딱임, 어깨의 미묘한 들썩임, 모자를 이용한 각도 조절 등 미니멀하면서도 극도의 관능적인 분위기를 자극한다. 중절모, 지팡이, 의자를 활용한 안무가 돋보인다. 특히 여죄수들이 등장하는 'Cell Block Tango'에서 의자를 활용한 칼군무는 감탄을 자아낸다.

'시카고'는 웅장한 세트나 판타지적 요소 없이도 배우들의 탄탄한 기량과 재즈 음악, 날카로운 메시지만으로 관객을 완벽하게 홀리는 쇼 비즈니스의 정석 같은 작품이다. 아이비가 한국 배우로서 처음 무릎을 쓰게 될 이 무대는 그만큼의 기량과 노력을 요구하는 역할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