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중단으로 사라진 줄 알았는데… 5분 만에 전석 '매진'시키며 부활한 한국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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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원작 이념 논란 딛고 극장판으로 극적 부활

원작 소설의 이념 성향 및 체제 선전 논란으로 인해 제작 전면 중단이라는 초유의 위기를 맞았던 드라마가 마침내 영화로 재편집돼 관객들과 만난다.

영화 '스피킹 데드' 트레일러 영상 중 일부 / 'SLL_official' 유튜브
영화 '스피킹 데드' 트레일러 영상 중 일부 / 'SLL_official' 유튜브

배우 한석규와 정유미가 주연을 맡아 큰 기대를 모았던 작품 '스피킹 데드'가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공식 초청 소식과 함께 예매 시작과 동시에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초청… 5분 만에 매진

영화 '스피킹 데드'(출연 한석규·정유미·이희준·염혜란·김준한·류혜영·김유미, 제공 SLL, 공동제공 팔레트픽처스) 측은 다음 달 2~ 12일 개최되는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판타스케이프' 섹션에 공식 초청됐다고 전했다. '판타스케이프'는 장르 영화의 새로운 풍경을 제시하고 다채로운 시네마를 소개하는 부문이다. 이번 초청은 '스피킹 데드'가 가진 촘촘한 서사와 드라마적 완성도를 평단으로부터 인정받은 결과로 국내 관객들에게 작품을 처음으로 선보이는 뜻깊은 자리가 될 전망이다.

영화 '스피킹 데드' 출연 배우 한석규 / 'SLL_official' 유튜브
영화 '스피킹 데드' 출연 배우 한석규 / 'SLL_official' 유튜브

시장의 뜨거운 관심은 예매 결과로 고스란히 증명됐다. 지난 25일 오후 2시 진행된 영화제 공식 티켓 예매에서 '스피킹 데드'는 예매가 시작된 지 단 5분 만에 170석의 좌석을 모두 매진시켰다. 제작 중단과 편성 무산이라는 긴 공백기 속에서도 작품을 기다려온 대중과 영화 팬들의 기대감이 얼마나 높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국 원작 이념 논란, 안방극장 뒤흔든 뼈아픈 제작 중단

'스피킹 데드'가 극장판으로 관객과 만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작품은 본래 중국의 유명 작가 쯔진천의 사회 비판 소설인 '동트기 힘든 긴 밤(원제: 장야난명)'을 원작으로 삼고 있었다. 탄탄한 서사를 바탕으로 국내에서는 대작 16부작 드라마로 기획돼 큰 기대를 모았으나 국내 발간 및 드라마 제작 소식이 본격적으로 알려지면서 거센 이념 논란에 휩싸였다.

영화 '스피킹 데드' 출연 배우 염혜란   / 'SLL_official' 유튜브
영화 '스피킹 데드' 출연 배우 염혜란 / 'SLL_official' 유튜브

가장 큰 문제는 원작 소설의 결말부가 지닌 정치적 성향이었다. 소설의 종장이 시진핑 정부의 대표적인 업적으로 꼽히는 부패 척결 운동을 정당화하고 당시 정적이었던 인물의 낙마를 우회적으로 저격해 사실상 체제를 선전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국내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시진핑 체제를 옹호하고 독재를 미화하는 소설을 굳이 국내에서 안방극장 드라마로 리메이크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불처럼 일어났다.

당시 제작진은 "중국 자본이 투입된 것이 아닌 국내 제작사가 순수하게 판권을 구매한 것이며 원작이 가진 사회주의적 요소나 캐릭터를 한국의 시대적·사회적 실정에 맞게 80% 이상 전면적으로 각색했기 때문에 역사 왜곡이나 체제 옹호 우려는 전혀 없다"고 적극 해명했다.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당시 방송가 전반에 연이어 터진 타 작품들의 역사 왜곡 파장과 맞물리면서 대중의 시선은 더 냉담해졌다. 광고 및 협찬 중단에 대한 현실적인 압박과 방송 편성 지연 등 악재가 겹치자 결국 작품은 전체 16부작 중 절반에 해당하는 8부까지 촬영을 마친 상태에서 돌연 제작이 전면 중단되는 사태를 맞이했다.

유튜브 'SLL_official'

제작 중단 이후 방송사와 제작진은 이미 촬영을 마친 8부 분량을 '시즌 1'의 형태로 먼저 대중에게 공개하고 전열을 재정비한 후 추후 '시즌 2'를 제작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논의했지만 이마저도 여러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무산됐다. 이후 2023년 상반기까지 아무런 편성 소식이 전해지지 않은 채 현장 스태프들이 해산하고 주연 배우들 역시 각자 차기작으로 흩어지면서 방송가 안팎에서는 사실상 작품이 완전히 무산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대로 영영 매장될 위기에 처했던 작품을 구한 것은 제작진의 과감한 '결단'이었다. 제작진은 기존에 촬영해 둔 8부 전반의 촬영본을 폐기하는 대신 이를 장편 영화의 형태로 전면 재가공하고 편집하는 모험적인 돌파구를 선택했다. 방대한 드라마의 호흡을 압축적인 영화적 긴장감으로 재창조했다. 그리하여 '스피킹 데드'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마침내 세상에 첫선을 보일 수 있게 됐다.

웰메이드 서스펜스 장르물의 탄생, 베일 벗다

이렇게 다시 태어난 '스피킹 데드'는 희대의 테러 용의자로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된 법의학자 장재욱(한석규 분)의 갑작스러운 자백을 시작으로 10여 년이라는 시간 속에 깊이 묻혀 있던 추악한 진실을 파헤쳐 나가는 웰메이드 서스펜스 장르물이다. 한석규의 묵직한 연기력과 정유미의 섬세한 표현력이 더해져 숨 막히는 긴장감을 선사할 예정이다.

영화 '스피킹 데드' 출연 배우 김준한 / 'SLL_official' 유튜브
영화 '스피킹 데드' 출연 배우 김준한 / 'SLL_official' 유튜브

영화제 초청 소식과 함께 공개된 런칭 포스터는 이런 작품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법의학자 장재욱을 중심으로 프로파일러(정유미 분), 검사(이희준 분), 수사과장(염혜란 분), 법무관(김준한 분) 등 각자의 위치에서 거대한 사건을 이끌어가는 핵심 인물들이 대한민국의 중심인 광화문 한복판에 서 있는 모습을 담았다. 여기에 "진실은 은폐됐다"라는 강렬 한 카피가 전면에 배치돼 이들이 마주할 거대한 음모와 서스펜스에 대한 궁금증을 극대화한다.

특히 예비 관객들이 기대하는 것은 단연 한석규의 독보적인 연기력이다. 한석규는 1994년 MBC 드라마 '서울의 달'에서 주연 김홍식을 연기하며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당시 원래 홍식 역은 유인촌이 맡을 예정이었으나 이내 거절하고 나서 한석규에게 배역이 돌아왔다. 이 때문에 당시 '서울의 달' 작가였던 김운경이 한석규와 최민식의 캐스팅 소식을 듣고 굉장히 실망하고 반대했었다고 한다. 힐링캠프에서 최민식이 밝힌 바에 따르면 무려 집필을 멈추고 잠적했을 정도. 이런 감성을 표현하기에는 둘 다 너무 어렸기에 반대했다고 한다.

특히나 홍식은 악역이면서도 묘한 연민을 유발하는 복잡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기에 신인급 배우가 제대로 연기해낼 수 있을지가 우려됐다고 한다. 물론 작가는 드라마의 3~4화 정도를 보고나니 '얘들은 천재들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두 배우에게 따로 찾아가 캐스팅에 반대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을 전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서울의 달'은 자체 최고 시청률 48.7%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끈다. 또한 '바른 생활 사나이'의 이미지가 강했지만 '서울의 달'을 통해 신분 상승을 꿈꾸며 시골에서 상경한 사기꾼 제비족이라는 역할을 통해 이미지 변신에 성공하기도 했다.

'서울의 달' 때를 기점으로 한석규는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졌고 자신의 연기력을 증명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그해 TV저널 올해의 시상식에서는 탤런트부문 우수상, MBC 연기대상에선 최우수연기상을 각각 수상했다. 이후에도 현재까지 수많은 작품에 출연해 다양한 연기 활동을 펼쳐오며 명실상부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베일 벗은 예고편과 향후 상영 일정

함께 베일을 벗은 예고편 역시 시선을 압도한다. "우리 모두는 연결돼 있어요. 하나를 건드리면 연쇄적으로 반응을 하지"라는 한석규 특유의 나지막하면서도 날카로운 독백으로 시작되는 예고편은 얽히고설킨 인물들 간의 날 선 대립과 팽팽한 긴장감을 예고하며 장르 영화 팬들의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짧은 영상 속에서도 느껴지는 밀도 높은 서사는 작품의 완성도를 기대하게 만든다.

영화 '스피킹 데드' 트레일러 영상 속 한석규 / 'SLL_official' 유튜브
영화 '스피킹 데드' 트레일러 영상 속 한석규 / 'SLL_official' 유튜브

논란과 무산의 아픔을 딛고 극장판으로 재탄생한 '스피킹 데드'는 다음 달 11일 오후 1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CGV소풍 10관에서 1부와 2부가 통합된 형태로 최초 상영된다. 이날 상영이 끝난 직후에는 현장을 찾은 출연 배우들과 함께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관객과의 대화(GV)' 시간도 마련돼 있어 영화를 기다려온 이들에게 더 특별한 시간을 선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