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성과급이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깬다면, 바꿔야 한다"

작성일

메모리 공급 확대 vs 가격 안정, 한국 반도체의 미래 경쟁력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SK하이닉스 성과급 논란에 대해 처음으로 입장을 내놨다.

최 회장은 "구성원의 행복도 중요하지만 이해관계자 모두가 함께 지속가능한 방향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반도체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 속에서 생산능력 확대와 가격 안정이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최 회장은 지난 15일 제주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 기자간담회에서 SK하이닉스 성과급 지급 방식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밝혔다. 최근 SK하이닉스는 노사 합의에 따라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재원으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AI 반도체 호황으로 영업이익이 급증하면서 성과급 규모 역시 크게 늘어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8일 제주 서귀포시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9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폐회사를 하고 있다. 2026.7.18/뉴스1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8일 제주 서귀포시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9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폐회사를 하고 있다. 2026.7.18/뉴스1

최 회장은 성과급 제도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제도를 운영하는 과정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며, 변화된 환경에 맞춰 지속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회사의 존재 목적은 결국 구성원의 행복"이라면서도 "그 행복은 고객과 주주, 협력사, 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신뢰 속에서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특정 제도가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훼손하고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떨어뜨린다고 판단된다면 당연히 손질할 필요가 있다"며 "반대로 긍정적인 효과도 분명 존재하는 만큼 충분한 논의와 공감대 형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성과급 논란이 단기간에 결론날 문제는 아니라며 노사와 구성원들이 충분한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해법을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AI 시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전망도 함께 제시됐다.

최 회장은 내년 AI 반도체 시장이 올해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AI 서비스 확대와 데이터센터 증설이 이어지면서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겠지만 공급 확대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메모리 확보는 이제 단순한 기업 경쟁을 넘어 국가 경제안보 차원의 문제"라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가능한 한 빠르게 생산능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뿐 아니라 해외 생산거점 확보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반도체 공장은 착공부터 실제 양산까지 수년이 걸린다"며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미래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반도체 가격에 대한 일반적인 업계 시각과는 다른 견해도 내놨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메모리 가격이 계속 오르는 것이 기업에는 단기적으로 유리할 수 있지만 산업 전체로 보면 반드시 좋은 현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최 회장은 "현재 가격은 정상적인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공급 부족이 장기화되면 PC와 스마트폰, AI 서버 가격까지 연쇄적으로 오르는 '칩플레이션(Chipflation)'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칩플레이션은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제품 가격 전반이 상승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반도체는 스마트폰과 PC뿐 아니라 자동차, 가전제품, 산업장비까지 거의 모든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핵심 부품인 만큼 가격 상승이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최 회장은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가격 인상보다 생산 확대가 우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가격 상승에만 의존하면 시장 규모가 줄고 경쟁사들이 새로운 공급자로 진입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생산량을 확대해 시장 자체를 키우는 것이 훨씬 중요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AI 산업 성장에는 반도체뿐 아니라 전력 인프라 확충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만큼 발전설비와 송배전망 확충이 병행되지 않으면 산업 성장에도 한계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직원들이 10일 미국 뉴욕 나스닥 타워에서 주식예탁증서(ADR) 나스닥 시장 상장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6.7.10/뉴스1
최태원 SK그룹 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직원들이 10일 미국 뉴욕 나스닥 타워에서 주식예탁증서(ADR) 나스닥 시장 상장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6.7.10/뉴스1

SK하이닉스 성과급 논란은 왜 커졌나

이번 논란의 배경에는 SK하이닉스의 독특한 성과급 제도가 있다. 회사는 노사 합의를 통해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AI 반도체 핵심 제품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했고, 이에 따라 성과급 규모도 과거보다 크게 늘어났다.

직원들은 "성과에 따른 정당한 보상"이라는 입장인 반면, 일각에서는 대규모 성과급이 배당이나 미래 투자 재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직원 보상과 연구개발 투자, 설비 투자, 주주 환원 사이에서 어떻게 배분해야 하는지는 글로벌 기업들도 꾸준히 고민하는 경영 과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