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이 대통령, 반도체 '지원'은 돼도 '지도'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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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전 외치면서 왜 주52시간은 그대로냐”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 뉴스1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 뉴스1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지낸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재명 대통령의 호남 반도체 투자 발표를 둘러싼 논란에 가세했다. 삼성 노조가 정부에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고 나선 상황을 근거로, 정부 주도의 속도전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전날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통령이 광주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대규모 반도체 투자를 발표하자 삼성 노조가 '조급함보다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며 노사정협의회 개최를 제안했다"고 언급했다. 노조 측이 부지·전력·용수보다 "인력이 반도체 경쟁력의 토대"라는 점을 앞세워 목소리를 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는 전날 삼성전자의 호남 반도체 투자 계획과 관련해 정부·회사·노조가 참여하는 ‘노사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노조는 조합원이 근무할 현장의 산업안전과 정주 여건, 처우 등이 투자 계획과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근거로 김 전 장관은 날 선 질문을 던졌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은 반도체는 속도전이라고 말하면서도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해 주 52시간 근로시간 제한과 휴일·연장·야간근로 제한 적용을 제외하는 입법은 왜 하지 않느냐"고 따졌다.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연구개발 일정에 맞춘 유연한 근무 환경이 필요하지만, 현행 제도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주52시간 근로제 예외는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반도체특별법' 제정 과정에서 경제계가 연구개발 인력에 한해 적용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해 무산된 바 있다. 다만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와 산업통상부는 최근 전남광주에 최소 1곳 이상 지정될 메가특구 내 기업의 전문 인력 등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김 전 위원장은 이 대통령이 임기 내 광주 반도체 팹(Fab·제조공장) 구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점에 대해서도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대통령은 임기 내 광주 반도체 팹을 마무리하겠다고 큰소리쳤지만, 삼성 노조는 최소 5년 이상 걸리는 긴 여정이라고 보고 있다"며 정부의 목표와 산업 현장의 인식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전 장관은 시장경제체제에서 정부의 역할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 산업은 행정부의 소유도 아니고 국영기업도 아니다”라며 기업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은 민간 기업의 반도체 투자를 ‘지원’할 수는 있을지언정, 기업의 경영과 발전을 마음대로 ‘지도’할 수는 없다”며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거나 주도하려는 관치식 접근을 경계했다.

김 전 장관의 발언은 정부의 대규모 지역 투자 밀어붙이기식 행정이 지닌 한계를 지적하는 동시에, 국가 전략 산업인 반도체 경쟁력을 살리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노동 규제 개혁이 우선돼야 한다는 보수 진영의 시각을 대변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