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만 보기엔 하루가 모자라다… 폭포·천년고찰까지 품은 '무료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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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 여름 명소, 용추계곡과 용추폭포

도심의 열기가 버겁게 느껴지는 계절에는 깊은 산골의 물소리만으로도 하루가 달라진다. 내륙의 산자락을 따라가다 보면 숲과 암반, 폭포가 한 흐름으로 이어지는 골짜기를 만난다. 경상남도 함양군 기백산 자락의 '용추계곡'은 짙은 숲그늘과 맑은 계곡물이 여름 더위를 먼저 걷어내는 곳이다.

함양 용추폭포. / 한국관광공사(촬영 : 김지호)
함양 용추폭포. / 한국관광공사(촬영 : 김지호)

숲과 물길이 함께 열리는 용추계곡

함양군 안의면에 자리한 용추계곡은 맑고 깨끗한 물길이 길게 이어지는 골짜기다. 옛 안의현에서 경관이 빼어나기로 이름난 세 골짜기, 즉 ‘안의 삼동’ 가운데 하나로 당시에는 심진동이라 불렸다. ‘참된 풍경을 찾아 들어간다’라는 뜻이 담긴 이름이다.

계곡 초입에서 먼저 만나는 곳은 심원정이다. 유학자 돈암 정지영이 머물며 학문을 닦고 풍류를 즐겼던 자리에 후손들이 세운 정자로, 주변의 화강암 암반과 푸른 물빛이 용추계곡의 첫인상을 만든다. 정자 아래에는 마음을 맑게 씻는다는 뜻을 품은 청심담이 있다. 계곡물은 넓은 암반을 타고 흐르다가 낮은 곳에 머물고, 다시 아래로 흘러간다. 층층이 포개진 바위는 오랜 시간 물길에 깎여 매끈한 표면을 드러낸다.

용추계곡은 별도의 입장료 없이 이용할 수 있으며 상시 개방된다. 다만 계곡 특성상 비가 많이 내리는 날에는 위험할 수 있으니 사전에 현장 상황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함양 용추계곡. / ⓒ한국관광콘텐츠랩
함양 용추계곡. / ⓒ한국관광콘텐츠랩
함양 용추계곡. / ⓒ한국관광콘텐츠랩
함양 용추계곡. / ⓒ한국관광콘텐츠랩

옛 장수사의 흔적, 고즈넉한 용추사

심원정을 지나 계곡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골짜기는 점점 깊어지고, 산자락은 한층 가까워진다. 이 길에서 만나는 문화유산이 바로 보물 ‘함양 용추사 일주문’이다. 지금은 용추사 일주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정면 현판에는 ‘덕유산장수사조계문’이라는 글자가 남아 있다. 옛 장수사의 들머리였던 문이다. 장수사는 신라 때 창건된 사찰로 전해지며, 용추사는 장수사에 속했던 암자였다.

함양 용추사 일주문. /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함양 용추사 일주문. /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장수사는 6·25전쟁 때 불에 타 전각을 잃었고, 일주문만 남았다. 지금의 일주문은 사찰의 규모와 역사를 함께 떠올리게 하는 흔적이다. 일주문을 지나 용추사로 향하면 산속 사찰의 조용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숲과 어우러진 고즈넉한 경내는 계곡을 찾아왔다가 잠시 걸음을 늦추기에 알맞은 곳이다.

바위 절벽과 넓은 소가 이룬 풍경

용추계곡에서 가장 힘 있게 다가오는 장면은 용추폭포다. 용추사에서 조금 더 걸어가면 폭포 소리가 먼저 들린다. 안의면 지우천 상류의 깊은 골짜기에 자리한 용추폭포는 높이 약 15m의 바위 절벽 사이로 물줄기를 쏟아내는 명승이다. 세찬 물줄기와 주변 암반, 울창한 숲이 어우러져 계곡의 중심 경관을 이룬다.

폭포 아래에는 지름 약 25m에 이르는 넓은 소가 있다. 암반 위를 흐르던 맑은 계류는 절벽을 지나 이 소로 흘러든다. 주변 숲은 햇빛을 가려 그늘을 만들고, 한여름에도 폭포 주변에는 물보라와 골바람이 이어져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무더운 날 이곳에 발길이 오래 머무는 이유다.

함양 용추폭포. / 국가유산청-공공누리
함양 용추폭포. / 국가유산청-공공누리

물길 따라 이어지는 함양의 맛

용추계곡 일대에서는 산나물과 도토리묵, 토종닭 요리처럼 청정 지역의 맛을 살린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물놀이 뒤에는 산나물의 향과 묵의 담백한 맛이 입맛을 돌려놓는다.

마을로 내려오면 갈비탕과 갈비찜을 찾는 이들도 많다. 안의 일대는 예로부터 갈비 요리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뜨거운 국물의 갈비탕은 계곡에서 몸을 식힌 뒤 속을 따뜻하게 달래기 좋고, 갈비찜은 여럿이 나눠 먹는 식탁에 어울린다. 산골 계곡과 면 소재지 식당가가 멀지 않아 하루 코스 안에서 물길과 음식을 함께 엮기 좋다.

함양의 특산물 가운데 산양삼도 빼놓기 어렵다. 함양은 산양삼 생산이력제를 운영하며 재배 이력을 관리하고 있다. 계곡에서 읍내로 나오는 길에 지역 농산물 판매장이나 시장을 들르면 함양의 깊은 맛과 정취를 더 가까이 만날 수 있다.

[삽화]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삽화]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숲에서 하루를 잇는 용추자연휴양림

용추계곡 상류로 발걸음을 좀 더 옮기면 '용추자연휴양림'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은 기백산군립공원에 속한 숲속 쉼터로, 물길과 산림이 가까이 맞닿아 있다. 숙박 시설과 야영장, 탐방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 산속에서 여유롭게 하룻밤 묵어가기에 좋다.

휴양림은 계곡과 등산로를 함께 이용하기 좋은 위치에 있다. 숲길을 걷다가 물가로 내려서고, 다시 산길로 접어드는 동선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기백산과 황석산 자락에 자리해 사계절 풍경도 뚜렷하다. 특히 여름에는 울창한 숲그늘과 맑은 계곡이 어우러지고, 가을에는 오색 단풍이 숲길을 채운다. 용추자연휴양림의 이용 요금 및 숙박 예약 등 자세한 정보는 숲나들e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상림에서 남계서원, 개평한옥마을까지

용추계곡을 둘러본 뒤 함양읍으로 이동한다면 상림공원을 짧게 곁들이기 좋다. 상림은 신라시대 최치원이 함양태수로 있을 때 위천의 범람을 막기 위해 조성한 숲으로 전해진다. 계곡이 바위와 폭포의 힘으로 기억된다면, 상림은 평탄한 숲길과 오래된 나무 그늘이 중심이다. 계곡에서 물소리를 듣고 내려온 뒤 흙길을 걸으면 함양의 산과 물, 숲이 하루 안에서 이어진다.

상림공원에서 수동면 쪽으로 이동하면 남계서원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남계서원은 조선시대 학자 일두 정여창을 기리는 서원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한국의 서원’ 중 하나로 등재된 곳이다. 낮은 담장과 단정한 건물, 마당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고요한 분위기가 산골 계곡과는 다른 결을 만든다. 함양의 오래된 학문과 생활 문화를 차분히 마주할 수 있는 장소다.

남계서원 전경. / 경상남도 함양군-공공누리
남계서원 전경. / 경상남도 함양군-공공누리

지곡면의 개평한옥마을은 함양의 옛 정취를 고스란히 품은 곳이다. 조선시대 문신 정여창의 고택인 일두고택을 비롯해 여러 한옥이 마을 안에 남아 있다.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산과 들을 배경으로 자리 잡은 고즈넉한 한옥마을의 분위기가 이어진다. 용추계곡의 물길에서 시작한 하루를 상림과 서원, 한옥마을로 잇는다면 함양의 자연과 역사, 음식이 한 동선 안에 담긴다.

함양 용추계곡. / 구글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