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당시 손흥민 응급실행" 기성용, 축구협회 행정 미숙 제대로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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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 '부실 지원'에 총대 멘 기성용, 후배 위해 바꾼 국대 시스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영원한 ‘캡틴’ 기성용이 과거 대표팀 주장 시절 겪었던 선수단 운영 시스템의 문제점을 폭로하며 후배들을 위해 축구협회에 직접 개선을 요구했던 비화를 공개했다.

FC서울 기성용이 2024년 경기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은행 K리그1 2024 10라운드' 수원FC와 FC서울의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한 후 박수치고 있다 / 뉴스1
FC서울 기성용이 2024년 경기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은행 K리그1 2024 10라운드' 수원FC와 FC서울의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한 후 박수치고 있다 / 뉴스1

지난 2일 구독자 184만 명을 보유한 축구 전문 유튜브 채널 '슛포러브'에는 '기성용이 느꼈던 축구협회의 문제점…이런 노력까지 했었어?'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재됐다. 해당 영상에 출연한 기성용은 대표팀 소집 당시 선수들이 겪어야 했던 열악한 처우와 행정적 미숙함을 가감 없이 털어놨다.

기성용은 먼저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치러진 북아일랜드와의 평가전 직후의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당시 손흥민과 함께 경기 후 공식 인터뷰를 마치고 라커룸으로 뒤늦게 들어갔는데 우리 둘이 먹을 김밥이 단 한 줄도 남아 있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그는 "경기에 패배해 팀 분위기가 가라앉은 상태였고 곧바로 공항으로 이동해 장거리 비행을 해야 하는 촉박한 상황이었다"라며 "선수들의 영양 공급을 책임져야 할 대표팀에서 정작 주축 선수들의 식사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사실에 당시에는 크게 화가 났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기성용은 "나중에 경위를 알아보니 현장에 김밥 수량 자체는 충분히 준비돼 있었으나 일부 인원들이 여러 줄씩 가져다 먹으면서 정작 후발대로 이동하는 손흥민과 나의 몫을 아무도 체크하지 못했던 행정적 실수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돌이켜 보면 먹는 문제를 두고 너무 예민하게 굴었나 싶기도 하다"며 담담하게 웃어 보이기도 했다.

선수단의 현지 체류 환경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기성용은 과거 유럽 원정 평가전을 위해 폴란드를 방문했을 당시를 언급하며 "현지에 도착했는데 이동 버스가 길을 돌아서 이동한 것은 물론 협회가 배정한 숙소의 상태가 흡사 모텔 수준으로 매우 열악했다"고 폭로했다.

체력 관리가 최우선인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터무니없는 환경이 제공되자 기성용은 직접 행동에 나섰다. 그는 "그 자리에서 모바일 숙박 예약 앱(부킹닷컴)을 켜고 주변의 정상적인 호텔들을 검색해 보여줬다"며 "대한민국을 대표해 경기를 치르는 국가대표팀에 걸맞은 수준의 숙소를 잡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협회 측에 강력하게 항의했다"고 밝혔다.

'슛포러브' 채널에 출연한 기성용 / '슛포러브' 유튜브
'슛포러브' 채널에 출연한 기성용 / '슛포러브' 유튜브

이에 대해 영상에 동석한 당시 대표팀 지원 스태프는 현장 상황을 부연 설명했다. 해당 스태프는 "당시 폴란드 축구협회의 공식 초청을 받아 방문한 상황이었기에 현지 협회 측이 제공한 숙소를 그대로 이용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기성용의 항의를 계기로 축구협회의 행정 시스템이 크게 변화했다. 러시아 월드컵 이후부터는 해외 원정 경기가 잡히면 무조건 대표팀 관계자가 현지를 미리 방문해 숙소와 환경을 체크하는 '사전 답사 시스템'이 공식 도입됐다"고 덧붙였다.

기성용의 거침없는 쓴소리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한국이 준우승을 차지했던 2015년 호주 아시안컵 당시의 아찔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기성용은 "대회 첫 경기를 마친 직후 호주 현지의 열악한 환경 탓인지 단체로 감기와 장염 증세를 보이는 선수들이 속출했다"며 "특히 손흥민의 경우 상태가 심각해 새벽에 급히 현지 응급실로 이송될 정도로 선수단 건강 관리에 비상이 걸렸었다"고 말했다.

주장으로서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기성용은 즉각 움직였다. 그는 "이대로는 대회를 정상적으로 치를 수 없다고 판단해 곧바로 대표팀 메디컬팀 및 행정팀과 긴급회의를 소집했다"라며 "장거리 비행 시 수분 섭취 방법이나 현지 음식 섭취 주의점 등 선수들이 일상에서 무조건 지켜야 할 체계적인 '건강 관리 가이드라인'을 만들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의 제안은 곧바로 실행으로 옮겨졌다. 기성용은 "그때 이후로 대표팀이 소집될 때마다 선수단 단체 대화방에 관련 건강 관리 안내 수칙이 의무적으로 공유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기성용이 이처럼 대표팀 내부 문제점을 직설적으로 지적하고 협회와 대립각을 세웠던 배경에는 오직 '후배들을 위한 마음'이 자리 잡고 있었다. 행정이 선수들의 발목을 잡는 악순환을 본인의 대에서 끊어내겠다는 의지였다.

기성용은 마무리하며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동안, 대표팀 은퇴를 고민할 때 내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며 "내 뒤를 이어 대표팀에 들어올 후배 선수들만큼은 기량 외적인 행정적 실수나 열악한 지원 때문에 불편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간절함이었다"라고 속내를 전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주장으로서 선수들에게도, 축구협회 스태프들에게도 필요한 말이 있다면 굳이 악역을 자처하며 강하고 단호하게 목소리를 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