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0만 터진 최신 흥행작 '한국영화', 드디어 OTT 풀린다…넷플 아닌 '여기'로 상륙

작성일

진화하는 감염자의 공포…현대무용수가 만든 움직임의 비밀

올여름 극장가를 뒤흔든 K-좀비 블록버스터가 마침내 안방으로 들어온다. 행선지는 넷플릭스가 아니다. 쿠팡플레이다.

'군체' 주연 전지현. / 쇼박스 제공
'군체' 주연 전지현. / 쇼박스 제공

바로 연상호 감독의 '군체'에 대한 소식이다.

쿠팡플레이는 전지현·구교환·지창욱 주연의 영화 '군체'를 오는 23일터 개별구매 방식으로 선보인다고 16일 밝혔다. 극장에서 누적 관객 수 590만 명을 돌파하며 올해 한국 영화 흥행 전선의 중심에 섰던 작품이 개봉 이후 빠르게 OTT 개별구매 시장으로 직행하게 됐다.

개별구매 방식이라는 점은 시청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대목이다. 쿠팡플레이 구독만으로는 볼 수 없고, 작품을 따로 구매해야 감상할 수 있는 형태다. 극장 관람 시기를 놓친 관객 입장에서는 상영관을 찾아다닐 필요 없이 집에서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경로가 열린 것이고, 이미 극장에서 본 관객에게는 감염자들의 움직임을 다시 뜯어볼 수 있는 'N차 관람' 창구가 생겼다.

봉쇄된 건물, 진화하는 감염자…칸이 먼저 주목한 이야기

'군체' 스틸컷. 전지현. / 쇼박스 제공
'군체' 스틸컷. 전지현. / 쇼박스 제공

'군체'는 제79회 칸 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처음 공개된 작품이다. 정체불명의 감염 사태로 봉쇄된 건물 안, 고립된 생존자들이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진화하는 감염자들에 맞서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그린다. 기존 좀비물과의 가장 큰 차이는 감염자들이 멈춰 있지 않다는 점이다. 빠르게 진화하는 좀비들의 공세가 조여오는 공포를 만들어내는 동시에, 그 특성을 파악하고 지능적으로 맞서는 생존자 집단의 과감한 액션이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전하며 K-좀비물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연 감독은 제작기 영상에서 전작들과의 차별점을 직접 설명했다. 그는 "'부산행' 같은 경우는 기차라고 하는 폐쇄된 공간 안에서 어떤 일이 생길 것인가, '반도' 같은 경우는 한반도라고 하는 고립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면, '군체'를 처음 구상할 때는 좀비 자체에 집중해 보자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공간이 아니라 감염자 그 자체를 파고든 작품이라는 것이다.

'군체' 연상호 감독. / 쇼박스 제공
'군체' 연상호 감독. / 쇼박스 제공

핵심 설정은 '업데이트'다. 감염자들이 집단 지성을 이뤄 정보를 교환하고, 여러 명이 정보를 나누는 순간마다 존재 자체가 변화한다는 개념이다. 연 감독은 "이들이 계속 변화하는 존재라는 걸 깨닫는 순간이 관객이 느낄 수 있는 첫 번째 공포 요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배우들 역시 "기존의 감염물과 다르게 감염자들이 업데이트된다는 개념이 재밌었다", "감염자가 움직이는 모습이나 형태가 이런 방식으로 표현된 적은 없었던 것 같고 그게 주는 충격이 있겠다"는 반응을 내놨다.

현대 무용수들이 만든 감염자의 몸…"테크닉의 끝"

관객들이 극장에서 가장 놀랐던 지점, 안방에서 다시 확인하고 싶어 할 지점은 감염자들의 움직임이다. 제작진은 기존 좀비의 동작 문법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국의 내로라하는 현대 무용수들과 협업했다. 제작기에 따르면 연 감독이 직접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현대 무용수들의 힘이 필요하다"고 요청하면서 협업이 성사됐다.

안무를 만든 이들은 "기존의 좀비와는 다른, 어딘가로 함께 가는 듯한 느낌을 표현하고 싶다는 주문이 있었다"며 "기어다니는 것부터 시작해 스피디하게 움직이기도 하고 서로 도와가며 움직이는 동작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어떤 질감으로, 어떤 속도로 갈지를 두고 반복 연습이 이어졌고, 현장에서는 "어떻게 사람이 몸으로 저런 동작을 보여주나, 테크닉의 끝이다"라는 감탄이 나왔다. 실제 분장을 하고 액션을 소화하는 감염자 연기자들을 마주한 배우들은 "생각보다 엄청 무서웠다"고 촬영 당시를 돌아봤다. CG가 아닌 사람의 몸으로 구현된 집단의 움직임이 이 영화의 공포를 떠받치는 뼈대인 셈이다.

'군체' 스틸컷. 구교환. / 쇼박스 제공
'군체' 스틸컷. 구교환. / 쇼박스 제공

연 감독은 집단 지성으로 움직이는 감염자들의 반대편에 인간을 세웠다. 그는 "집단 지성으로 움직이는 생명체 앞에서 인간의 개성, 협력 같은 것들을 다루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군체'라는 제목 자체가 집단에 관한 영화임을 가리키는 이유다.

전지현 11년 만의 스크린 복귀…뉴욕아시안영화제 수상까지

이 작품이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은 또 다른 이유는 전지현이다. 전지현에게 '군체'는 영화 '암살'(2015) 이후 11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다. 드라마가 아닌 극장용 영화로 돌아온다는 소식만으로 캐스팅 발표 당시부터 뜨거운 반응이 쏟아졌다. 여기에 구교환, 지창욱, 신현빈, 김신록, 고수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합류해 시너지를 완성했다.

성과는 수치와 수상으로 이어졌다. 국내에서는 누적 관객 수 590만 명을 돌파했고, 해외에서는 말레이시아 역대 한국 영화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부산행'(2016), '반도'(2020)로 K-좀비 신화를 쓴 연 감독의 이른바 '연상호 유니버스'가 해외 시장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이 다시 확인된 것이다. 전지현 개인에게도 굵직한 기록이 남았다. 한국 여배우 최초로 제25회 뉴욕아시안영화제에서 '아시아 특별 스타상'을 수상했다.

'군체' 스틸컷. 지창욱. / 쇼박스 제공
'군체' 스틸컷. 지창욱. / 쇼박스 제공

배우들은 제작기에서 작품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제가 연상호 감독님의 찐팬이었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너무 신선했다", "좀비와는 다른 감염자들을 매개로 한 아포칼립스 영화 같은 재미가 있었다"는 소감이 이어졌다. "게임을 클리어하는 유저의 마음으로, 클리어하면 또 업데이트가 되니까"라는 표현은 이 영화의 관람 방식을 압축한다. 감염자가 진화할 때마다 생존자들의 대응도 달라져야 하는 구조가 게임적 긴장감을 만든다.

넷플 대신 쿠팡플레이…최신작 선점 전략 어디까지

이번 '군체' 공개로 다시 확인된 것은 쿠팡플레이의 최신 영화 선점 전략이다. 쿠팡플레이는 앞서 '왕과 사는 남자', '살목지', '만약에 우리'에 이어 이번 '군체'까지 극장 최신 화제작들을 발 빠르게 확보하며 영화 라인업을 두텁게 쌓아왔고, 이 라인업이 이용자들의 폭발적 반응으로 이어지고 있다. 극장 개봉작이 OTT로 넘어오는 창구 경쟁에서 쿠팡플레이가 대형 화제작을 연달아 가져가는 흐름이 굳어지는 모양새다.

'군체' 포스터. / 쇼박스 제공
'군체' 포스터. / 쇼박스 제공

연상호 감독 세계관 이해하기 위한 작품 '3편'

출발점은 2011년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이다.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 최초로 칸 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되며 연상호라는 이름을 세상에 각인시킨 기념비적 데뷔작이다. 중학교 시절 학교 폭력의 기억을 지닌 두 친구의 이야기를 통해 계급 사회의 잔인함과 인간 본성의 어두운 심연을 거칠고 강렬한 화풍으로 고발했다. 좀비도 괴물도 등장하지 않지만, 극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민낯이라는 연상호 월드의 핵심 주제가 이미 이 작품에서 시작됐다.

이 주제 의식이 대중적으로 폭발한 작품이 2016년 '부산행'이다. 한국 상업 영화 최초의 좀비 블록버스터이자 연상호 감독의 첫 천만 관객 돌파 영화다. 서울발 KTX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숨 막히는 사투와 극한 상황 속 인간의 이기심을 속도감 있게 그려내며 글로벌 흥행에 성공했고, 이후 'K-좀비'라는 장르 자체를 세계 시장에 각인시킨 시초가 됐다. '군체'의 봉쇄된 건물이라는 설정 역시 '부산행'의 폐쇄 공간 문법과 맞닿아 있다.

플랫폼을 넓힌 전환점은 2021년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이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공개 직후 넷플릭스 전 세계 차트 1위를 달성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지옥행 선고'라는 초자연적 현상을 마주한 인간들의 혼란과 종교적 광기를 날카롭고 묵직한 메시지로 풀어냈다. 좀비라는 외피를 벗고도 연상호 월드가 세계 시청자에게 통한다는 사실을 증명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