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못 받고, 미친X 소리 들었다” 전지현 시외조모 묘지 훼손한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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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된 고 이영희 씨
고인은 배우 전지현의 시외조모로도 알려져 있다.
19일 세계일보 단독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단독 조영민 판사는 분묘발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50대 여성 강 모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강 씨는 판결에 불복해 지난 16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앞서 검찰은 징역 1년을 구형한 바 있다.
강 씨는 지난해 11월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된 이영희 씨의 묘역을 찾아 봉분 위 잔디를 파헤치고 묘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강 씨의 정신 상태가 불안정한 것으로 판단해 정신병원에 응급입원 조치했다.

재판에서 강 씨는 범행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다만 과거 이 씨 밑에서 근무하면서 “고인으로부터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등을 맞으며 ‘미친X’, ‘도둑X’이라는 폭언을 듣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을 심하게 당했다”며 “가족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싶어 묘지를 찾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자신의 행위는 '분묘발굴'이 아니라 단순한 재물손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손과 어깨를 다친 상태여서 작은 재봉가위와 커터칼로 봉분 위 잔디만 제거했을 뿐 흙을 파헤칠 의도는 없었다는 것이다. 유족에게 자신의 억울함을 알리기 위한 행동이었다는 취지의 주장도 내놨다.
최후진술에서는 "법 없이 살아왔다"며 전과가 남지 않도록 선처해 달라고 호소했다. 변호인 역시 범행이 계획적이라기보다 우발적으로 이뤄졌고 훼손 정도가 크지 않았으며, 정신질환과 초범이라는 점을 고려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분묘발굴죄는 무덤의 완전한 보존을 보호하기 위한 범죄인 만큼 봉분 일부를 제거하거나 훼손한 경우에도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확립돼 있다고 판단했다.
조 판사는 "피고인과 고인의 관계, 분묘의 훼손 정도, 고인이 생전에 사회에 미친 영향, 범행 동기와 수법, 유족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을 종합하면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봉분 일부만 훼손됐고 유골에는 직접적인 영향이 없었던 점, 피고인이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사건 당시 정신질환이 범행에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묘지를 훼손하는 행위는 단순한 재물손괴보다 훨씬 무겁게 처벌
형법 제160조는 분묘를 발굴하거나 훼손한 사람을 '분묘발굴죄'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이다. 실제 유골을 꺼내지 않았더라도 봉분을 파헤치거나 무덤의 형태를 훼손해 원형을 손상시켰다면 분묘발굴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일관된 판단이다.
묘비를 부수거나 비석을 훼손하는 경우에는 상황에 따라 재물손괴죄가 함께 적용될 수도 있다. 또 국립현충원이나 공설묘지처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시설에서 범행이 이뤄질 경우에는 시설관리법 위반이나 손해배상 책임이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민사상 책임도 별개다. 유족은 훼손된 묘역의 복구 비용은 물론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 실제로 법원은 분묘 훼손이 유족의 추모권과 인격적 이익을 침해한 행위라고 보고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사례도 적지 않다.
고 이영희 씨, 한국 한복의 세계화를 이끈 대표적인 한복 디자이너로 평가 받아
고인은 1936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1976년 '이영희 한국의상'을 설립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고, 국내외에서 300회가 넘는 패션쇼를 열며 한복의 아름다움을 세계 무대에 알렸다.
특히 그는 전통 한복의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접목한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1993년 한국인 최초로 프랑스 파리 프레타포르테 패션쇼에 참가한 이후 20회 넘게 파리 컬렉션 무대에 섰고, 오트 쿠튀르 무대에도 진출하며 한복을 세계적인 패션으로 소개했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그의 한복을 '바람의 옷(Wind Clothes)'이라고 표현하며 몸을 자연스럽게 감싸는 한복 특유의 아름다움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해외 활동도 활발했다. 2000년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한복 패션쇼를 개최했고, 2004년에는 맨해튼에 '이영희 한국박물관'을 열어 외국인들에게 한복과 한국 문화를 소개했다. 미국 스미소니언박물관에는 그의 한복 작품이 영구 소장됐으며,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의에서는 21개 회원국 정상들이 입은 두루마리를 제작해 한국 전통 의상을 세계 정상들에게 선보였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개·폐회식 한복 디자인에도 참여했다.
정부는 이 같은 공로를 인정해 2018년 이영희 씨에게 문화예술 분야 최고 영예 가운데 하나인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정부는 40여 년 동안 한복 문화의 발전과 현대화, 세계화에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또 한복을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로 세계에 알린 공적을 인정해 국가적인 예우를 결정했다.
이영희 씨는 같은 해 별세한 뒤 국립서울현충원 국가사회공헌자 묘역에 안장됐다. 국립서울현충원은 국가 수호뿐 아니라 문화·예술·학술·과학 등 각 분야에서 국가 발전과 국민 통합에 크게 기여한 인물을 국가사회공헌자로 예우해 안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