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청풍초 학생영화, 국제영화제 3관왕 쾌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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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광마을 담은 '할머니와 나와 민들레'…지역 이야기로 세계를 감동시키다

[위키트리 전남광주특별시 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청이 추진한 문화예술교육 프로젝트가 국제무대에서 잇따라 결실을 맺으며 지역 기반 교육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화순의 작은 농산어촌 학교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영화가 세계 각국의 국제영화제에서 연이어 수상하며 '지역의 이야기가 세계인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화순 청풍초등학교 전교생이 참여해 만든 장편영화 '할머니와 나와 민들레'가 최근 이탈리아 '나이트 오브 쇼츠(Night of Shorts) 밀라노 국제단편영화제'에서 최우수 가족영화상(Best Family Film)을 수상했다.

이번 수상은 우크라이나 '2026 ICJ 국제영화상(ICJ Awards)' 개막작 선정과 '2026 스코틀랜드 스칼렛 국제영화제(Scarlett International Film Festival)' 학생영화 부문 특별상에 이어 세 번째 국제영화제 수상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를 더한다.

특히 농산어촌 작은학교 학생들이 직접 기획과 제작에 참여한 작품이 세계 영화인들로부터 연이어 작품성과 교육적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지역교육의 새로운 성공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전교생 23명이 함께 만든 '진짜 영화'

'할머니와 나와 민들레'는 단순한 학교 체험활동을 넘어 학생들이 영화 제작의 전 과정을 직접 경험한 프로젝트다.

영화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청이 추진한 '영상으로 담아내는 작은학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됐으며, 박기복 감독의 지도 아래 청풍초등학교 전교생 23명이 배우와 연출, 촬영, 음향, 스태프 등 다양한 역할을 맡아 완성했다.
할머니와 나와 민들레 최우수 학생 영화부문 특별상 인증서 / 무당벌레필름
할머니와 나와 민들레 최우수 학생 영화부문 특별상 인증서 / 무당벌레필름

학생들은 교실 수업을 넘어 지역을 직접 탐방하고 역사와 문화를 조사하며 이야기를 발굴했다. 시나리오 구성부터 촬영, 연기까지 전 과정에 참여하면서 문화예술교육과 프로젝트 학습을 자연스럽게 접목했다.

이 과정은 학생들에게 영상 제작 기술뿐 아니라 협업과 소통, 문제 해결 능력, 창의성을 함께 길러주는 살아있는 교육과정으로 자리매김했다.

◆폐광지역의 아픔과 공동체 정신을 따뜻하게 담아내

영화의 무대는 한때 산업화를 이끌었던 화순 폐광지역이다.

작품은 아이들이 '탐방원정대'를 결성해 화순탄광을 찾아 광부들의 삶과 지역의 역사를 배우는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주인공 예슬이는 치매를 앓는 할머니를 돌보느라 친구들과 점차 멀어지지만, 친구들과 함께 지역을 탐방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성장해 간다.
화순 청풍초등학교 학생들이 영화를 만드는 장면 / 무당벌레 필름
화순 청풍초등학교 학생들이 영화를 만드는 장면 / 무당벌레 필름

영화는 단순한 성장 이야기를 넘어 세대 간 돌봄과 가족애, 공동체 정신, 그리고 지역의 기억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에 대한 따뜻한 메시지를 담아냈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희생된 광부들을 기리는 작은 음악회가 열리며 지역의 역사와 희생을 기억하는 공동체의 가치를 감동적으로 표현한다.

국제영화제 심사위원단 역시 작품성을 높이 평가했다.

심사위원들은 "가족의 책임과 학교생활, 세대를 잇는 사랑과 돌봄을 섬세하게 담아냈으며 믿기 어려울 만큼 뛰어난 감성과 스토리텔링을 보여준 작품"이라고 호평했다.

◆ 지역을 배경으로 한 콘텐츠, 세계와 만나다

이번 작품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청의 제작 지원과 화순군의 협력을 통해 완성됐다.

무엇보다 화순 폐광지역을 배경으로 한 올 로케이션 촬영을 통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로 재해석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화순 청풍초등학교 학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 무당벌레필름
화순 청풍초등학교 학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 무당벌레필름

지역의 공간과 사람, 역사를 단순한 배경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의 중심축으로 삼아 세계 보편의 감동으로 연결했다는 점이 국제영화제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배경으로 분석된다.

또한 제작 과정에서는 학생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김대중 교육감이 극 중 음악교사 역할로 특별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교육행정 책임자가 학생들과 함께 영화 제작에 참여하며 프로젝트의 의미를 더욱 깊게 만들었다는 평가다.

◆'글로컬 교육'의 새로운 가능성 확인

박기복 감독은 이번 수상에 대해 "지역의 역사와 문화 역시 세계인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의미 있는 성과"라며 "K-콘텐츠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듯 지역의 이야기도 세계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김대중 교육감은 "학생들이 지역에서 배우고 세계와 소통하는 글로컬 교육이 국제무대에서 인정받아 매우 뜻깊다"며 "앞으로도 AI와 영상교육을 융합한 미래형 문화예술교육을 확대해 학생들의 창의성과 디지털 역량을 키우고 지역의 가치를 세계와 연결하는 교육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임지락 화순군수도 "화순의 역사와 문화가 학생들의 창의적인 시선을 통해 세계인의 공감을 얻은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성과"라며 "교육청과 긴밀히 협력해 지역문화 콘텐츠와 교육이 함께 성장하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효관 청풍초등학교장은 "전교생이 함께 영화를 만들면서 협력과 배려, 공동체 정신을 자연스럽게 배우는 소중한 교육과정을 경험했다"며 "앞으로도 작은학교만의 장점을 살린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꿈과 가능성을 더욱 키워가겠다"고 말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청은 앞으로 AI 기술과 영화·영상교육을 접목한 미래형 교육과정을 지속 확대하고,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담긴 콘텐츠 제작을 활성화해 글로컬 미래교육의 대표 모델을 구축해 나갈 방침이다.

한편 청풍초등학교와 제작사 무당벌레필름은 영화 '할머니와 나와 민들레'를 보다 많은 시민과 학생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광주와 화순을 비롯한 지역에서 특별 상영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지역에서 탄생한 작은 영화가 세계를 감동시킨 여정을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며, 문화와 교육이 함께 성장하는 새로운 모델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