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먼저 떠나보낸 신구 "따라 죽을 수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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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함께한 아내, 신구가 말하는 이별의 현실
배우 신구가 지난해 세상을 떠난 아내를 향한 깊은 그리움을 드러냈다. 오랜 세월을 함께한 배우자를 떠나보낸 뒤 느낀 허전함을 담담한 말투로 전하며 주변을 먹먹하게 했다.
13일 유튜브 채널 ‘짠한형 신동엽’에는 ‘신구 조달환 이상윤 [짠한형 EP.153] 니들이 짠하는 맛을 알어?’라는 제목의 영상이 공개됐다. 이날 영상에는 연극 ‘베니스의 상인’에 출연 중인 배우 신구, 조달환, 이상윤이 게스트로 등장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방송에서는 신구와 후배 배우들의 특별한 인연도 공개됐다. 조달환은 신구와 가까운 관계를 언급하며 “선생님 집에 출입을 자유롭게 하는 게 저밖에 없다. 차량 등록도 다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상윤은 신구의 근황을 전하며 지난해 아내를 떠나보낸 뒤 혼자 지내게 된 그의 일상을 걱정했다고 밝혔다. 이상윤은 “선생님이 작년에 먼저 사모님을 보내시고 혼자 계시니까 집이 너무 적적해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리를 해드리고 바꿀 수 있는 건 바꿔보자는 이야기를 했다”며 “술도 편하게 마실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저희도 자고 갈 수 있는 방을 만들자는 이야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오랜 시간 함께했던 배우자를 떠나보낸 신구의 마음을 묻는 과정도 이어졌다. MC 신동엽은 “오랫동안 함께하셨던 만큼 순리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이라고 해도 많이 힘드셨을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이에 신구는 예상보다 담담한 모습으로 자신의 심정을 털어놨다. 그는 “나 혼자 되리라고는 생각을 못 했다. 어느 날 갑자기 그렇게 되니까”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따라 죽을 수도 없고, 먹긴 먹어야겠고”라며 “견디니까 견뎌지더라”고 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이별 앞에서 느꼈던 현실적인 고통과, 결국 하루하루를 살아내며 받아들이게 된 시간을 이야기한 것이다.
신구는 먼저 배우자를 떠나보내고 혼자 살아가는 주변 사람들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는 “미리 그런 상처를 겪고 혼자 지낸 친구들을 보며 ‘어떻게 견뎠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내의 부재를 완전히 실감하지 못하는 순간도 있다고 고백했다. 신구는 “요새도 세상을 떠났다는 생각이 잘 안 든다”며 “어디 외출했겠거니 생각하고 산다”고 말했다.
이어 “집에 들어갈 때도 아직 ‘나 왔어’ 이러고 들어간다”고 말해 오랜 세월 함께한 사람을 향한 그리움을 드러냈다. 수십 년 동안 이어진 일상의 습관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그러면서도 신구는 죽음과 이별을 삶의 한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일이니까. 인생이란 게 그렇지 뭐”라고 덧붙였다.
신구의 담담한 고백을 들은 조달환과 이상윤은 결국 눈물을 보였다. 두 후배 배우는 오랜 시간 연기자로 살아온 선배의 깊은 삶과 상실의 아픔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구는 지난해 7월 아내 하정숙 씨와 사별했다. 두 사람은 1974년 결혼해 오랜 기간 부부로 함께했으며 슬하에 아들을 뒀다.

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큰 스트레스, 사별
사랑하는 가족이나 배우자를 잃는 경험은 단순한 슬픔을 넘어 삶의 기반이 흔들리는 심리적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심리학에서는 배우자와의 사별을 인간이 겪는 주요 스트레스 사건 가운데 높은 수준으로 분류한다. 미국의 정신의학자 토머스 홈스와 리처드 레이의 ‘사회 재적응 평정 척도(Holmes and Rahe Stress Scale)’에서도 배우자의 죽음은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 중 하나로 평가된다. 이는 배우자가 단순히 함께 사는 사람이 아니라 정서적 지지자이자 생활의 동반자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랜 기간 함께한 부부일수록 사별 이후의 변화는 더욱 크다. 함께 식사하고 대화하던 일상,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던 습관, 집이라는 공간에서 공유했던 기억들이 한순간에 달라지면서 상실감이 커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사별 후 느끼는 슬픔은 정상적인 애도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초기에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렵거나 고인이 아직 곁에 있는 것처럼 느끼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신구가 “세상을 떠났다는 생각이 잘 안 든다”, “어디 외출했겠거니 생각하고 산다”고 말한 것 역시 오랜 시간 함께한 사람을 잃은 뒤 나타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애도 반응으로 볼 수 있다.
애도 과정에서는 다양한 감정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슬픔과 허무함뿐 아니라 죄책감, 분노, 외로움, 불안 등이 함께 찾아올 수 있으며, 같은 상황에서도 사람마다 회복 속도와 표현 방식은 다르다.
사별은 정신적인 충격뿐 아니라 신체 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큰 상실을 경험하면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증가하고 수면 장애, 식욕 저하, 피로감, 집중력 저하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배우자를 잃은 직후 심혈관 질환 위험이 증가하는 ‘상심 증후군(스트레스성 심근병증)’ 가능성도 보고된 바 있다.

특히 고령층에서 배우자 사별은 생활 전반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식사 관리, 병원 방문, 경제 활동, 사회적 관계 유지 등 그동안 배우자와 함께 해오던 역할을 혼자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고립감이 커지면 우울감이 심해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사람은 상실을 완전히 잊는 것이 아니라, 고인과의 기억을 간직한 채 새로운 삶의 형태를 만들어간다. 전문가들은 애도의 목표가 슬픔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떠난 사람과의 관계를 마음속에 새로운 방식으로 자리 잡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주변의 지지 역시 회복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족이나 친구가 고인을 잊으라고 재촉하기보다 충분히 슬퍼할 시간을 인정하고, 고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우울감이나 일상 유지의 어려움이 지속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