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 클로드 사이언스 출시…신약도 직접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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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로픽, 과학자용 AI '클로드 사이언스' 베타 공개
60여 개 DB 통합에 소외질환 신약 개발까지 나선다

앤트로픽, 클로드 사이언스 출시…신약도 직접 만든다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앤트로픽, 클로드 사이언스 출시…신약도 직접 만든다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앤트로픽(Anthropic)이 과학자를 위한 AI 업무 도구 '클로드 사이언스(Claude Science)'를 베타로 공개했다. 지난 6월 30일(현지시각) 열린 행사 '더 브리핑: AI 포 사이언스(The Briefing: AI for Science)'에서 발표됐다. 흩어져 있던 연구 데이터베이스와 도구, 컴퓨팅 자원을 하나의 작업 환경으로 통합한 것이 핵심이다. 앤트로픽은 이번 발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자체적으로 신약을 개발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밝혔다. 소외 질환 치료제 발굴에 주력하겠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60여 개 데이터베이스를 한곳에…클로드 사이언스란

클로드 사이언스는 새로운 AI 모델이 아니다. 앤트로픽은 현재 구독자들이 쓰는 클로드 모델을 그대로 활용한다고 밝혔다. 로이터(Reuters) 보도에 따르면 이 워크벤치는 앤트로픽의 기존 클로드 모델 위에서 작동하며, 테크크런치(TechCrunch)는 클로드 오푸스 4.8(Claude Opus 4.8)을 포함해 현재 제공 중인 모델을 그대로 쓴다고 전했다.

제품은 유전체학, 단일세포 분석, 단백질체학, 구조생물학, 화학정보학 등 분야별로 사전 구성된 60여 개 과학 데이터베이스와 커넥터를 갖췄다. 총괄 조율 에이전트가 60개 이상의 세부 스킬과 커넥터에 접근해 필요에 따라 전문 하위 에이전트를 만들어낸다. 별도의 검토 에이전트는 인용과 계산을 점검해 결과물이 논문에 들어가기 전 오류를 걸러낸다. 다만 앤트로픽은 이 검토 기능도 동일한 기반 모델에 의존할 뿐 독립적인 검증 수단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결과물에는 3차원 단백질 구조, 유전체 브라우저 트랙, 화학 구조식 같은 '과학적 산출물'이 포함된다. 각 결과에는 이를 만든 코드와 실행 환경, 알기 쉬운 방법론 설명, 전체 대화 로그까지 담긴 '추적 가능한 기록(auditable history)'이 함께 제공된다. 연구자는 언어 명령만으로 그림을 수정할 수 있고 시스템이 그에 맞춰 코드와 이미지를 함께 갱신한다. 세션을 도중에 분기해 서로 다른 분석 경로를 비교할 수도 있다.

클로드 사이언스는 macOS와 리눅스에서 로컬로 실행하거나 SSH·고성능컴퓨팅(HPC) 환경을 통해 원격으로 연결할 수 있다. 민감한 데이터셋을 실험실 인프라 안에 그대로 두고 선택한 분석 단계에만 클로드를 활용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컴퓨팅 작업도 랩 서버나 클러스터, 클라우드 자원에 걸쳐 관리하며 새로운 자원을 쓰기 전에는 승인을 요청한다. 베타는 클로드 프로, 맥스, 팀, 엔터프라이즈 구독자 모두에게 열려 있다.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는 발표 행사에서 "복잡성을 온전히 이해하도록 돕는 범용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스탯(STAT)이 전했다.

소외질환 신약까지 직접…앤트로픽의 승부수 / AI 생성 이미지
소외질환 신약까지 직접…앤트로픽의 승부수 / AI 생성 이미지

소외질환 신약까지 직접…앤트로픽의 승부수

앤트로픽은 이날 소프트웨어 판매를 넘어 직접 신약 개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에릭 카우더러-에이브럼스(Eric Kauderer-Abrams) 생명과학 부문 총괄은 회사가 '소외된' 질환 치료제 발굴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픈AI(OpenAI), 아마존(Amazon), 구글(Google) 등도 자체 생명과학 도구와 플랫폼을 갖고 있다. 하지만 앤트로픽처럼 주요 프런티어 AI 기업이 직접 신약 개발까지 나선 사례는 흔치 않다는 게 더버지(The Verge) 분석이다. 이렇게 되면 앤트로픽은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동시에 그 소프트웨어를 사는 제약사들과 경쟁하는 처지에 놓인다. 인실리코(Insilico),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 스핀오프인 아이소모픽 랩스(Isomorphic Labs), 여러 바이오텍 스타트업, 자체 AI 도구를 구축하거나 인수하는 대형 제약사들과 같은 경쟁 구도에 합류하는 셈이다.

다만 앤트로픽은 구체적인 계획을 거의 공개하지 않았다. 카우더러-에이브럼스는 유망한 신약 후보물질을 찾았을 때 어떻게 할지 밝히지 않았다. 앤트로픽은 더버지의 논평 요청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어떤 질환을 먼저 겨냥할지, 실험실 작업이나 동물실험, 임상시험, 생산 과정에서 다른 기업과 협력할지도 불분명한 상태다.

케임브리지대학교(University of Cambridge) 교수이자 AI 바이오텍 스타트업 카디아텍(CardiaTec) 공동창업자인 남식 한(Namshik Han)은 'AI 신약 개발'이라는 표현 자체가 매우 광범위한 용어라고 짚었다. 그에 따르면 AI는 신물질 발굴과 개선부터 연구 지원, 데이터 분석, 임상시험, 생산에 이르기까지 신약 개발의 모든 단계에 적용되고 있다. 그는 이제 웬만한 주요 제약회사라면 어떤 형태로든 AI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앨런연구소부터 노보노디스크까지…초기 도입 사례

앤트로픽은 앨런연구소(Allen Institute)의 신경과학자 제롬 르코크(Jérôme Lecoq)를 초기 도입 사례로 소개했다. 그는 클로드 사이언스 안에서 멀티 에이전트 워크플로를 구성해 수천 건의 논문을 읽고 핵심 주장과 정량적 발견을 추출하는 작업에 활용했다.

UCSF 뇌종양센터(UCSF Brain Tumor Center)의 스티븐 프랜시스(Stephen Francis) 연구팀은 이 도구로 신경교종(glioma) 생식세포 계열 분석을 기존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 마쳤다고 테크크런치가 전했다. 앤트로픽은 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와 앨런연구소를 고객 사례로 함께 제시했다. 이번 출시는 앤트로픽이 지난해 10월 생명과학 사업을 확장한 데 이어 나온 후속 조치라고 150sec는 전했다.

여전한 물음표…검증과 경쟁 사이의 과제

클로드 사이언스의 검토 에이전트는 인용과 계산 오류를 걸러내지만 앤트로픽 스스로 이 기능이 동일한 기반 모델에 기대는 것일 뿐 독립적인 검증 장치는 아니라고 인정했다. AI가 만든 논문에 오류가 섞여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를 완전히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동시에 앤트로픽이 소프트웨어 판매자에서 신약 개발자로 영역을 넓히려는 시도가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회사가 목표 질환이나 협력 방식조차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클로드 사이언스가 얼마나 많은 연구기관과 제약사를 끌어들이는지가 이 새로운 승부수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