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노"는 일베식 표현이라는 조국... 반론이 이렇게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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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노" 표현, 과연 일베만 사용할까
경남 거제 출신 아이돌 그룹 리센느 멤버 원이가 유튜브 방송에서 한 "무섭노" 발언을 두고 불거진 이른바 '노체' 논란이 벌어지는 가운데 조국 조국혁신당 전 대표의 주장을 반박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조 전 대표는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차원에서 일베가 문장 끝에 '노'를 붙여 사용하는 것을 옹호하며 부산·영남에서도 그렇게 쓴다는 사람들이 있다"며 "나의 관찰로는 일베는 표준말 뒤에 기계적으로 '노'를 붙여 사용한다"고 적었다. 이어 6일에는 "의문문에 '노'를 붙여 사용하는 것은 노 전 대통령을 조롱하고 폄훼하는 잘못된 행위"라며 "청년들도 이것이 잘못된 혐오 표현임을 알고 더 이상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논란은 원이가 출연한 유튜브 영상에서 시작됐다. 한 PD가 "여기 뭔가 덜컹 소리가 났다. 뭐야 무섭노"라고 하자 원이도 "무섭노. 조명부터 무서운데"라고 답했다. 이를 두고 '어른 김장하'를 연출한 김현지 경남MBC PD가 X(옛 트위터)에 "호평 받는 유튜브 클립 하나 봤는데 여성 아이돌과 피디가 사이좋게 노노 주고받고 있어 무척무척 속상했음"이라고 적으며 문제를 제기했다. 여기에 조 전 대표까지 가세하면서 논쟁이 정치권과 온라인 커뮤니티로 번졌다.
정치권에서 조 전 대표를 향한 비판이 나왔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2019년 죽창을 들자던 분이 오늘은 말끝 하나로 사상을 검증하려고 한다"며 "경남 거제 출신의 스물두 살 아이돌이 고향 말로 '무섭노'라고 했다는 이유로 일베 낙인이 찍혔다"고 적었다. 이 대표는 "밈을 만든 사람들을 타박한다며 말을 뿌리째 뽑아 버리면 경상도 사투리는 정말 그 사람들만 쓸 수 있는 말이 된다"며 "그것이야말로 일베가 가장 바라던 승리"라고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무섭노'란 표현 전부를 일베와 직결하는 건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안태형 동아대 국어문화원 교수는 과거 한 방송 인터뷰에서 "동남 방언에서 '노'가 의문형의 형태를 가지고는 있지만 혼잣말이라든지 한탄, 독백 이런 데서 감탄형으로도 쓰인다"고 말했다. 그는 "'와 이렇게 졸리노'는 '왜 이렇게 졸리지'라는 표준어로 표현할 수 있는데, 그렇게 감탄의 형태일 경우에도 '노'가 쓰인다"고 설명했다.

이찬규 중앙대 국어국문학 교수는 중앙일보에 “‘-노-는 주로 의문형일 때 쓰는 종결 어미이지만 ‘무섭노’라는 말도 큰 틀에서는 쓸 수 있는 표현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인터넷 커뮤니티엔 감탄형 '-노'의 용례를 정리한 학술 자료가 퍼지고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동남 방언을 다룬 한 연구는 의문사가 없는 문장에서 '-노'가 감탄이나 확인의 뜻으로 나타나는 사례를 제시한다. 음식을 먹고 나서 "맛있노(맛있네)", 옷을 입어 보고 "짝노(작네)", 기대하고 본 영화를 두고 "재미 하나또 없노(재미 하나도 없네)"처럼 쓰인다는 것이다. "자는 아까 간다더만 아직도 안 갔노(쟤는 아까 간다더니 아직도 안 갔네)" 같은 문장도 예로 사용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때는 2009년 5월 23일이고, 일베가 지금과 같은 극우 성향 커뮤니티의 형태를 갖춘 것은 2010년 이후다. 그런데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물에 따르면 그 이전부터 감탄·독백형 '노'를 쓴 게시물이 남아 있다. 어린아이 사진과 함께 "귀엽노"라고 적은 글이 2004년 1월 한 블로그에, 쿠키를 담을 수 있는 컵 사진과 함께 "귀엽노!!"라고 적은 글이 2005년 1월 다른 블로그에 올라와 있다. "쫌 무섭노"라는 표현은 2007년 9월 한 카페 게시물에, "내가 생각해도 무섭노"라는 표현은 2008년 4월 다른 카페 게시물에 등장한다.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언급하며 "귀엽노"라고 쓴 블로그 글도 2008년 3월 게시됐다.
더 거슬러 올라간 자료도 있다. 한국구비문학대계에 실린 1980∼1982년 전사 자료에는 경남 지역 화자들이 감탄·확인의 뜻으로 '-노'를 쓴 사례가 기록돼 있다. 신세타령을 하던 한 할머니가 "눈물부터 나노"라고 말하거나, "질떠나노"라고 표현한 것이 채록됐다. 경남 창녕 출신 1934년생 할머니의 발화에서도 "한 오심년 너먼노(오십년이 넘었나)"라는 문장이 확인된다.

국립국어원도 이런 용법을 인정한 바 있다. 국립국어원은 온라인가나다 답변에서 "'-노'는 경상 방언에서 의문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로 쓰이고 있으며, 과거부터 쓰여 왔던 어미"라고 밝혔다.
방송 자막에서도 이 말투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과거 예능 프로그램 KBS2 '1박2일'에서는 출연자가 음식을 두고 "그걸 낼름 먹노!"라고 말하는 장면이 자막과 함께 전파를 탔다.


김현지 PD의 대응을 향한 비판도 이어졌다. 김 PD가 X에서 "제가 열어버린 지옥문을 제가 닫을 수는 없구나. SNS는 토론에 적합한 수단이 아니라는 건 다시 한번 확인했다. 하루아침에 정리될 수 없는 문제다. 일본어 잔재 없애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으니까"라고 적자, 한 누리꾼은 "생사람 잡아놓고 혓바닥이 길다. 억까한 탓에 멀쩡한 죄 없는 사투리 쓰던 여돌이 졸지에 일베 유저 혹은 그에 준하는 인간이 돼 하루 내내 조리돌림당했는데 사과 한마디 없는 게 실화냐"며 "현학적인 말 늘어놓지 말고 사과나 똑바로 하라"고 적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