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레버리지의 역설…투자자는 울고 시장은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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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2조원 몰린 단일종목 레버리지…시장 변동성 키운 구조적 한계
- 투자자는 손실, 시장은 불안…제도는 위험을 충분히 관리했나
- '카지노'라는 해외의 경고…지금 필요한 것은 시장 신뢰 회복
[전국=위키트리 최학봉 선임기자] 주식시장은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고 미래 성장 가능성을 자본으로 연결하는 곳이다. 그러나 최근 국내 증시를 보면 가격은 기업의 실적보다 단기 자금의 흐름에 더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최근 코스피는 하루 만에 10% 가까이 급락하는 이례적인 장세를 연출했다. '한국형 공포지수'인 VKOSPI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맞먹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시장의 불안은 일시적인 충격을 넘어 구조적인 문제를 드러냈다.
논란의 중심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있다. 지난 한 달 동안 이들 상품의 거래대금은 212조 원에 달했다. 전체 ETF 거래의 4분의 1 이상이 두 종목의 레버리지 상품에 집중됐다는 의미다.
문제는 거래 규모가 아니다. 레버리지 상품은 일정한 배율을 유지하기 위해 주가가 오르면 추가 매수하고, 하락하면 추가 매도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시장이 급락하는 상황에서는 이러한 기계적 매매가 하락 압력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점이 여러 전문가들에 의해 지적되고 있다. 실제 급락장에서는 수조 원 규모의 추가 매도 물량이 시장에 쏟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더 우려되는 부분은 투자자들의 성적표다. 막대한 거래가 이뤄졌지만 상당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상장 이후 기대와 달리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높은 위험을 감수한 개인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떠안는 사이 시장의 변동성은 더욱 확대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해외에서도 한국 시장을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 증시의 높은 변동성을 '카지노'와 '오징어 게임'에 비유하며, 특정 종목과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과도한 쏠림이 시장의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자금 이탈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이는 단순한 표현 이상의 경고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레버리지 ETF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고위험 상품을 선택하는 것은 투자자의 몫이다. 그러나 특정 종목이 시장 전체를 좌우할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그 종목을 두 배로 증폭하는 상품이 시장 변동성까지 확대한다면 이는 더 이상 개인의 투자 문제가 아니라 자본시장 전체의 안정성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금융당국도 사후 대응보다 사전 점검에 무게를 둬야 한다. 투자자 보호와 시장 효율성은 어느 하나만 선택할 수 있는 가치가 아니다. 자본시장의 활력을 높이겠다는 정책이 오히려 시장의 신뢰를 흔드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제도는 다시 점검돼야 한다.
국민의 자산시장을 투기판으로 만든 정책 실패의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 한다. 수많은 개인투자자가 손실을 떠안고 시장 신뢰가 흔들렸는데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면 같은 실패는 반복될 뿐이다. 레버리지 ETF 허가를 주도한 정책 책임자는 스스로 직을 내려놓는 것이 국민과 시장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