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적십자사 회장 선출' 두고 논란 확산... 국힘서도 반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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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아 “이런 것이 실용이냐”... 조국혁신당 “이 대통령, 인준 거부해야”

조국혁신당이 대한적십자사 회장으로 선출된 인요한 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인준을 거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인요한 전 국민의힘 의원 / 뉴스1
인요한 전 국민의힘 의원 / 뉴스1

24일 조국혁신당에 따르면 박병언 선임대변인은 전날 서면 브리핑에서 "인 전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슴으로 이해한다'며 계엄을 옹호하고 탄핵을 반대해 온 인사"라며 "이 대통령은 인요한 대한적십자 총재(회장) 인준 거부를 검토해 달라"고 밝혔다.

박 선임대변인은 "인 전 의원은 대한적십자 총재로 선출된 후 이날(23일) '12·3 계엄은 불법이고 잘못'이라는 입장을 밝혔다"며 "과거 잘못이 있더라도 지금 국민들이 바라는 길에 선다면 환영하고 함께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전제는 영전과 이익을 약속받기 전이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인 전 의원이 대한적십자 총재로 선출되기 전에 계엄에 대해 과거 지지 발언을 철회한다고 밝혔다면 통합의 대상으로 함께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영전과 이익을 약속받은 뒤에 하는 사과는 영전과 이익이 종료되면 다시 없던 것으로 되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대한적십자사 회장은 적십자사 조직법에 따라 중앙위원회 의결로 선출된 뒤 명예회장인 대통령의 인준을 거쳐 취임한다. 적십자사 조직법 제15조는 적십자사 임원으로 회장 1명과 부회장 2명, 재정감독 1명을 두고 이들 임원과 고문을 중앙위원회에서 선출하되 회장만은 중앙위원회 선출 이후 대통령 인준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명예회장은 대통령이, 명예부회장은 국무총리가 맡는다. 회장 임기는 3년이다.

인요한 전 국민의힘 의원 / 뉴스1
인요한 전 국민의힘 의원 / 뉴스1

적십자사는 지난 22일 중앙위원회 의결을 통해 국민의힘 의원 출신인 인 전 의원을 제32대 회장으로 선출했다고 밝혔다. 인 전 의원은 이 대통령 인준을 거쳐 회장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인 전 의원은 전날 '대한적십자사 회장 선출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며 "인도주의 사업은 130년간 저의 선조들이 걸어오신 길이자, 제가 평생 의사로 살아오면서 늘 헌신하고 싶었던 분야"라고 밝혔다.

그는 "대한적십자사는 정치와 무관하게 순수한 인도주의를 실천하는 기관"이라며 "그 회장은 혈액 사업을 통해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소외된 이웃을 보듬으며, 어려움에 처한 북한 동포 지원과 인도주의적 국제 협력을 위해 가장 낮은 곳에서 세심하게 살피는 자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평범한 시민이자 의사인 저를 이 자리에 선출해 주신 것은,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전문성을 살려 우리 사회를 적십자 정신으로 더욱 따뜻하게 만들고 국민 통합에 기여하라는 소명으로 믿는다"고 했다.

'친윤 인사'라는 비판에 대해 인 전 의원은 "불법 계엄으로 초래된 헌정질서 훼손과 국민적 불행에 대해 천 가지 말 대신 '의원직 사퇴'라는 하나의 행동으로 소신을 실천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국회의원직을 스스로 내려놓고 평범한 시민이자 본업인 의사로 돌아왔다"며 "12·3 불법 계엄과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진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정치가 국민을 고통스럽게 하고 국가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생각에 내린 결단이었다"고 강조했다. 또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외신기자들의 통역을 맡았다는 이유로 오랜 기간 경찰의 감시를 받으며 고초를 겪었기에, 헌정질서를 무너뜨리는 잘못된 계엄이 얼마나 큰 국가적 불행을 초래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고 했다.

정치권과 노동계에선 반발이 이어졌다.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인 전 의원은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슴으로 이해한다'고 말했고 탄핵에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며 "그런 인물을 회장으로 임명하는 것이 과연 이번 정부가 말하는 '내란 청산'이고 '실용'인지 묻고 싶다"고 적었다.

보건의료·시민사회단체 40여개가 참여하는 무상의료운동본부도 성명을 내고 "인요한 전 국민의힘 의원을 적십자사 회장으로 선임하는 것은 분노스럽고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며 "이 대통령은 인준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그는 친윤 인사일 뿐 아니라, 의료 민영화와 영리병원 도입을 주장한 친기업·시장주의자"라고 주장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별도 성명에서 "인 전 의원은 국민건강보험 공적 성격에 비판적 입장을 보이고 민간 의료보험과 영리병원 도입 필요성을 언급해 의료 민영화 논란을 불러온 인물"이라며 "혈액 사업과 적십자병원, 재난구호를 책임지는 인도주의 보건의료기관인 적십자사 수장으로 적합한지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적십자사 중앙위원회의 선출 결정 철회와 대통령 인준 중단을 함께 요구했다.

인 전 의원은 1959년 전북 전주시에서 태어나 연세대 의대를 거쳐 고려대에서 의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7년 서양인 최초로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한 뒤 연세대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총재 등을 지냈다. 한국형 구급차 개발과 대북 의료지원 활동 등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특별귀화 1호' 대상자로 선정됐다. 19세기 미국에서 온 유진 벨 선교사의 증손자다. 그의 가문은 4대째 한국에 뿌리를 내리고 교육·의료 활동을 해왔다.

인 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인수위원회에서 국민대통합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고,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해 당 혁신 작업을 이끌었다. 정계 진출 전에는 북한을 29번 방문해 선조가 설립한 유진벨재단을 통해 결핵 퇴치 등 대북 인도주의 협력을 펼쳤다.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의원직을 사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