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낮다고 얕봤다간 큰일…순식간에 해안가 삼키는 '이 파도'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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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가 덮치는 너울성 파도, 맑은 날에도 방심은 금물

본격적인 여름 더위가 시작되면서 해수욕장 등 해안가를 찾는 방문객이 늘고 있다. 그러나 피서객이 몰리는 시기와 맞물려 너울성 파도로 인한 인명 피해가 잇따르면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동해지방해양경찰청 등에 따르면 너울성 파도가 이어진 지난 6일부터 7일까지 강원과 경북 동해안에서 연안 사고 18건이 발생했다. 여름철 바다는 물놀이와 해안 산책을 즐기기 좋지만, 예고 없이 밀려드는 큰 파도 앞에서는 순식간에 사고 현장으로 바뀔 수 있다.

동해중부전해상에 풍랑경보가 내려진 21일 강릉 경포해변에 강한 너울이 일고 있다. / 연합뉴스
동해중부전해상에 풍랑경보가 내려진 21일 강릉 경포해변에 강한 너울이 일고 있다. / 연합뉴스

먼바다에서 시작돼 해안까지 밀려오는 긴 파도

너울성 파도는 흔히 해안가에서 바로 만들어지는 파도와 성격이 다르다. 가까운 바다에서 부는 바람 때문에 즉각적으로 생긴 파도가 아니라, 먼바다에서 강한 바람이나 저기압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물결이 긴 거리를 이동해 해안까지 도달하는 현상이다. 바람이 잦아든 뒤에도 파도 에너지는 바다를 따라 이동할 수 있어, 해안에서는 날씨가 맑고 바람이 약해 보여도 큰 파도가 갑자기 들이칠 수 있다.

일반적인 풍랑은 비교적 짧은 간격으로 거칠게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너울은 파도와 파도 사이의 간격인 주기가 길고, 파장이 긴 특징을 보인다. 겉으로 보기에는 파도 마루가 둥글고 완만해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에너지는 작지 않다. 특히 긴 주기의 파도는 해안 가까이 접근하면서 수심 변화와 지형의 영향을 받아 갑자기 높아질 수 있다. 낮아 보이던 물결이 방파제나 갯바위 앞에서 한순간에 솟구치는 이유다.

너울은 '멀리서 온 파도'라는 점 때문에 더 위험하다. 해안에 있는 사람은 먼바다 상황을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 현장에서는 바람이 세지 않고 하늘이 갠 것처럼 보여도, 이미 다른 해역에서 만들어진 파도가 시간차를 두고 밀려올 수 있다. 이 때문에 너울 사고는 날씨가 나쁜 경우에만 발생하지 않는다. 오히려 '괜찮겠지'라는 방심이 사고를 키우는 경우가 많다.

[인포그래픽]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인포그래픽]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방파제·갯바위가 가장 위험하다

너울성 파도의 위험성은 파도의 높이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파도 높이가 아주 커 보이지 않아도 주기가 길면 더 많은 물이 한꺼번에 밀려오고, 해안 구조물이나 바위에 부딪힐 때 강한 힘을 낸다. 방파제 위나 갯바위 가장자리에 서 있던 사람이 한 차례 파도에 균형을 잃으면 그대로 바다로 추락할 수 있다. 물에 젖은 콘크리트와 바위는 미끄럽기 때문에 발을 딛고 버티기도 어렵다.

특히 방파제와 테트라포드는 너울 사고에 취약하다. 방파제는 파도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구조물이지만, 큰 너울이 들어오면 파도가 구조물을 넘어 사람 쪽으로 덮칠 수 있다. 테트라포드는 표면이 둥글고 틈이 깊어 한 번 빠지면 스스로 빠져나오기 어렵다. 파도에 휩쓸린 사람이 구조물 사이로 떨어지면 구조대가 접근하기도 쉽지 않다. 낚시나 사진 촬영을 위해 출입 통제 구역을 넘는 행동은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갯바위도 위험하다. 너울은 일정한 간격으로 큰 파도가 섞여 들어오는 특성이 있어 잠시 잔잔해 보이다가도 갑자기 높은 물결이 밀려올 수 있다. 방문객이 짐을 정리하거나 자리를 이동하는 짧은 순간에도 사고가 날 수 있다. 바위틈에 고인 물이나 젖은 흔적은 이미 파도가 그 지점까지 올라왔다는 신호다. 이런 곳에서는 물가에 가까이 가지 말고 즉시 높은 곳이나 내륙 쪽으로 이동해야 한다.

동해안에서 특히 주의해야 하는 이유

너울은 동해, 남해, 서해 어느 해안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다만 동해안은 수심이 해안 가까이에서 비교적 급격히 깊어지는 곳이 많고, 외해에서 밀려오는 파도의 영향을 직접 받는 구간이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먼바다에서 만들어진 파도가 큰 감쇠 없이 해안으로 들어오면 방파제와 해안도로, 갯바위 주변에서 월파가 발생할 수 있다. 월파는 파도가 구조물을 넘어 도로, 산책로, 방파제 안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현상이다.

동해안 항구 주변과 해안 산책로에서는 바다를 가까이 볼 수 있어 관광객 접근이 쉽다. 그러나 너울이 유입될 때는 평소 사진 명소로 알려진 장소도 위험 구역이 된다. 파도가 방파제를 넘는 모습이나 바위에 부딪혀 솟구치는 장면을 촬영하려고 접근하면 사고 위험이 커진다. 큰 파도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첫 파도 뒤에 더 큰 파도가 이어질 수 있고, 파도가 빠져나가면서 사람을 바다 쪽으로 끌고 갈 수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자료 이미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자료 이미지.

예보·통제선 확인이 첫 안전수칙

너울성 파도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해안가 방문 전 기상 정보를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기상청은 너울 예측 정보를 통해 위험도를 관심, 주의, 경계, 위험 단계로 구분해 제공한다. 너울은 해안 활동뿐 아니라 선박 운항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예기치 못한 큰 흔들림으로 항로 이탈이나 전복 위험이 발생할 수 있어 소형 선박과 낚시어선도 특히 경계해야 한다.

해안가에서는 현장 통제를 반드시 따라야 한다. 출입 금지 안내판, 안전선, 차단 시설은 단순한 권고가 아니다. 이미 파도 위험이 확인됐거나 사고 가능성이 큰 장소에 설치된다. '잠깐만 들어갔다 나오겠다'는 판단은 위험하다. 너울은 순식간에 해안을 덮치고 힘이 강해 사람이 반응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 통제된 방파제, 방조제, 갯바위, 해안 산책로에는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

해수욕장에서도 안전요원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파도가 높아지거나 이안류, 너울 위험이 커지면 입수가 제한될 수 있다. 이때 물놀이를 강행하면 본인뿐 아니라 구조에 나서는 안전요원과 주변 사람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어린이와 노약자, 수영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파도가 잔잔해 보여도 물가 가까이 머무르지 않는 것이 좋다. 반려동물이 파도에 휩쓸렸을 때 보호자가 따라 들어가다 함께 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있어 목줄을 짧게 잡고 물가에서 거리를 둬야 한다.

[인포그래픽]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인포그래픽]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위험 신호 보이면 즉시 대피해야

너울이 들어올 때는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신호가 있다. 파도가 방파제나 갯바위를 넘거나, 물보라가 사람 키보다 높게 튀면 이미 위험한 상황이다. 바람은 약한데 파도만 크거나, 수십 초 간격으로 유난히 큰 파도가 반복될 때도 즉시 대피해야 한다. 해안 산책로 바닥이 젖어 있거나 자갈과 해초가 도로 쪽으로 밀려와 있다면 이전 파도가 그 지점까지 닿았다는 뜻이다.

기본 안전 장비인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채, 물때와 기상 상황도 확인하지 않고 갯바위나 방파제 끝으로 이동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대피가 어려운 장소인 만큼, 파도가 커지면 소지품을 챙기기보다 몸을 먼저 피해야 한다. 개인 물품이나 가방을 회수하려고 머뭇거리는 사이 더 큰 파도가 들어올 수 있다. 해안에서 사고를 목격했을 때는 직접 뛰어들어 구조하려 하지 말고 119나 해양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주변에 구명환, 로프, 부력 있는 물건이 있다면 물에 빠진 사람 쪽으로 던지고 위치를 계속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안가에서는 한 걸음 더 물러서야

너울성 파도는 여름철 해안 안전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위험 요인이다. 태풍이 직접 상륙하지 않아도, 해안에서 비바람이 거세지 않아도 먼바다에서 만들어진 파도는 시간차를 두고 찾아올 수 있다. 따라서 해안가 안전은 눈앞의 날씨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예보와 특보, 현장 통제, 안전요원 지시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가장 확실한 예방법은 위험한 장소에 가지 않는 것이다. 방파제 끝, 테트라포드, 젖은 갯바위, 통제된 해안도로는 접근할 곳이 아니다. 파도가 한 번이라도 발밑까지 올라왔다면 이미 안전거리를 벗어난 상태다. 너울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해안가에서는 바다와 가까워질수록 오히려 한 걸음 더 물러서서 경계하는 태도가 생명을 지키는 기본 수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