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너무 더울 때 자동차 에어컨 '이렇게' 쓰면, 오히려 위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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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초 눈 감으면 83m 무방비 주행, 마이크로 슬립의 위험
에어컨 내기순환 30분에 CO₂ 8배 증가, 졸음 유발
본격적으로 폭염이 시작되면서 졸음운전에 대한 각별한 주의도 필요하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최근 3년(2023~2025년) 동안 7월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졸음운전과 주시 태만으로 숨진 사람은 연평균 1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7월 고속도로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평균 12명의 약 83%를 차지하는 수치다.
실제 지난해 7월 서해안고속도로 대천 나들목(IC) 인근에서는 승용차가 진출로의 충격흡수시설을 정면으로 들이받아 1명이 숨졌다. 같은 달 당진대전고속도로 신양IC 부근에서는 졸음운전으로 발생한 화물차 연쇄 추돌 사고로 2명이 목숨을 잃었다.

도로공사는 여름철 졸음운전 사고가 증가하는 이유로 휴가철 교통량 증가와 장거리 운전, 높은 기온으로 인한 피로 누적 등을 꼽았다. 특히 운전 시간이 길어질수록 집중력이 떨어지고 순간적으로 졸음이 찾아오는 '마이크로 슬립(Microsleep)'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 슬립은 수 초 동안 의식이 끊기는 현상으로, 시속 100㎞로 달리는 차량은 3초만 눈을 감아도 약 83m를 운전자 통제 없이 주행하게 된다.
운전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에어컨 '내기순환 모드'도 장시간 사용할 경우 졸음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내기순환 모드는 차량 내부 공기를 반복해서 순환시키는 방식이다. 냉방 효율이 높고 외부의 미세먼지나 배기가스, 악취 유입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무더운 여름철 많은 운전자가 사용하는 기능이다. 특히 터널을 통과하거나 대형 화물차 뒤를 주행할 때는 외부 오염물질 유입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며, 에어컨 냉기를 빠르게 유지해 연료 소모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내기순환 모드를 장시간 유지하면 차량 내부 공기 질은 빠르게 나빠질 수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운전자와 동승자가 숨을 쉬면서 내뿜는 이산화탄소(CO₂)가 차량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실내에 계속 축적되기 때문이다. 사람이 들이마신 공기에는 약 0.04% 수준의 이산화탄소가 포함돼 있지만, 내쉰 숨에는 약 4%의 이산화탄소가 들어 있다. 밀폐된 차량에서는 이러한 호흡이 반복되면서 공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격히 높아질 수 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창문을 모두 닫고 내기순환 모드만 사용할 경우 차량 내부 이산화탄소 농도는 약 30분 만에 600ppm에서 5000ppm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다. 이는 일반적인 실내 권장 수준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환경부는 다중이용시설의 실내 이산화탄소 유지 기준을 1000ppm 이하로 관리하도록 하고 있으며, 2000ppm을 넘어서면 졸음과 두통, 집중력 저하, 피로감 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한다.
운전 중에는 이러한 변화가 더욱 위험하게 작용한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뇌로 공급되는 산소 이용 효율이 떨어지면서 반응 속도가 느려지고 판단력이 저하될 수 있다. 운전자는 자신도 모르게 눈꺼풀이 무거워지거나 하품을 반복하게 되고, 전방을 응시하고 있으면서도 주변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에 빠질 수 있다.
특히 장거리 고속도로 주행에서는 같은 자세로 오랜 시간 운전하는 데다 단조로운 도로 환경까지 겹쳐 졸음이 더욱 쉽게 찾아온다. 여기에 차량 내부 이산화탄소 농도까지 높아지면 졸음운전 위험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실제로 운전자들은 졸음이 갑자기 찾아왔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지만, 그 이전부터 실내 공기 질 악화와 피로 누적이 함께 진행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여름철에는 냉방 효율을 높이기 위해 출발부터 도착할 때까지 내기순환 모드만 사용하는 운전자도 많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장시간 내기순환만 유지하기보다 일정 시간마다 외기유입 모드로 전환해 신선한 공기를 들여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고속도로처럼 장시간 운전이 이어지는 경우에는 한두 시간 간격으로 1~2분 정도 외기유입 모드를 사용하거나 휴게소에서 창문을 열어 충분히 환기하면 차량 내부 이산화탄소 농도를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다.
동승자가 많을수록 이산화탄소 농도는 더 빠르게 상승한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성인 여러 명이 함께 탑승한 상태에서 장시간 창문을 닫고 내기순환 모드를 유지하면 혼자 운전할 때보다 공기 질이 더 빨리 악화될 수 있다. 어린이나 노약자가 함께 탑승한 경우에도 주기적인 환기를 통해 실내 공기를 관리하는 것이 안전운전에 도움이 된다.

연구원은 평소에는 내기순환 모드를 사용하더라도 한두 시간 간격으로 1~2분 정도 외기유입 모드로 전환하면 차량 내부 이산화탄소 농도를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창문을 잠시 열어 환기하는 것도 실내 공기 질 개선에 도움이 된다.
운전 중 졸음이 느껴질 때는 커피나 에너지음료만 믿기보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졸음을 억지로 참으며 계속 운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으로 꼽힌다.
도로공사는 피로감을 느끼거나 2시간 이상 연속 운전했다면 가까운 휴게소나 졸음쉼터에 들러 최소 15~20분 정도 휴식을 취할 것을 권고했다. 짧은 낮잠은 집중력 회복과 졸음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차량 내부 온도를 너무 높게 유지하는 것도 피하는 것이 좋다. 실내가 지나치게 따뜻하면 졸음을 더욱 쉽게 느낄 수 있어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출발 전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도 졸음운전 예방에 도움이 된다.
고속도로에는 운전자들이 안전하게 쉴 수 있도록 전국 곳곳에 휴게소와 졸음쉼터가 운영되고 있다. 졸음쉼터는 졸음운전 예방을 위해 설치된 시설로, 짧은 휴식이나 스트레칭을 할 수 있도록 주차 공간과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해당 시설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