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가 한국경제에 미친 영향, 이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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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초호황에 1인당 GDP 4만달러 초읽기

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수원캠퍼스. / 뉴스1
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수원캠퍼스. / 뉴스1

반도체 초호황이 한국 경제의 몸집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올해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불어나면서 '4만달러 시대' 진입을 눈앞에 두게 됐다. 앞으로 원/달러 환율이 조금만 더 내려도 사상 처음으로 올해 안에 4만달러 벽을 넘을 수 있고, 늦어도 내년에는 무난히 4만달러대에 올라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 국가데이터처 등의 자료를 종합하면 한국의 올해 1인당 GDP는 3만9164달러로 추산된다. 지난해보다 2750달러(7.6%) 늘어난 규모로, 2021년 3882달러(11.5%)가 불어난 이후 5년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증가세를 이끈 것은 반도체다. 정부는 지난 14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올해 경상성장률 전망치를 12.3%로 끌어올렸다. 반도체 초호황에 따른 수출 호조를 반영한 수치로, 1996년(12.3%) 이후 30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1인당 GDP는 한 해 경상GDP를 그해 평균 원/달러 환율로 달러화한 뒤 총인구로 나눠 산출한다. 지난해 경상GDP 2676조6748억원에 올해 경상성장률 전망치 12.3%를 적용하면 올해 경상GDP는 3005조9058억원으로 계산된다. 여기에 지난 16일까지 집계된 올해 평균 환율 1487.19원(오후 3시 30분 기준)과 장래인구추계상 총인구 5160만9121명을 대입한 결과가 3만9164달러다.

관건은 환율이다. 남은 기간 원화가 강세로 돌아서 연 평균 환율이 지금보다 30원가량 낮은 1456.1원 아래로 내려가면 올해 안에 곧바로 4만달러 문턱을 넘어설 수 있다. 반대로 환율이 지금 수준에 머물면 4만달러 진입 시점은 내년으로 미뤄진다. 정부가 제시한 내년 경상성장률 전망치 4.6%를 같은 방식으로 계산할 경우 내년 1인당 GDP는 4만1024달러로, 사상 처음 4만달러대를 밟게 된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한국의 1인당 GDP는 2016년 3만839달러로 3만달러대에 진입한 지 11년 만에 앞자리를 '4'로 바꾸게 된다.

4만달러를 향해 온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2018년 3만5359달러까지 올라섰던 1인당 GDP는 팬데믹 등의 여파로 2년 연속 뒷걸음질쳐 2020년 3만3652달러로 주저앉았다. 이듬해에는 경제활동 재개와 대규모 부양책, 기저효과가 겹쳐 3만7534달러로 반짝 뛰었지만, 2022년에는 물가 급등과 금리 인상이 겹치며 다시 3만4875달러로 내려앉았다. 특히 2022년에는 원/달러 환율이 1292원대까지 치솟으면서 원화 기준 경제 규모가 커지고도 달러로 환산한 소득은 오히려 줄어드는 역설이 나타났다. 이후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가다 올해 반도체 수출에 힘입어 급반등했다.

경제 규모 자체도 새 기록을 쓴다. 올해 한국 경제는 원화 기준으로 사상 처음 3000조원을 넘어선다. 총 GDP는 2018년 2006조9745억원으로 처음 2000조원을 돌파한 뒤, 2024년 2564조2042억원으로 2500조원 선을 넘었고, 올해 3005조9058억원까지 몸집을 키운다. 지금의 환율 수준이 유지되면 달러 기준으로도 처음 2조달러를 돌파한다. 달러로 환산한 한국의 GDP는 2006년 1조944억달러로 처음 1조달러를 넘겼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한복판이던 2009년 9830억달러로 미끄러졌고, 이듬해 1조1930억달러로 1조달러대에 복귀한 뒤 등락을 거듭하다 올해 2조212억달러로 앞자리를 바꾼다.

한국은 이미 인구 5000만명 이상이면서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는 이른바 '3050 클럽'에 2010년대 후반 세계 일곱 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미국과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은 가입이었다. 통상 선진국 문턱으로 여겨지는 1인당 GDP 4만달러까지 넘어서면 선진 경제권 지위를 한층 굳히게 된다. 다만 1인당 GDP는 한 나라의 생산을 인구로 나눈 평균값이어서 가계가 체감하는 소득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다.

한국을 바짝 뒤쫓거나 앞지르는 국가도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반도체 호황의 수혜를 입은 대만은 올해 1인당 GDP가 단숨에 4만5000달러를 넘어 한국과의 격차를 더 벌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14일 잠재성장률 3%, 수출 세계 4강, 1인당 국민소득 5만달러를 뼈대로 한 '3·4·5 경제 대도약'을 중장기 목표로 내놨다. 강기룡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관련 브리핑에서 "수출과 1인당 소득 5만달러는 현재 추세를 유지하고 좀 더 정책적 노력을 강화한다면 이재명 정부 임기 안인 2030년까지 달성할 가능성이 높고, 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