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오늘 2차 공판…‘강간 등 살인’ 혐의 입장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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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공판서 미룬 범행 목적 관련 입장 주목
케이블타이 등 추가 증거 인정 여부도 심리

광주 여고생 살해 사건 피고인 장윤기가 두 번째 재판에서 성범죄 목적의 범행이었는지에 관한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어린이날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살해해 살인·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있는 장윤기/ 뉴스1
어린이날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살해해 살인·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있는 장윤기/ 뉴스1

광주지법 형사13부는 13일 오전 10시 광주지법 형사대법정에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강간 등 살인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장윤기의 2차 공판을 진행한다.

이번 재판에서는 장윤기가 피해자를 성폭행할 목적으로 접근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할지가 핵심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앞서 장윤기는 첫 공판에서 피해자를 살해한 사실을 비롯한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했다. 다만 성범죄를 목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입장을 유보했다.

장윤기 측은 당시 검찰이 증거로 신청한 차량 블랙박스 자료를 충분히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변호인은 관련 자료를 검토한 뒤 장윤기와 입장을 정리해 다음 재판에서 밝히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블랙박스·케이블타이 등 추가 증거 심리

검찰은 경찰 수사 단계에서 확보되지 않았던 여러 자료를 토대로 장윤기의 범행 목적을 입증할 계획이다.

검찰이 확보한 핵심 증거 가운데 하나는 장윤기의 차량 트렁크 도구함에 숨겨져 있던 블랙박스 저장장치이다. 해당 저장장치에는 장윤기가 평소 주변 사람들과 나눈 대화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장윤기가 평소 차량에 여성을 태워 범행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반복했다는 주변인 진술도 확보했다. 블랙박스 속 대화와 주변인 진술을 함께 제시해 범행이 우발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사건 현장 인근 화물차의 블랙박스에는 장윤기가 피해자를 약 15분간 뒤따르며 범행 장소를 물색하고 자신의 차량 뒷좌석 문을 미리 열어두는 모습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장윤기 차량의 뒷좌석 외부에서는 피해자의 혈흔도 발견돼 검찰은 그가 피해자를 차량에 태우려 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장윤기가 피해자를 차량에 태우려 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뒷좌석 문을 미리 열어둔 행동과 피해자를 장시간 따라간 정황이 납치 의도를 뒷받침한다고 보고 있다.

장윤기가 범행 수단으로 이용한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조수석 수납공간에 케이블타이가 놓여있는 모습. / 연합뉴스
장윤기가 범행 수단으로 이용한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조수석 수납공간에 케이블타이가 놓여있는 모습. / 연합뉴스

장윤기의 차량에서 발견된 길이 약 50㎝의 케이블타이도 성범죄 목적을 입증할 핵심 증거로 꼽힌다. 해당 케이블타이는 경찰의 초기 수사 과정에서 압수되지 않았다가 이후 현직 경찰관인 장윤기 아버지의 자택에서 검찰에 의해 회수됐다.

검찰은 케이블타이가 신체를 결박할 수 있는 물품인 점에 주목하고 있다. 장윤기가 이를 차량에 보관한 경위와 실제 범행에 사용할 의도가 있었는지를 재판 과정에서 따져볼 방침이다.

장윤기의 자취방에서 발견된 성인용 인형에 관한 과학수사 보고서도 증거 목록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인형은 목과 가슴 부위가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인형의 훼손 형태와 장윤기의 범행 수법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장윤기는 이번 사건이 발생하기 이틀 전 함께 일했던 외국인 여성의 주거지에 침입해 성폭행하고 약 13시간 동안 감금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당시 피해자의 뒤에서 접근해 목을 조른 수법과 여고생 피해자에게 접근한 과정이 유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앞선 범행과 여고생 살해 사건 사이의 공통점이 인정될 경우 장윤기의 범행 목적을 판단하는 중요한 정황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

재판부는 이날 장윤기 측의 공소사실 인정 여부를 확인한 뒤 검찰이 추가로 제출한 증거에 대한 동의 여부를 살필 전망이다. 검찰과 변호인 측이 신청할 증인과 향후 신문 일정에 관한 논의도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강간 등 살인 혐의가 인정되면 장윤기는 법정 최고형인 사형이나 무기징역을 선고받을 수 있다.

장윤기가 성범죄 목적을 부인하더라도 재판부는 블랙박스와 케이블타이 등 증거를 종합해 강간 등 살인죄 성립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일면식 없는 여고생 살해·구조 학생도 공격

장윤기는 지난 5월 5일 오전 0시 11분께 광주 광산구 월계동의 한 대학교 인근 도로에서 일면식이 없던 고등학생 이채원 양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 양을 돕기 위해 달려온 다른 고등학생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려 한 혐의가 적용됐다.

장윤기는 피해자 이 양에 대한 성범죄 목적을 제외한 나머지 주요 혐의를 인정한 상태다.

그는 첫 재판 이후인 지난 7일 법원에 첫 반성문을 제출했다. 반성문에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2차 공판에서는 장윤기가 그동안 유보했던 범행 목적에 관한 입장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장윤기의 진술 내용에 따라 향후 증거조사와 증인신문의 방향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 지휘라인 소환…초기 수사 비위도 조사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과 관련해 공무상비밀누설과 증거인멸 등의 혹을 받는 담당 강력팀장이 지난 8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광주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 뉴스1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과 관련해 공무상비밀누설과 증거인멸 등의 혹을 받는 담당 강력팀장이 지난 8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광주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 뉴스1

장윤기 재판과 별개로 경찰의 초기 수사 과정에서 제기된 비위 의혹에 대한 조사도 확대되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사건 당시 광산경찰서 형사과장이었던 A 경정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A 경정은 장윤기 검거부터 구속과 검찰 송치까지 수사 전반에 관여한 지휘라인이다.

특별수사단은 경찰이 장윤기에게 강간 등 살인 혐의가 아닌 일반 살인 혐의를 적용해 송치한 경위와 당시 의사결정 과정을 확인하고 있다.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된 당시 광산경찰서 수사팀장 B 경감에 대한 조사도 이어지고 있다.

특별수사단은 장윤기의 차량에서 케이블타이를 발견하고도 압수하지 않은 배경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현직 경찰관인 장윤기 아버지와 수사팀 사이에 여러 차례 통화가 오간 사실도 조사 대상이다.

수사팀과 장윤기 아버지의 통화 과정에서 수사 정보가 전달됐는지와 증거물 처리에 관한 대화가 있었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장윤기가 경찰 조사를 받은 열흘 동안 부모와 세 차례 접견한 과정도 조사 중이다. 접견 때 통상적인 절차를 벗어난 편의가 제공됐는지와 수사에 영향을 줄 만한 대화가 오갔는지가 핵심이다.

장윤기 사건에 대한 경찰의 증거인멸 의혹 등에 대한 강제 수사에 착수한 지난 7일 검찰 수사관들이 광주 광산경찰서를 압수수색 후 나서고 있다. / 뉴스1
장윤기 사건에 대한 경찰의 증거인멸 의혹 등에 대한 강제 수사에 착수한 지난 7일 검찰 수사관들이 광주 광산경찰서를 압수수색 후 나서고 있다. / 뉴스1

특별수사단은 앞서 광주경찰청 청장실과 수사부장실 및 강력계장실을 압수수색했다. 광산경찰서 서장실과 형사과장실에서도 자료를 확보했다.

현재까지 압수수색 대상자는 모두 참고인 신분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당국은 압수물 분석 결과에 따라 관련자를 피의자로 전환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장윤기 아버지가 아들의 자취방에 있던 성인용 인형과 과거 사용한 휴대전화 등을 폐기한 경위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시민단체와 피해자 추모모임은 경찰 비위 의혹에 대한 조사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본 사건 전반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