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자취방서 벌어진 일... '성추행 피해 여성 공무원'만 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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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 SBS 취재 시작되자 직위해제

산림청 소속 무기계약직 여성 직원이 동료 남성 공무원에게 성추행을 당했지만 정작 직장을 떠난 사람은 피해자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 남성은 재판에서 추행 사실을 인정하고도 소속 기관에서 별다른 조치 없이 근무를 이어갔고, 직위해제는 언론 취재가 시작된 뒤에야 이뤄졌다. SBS가 19일 이 같은 내용을 단독 보도했다.

AI 툴로 만든 사진.
AI 툴로 만든 사진.

SBS 보도를 종합하면, 경북 지역 한 지방산림청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일하던 20대 여성 A씨는 지난해 7월 회식이 끝난 뒤 같은 기관 8급 주무관 B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만취한 A씨를 집까지 바래다주겠다던 B씨가 A씨의 자취방까지 따라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집에 누워 있을 때 누군가 몸을 만지는 느낌이 났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B씨는 수사 초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피해자 측 유류품에서 B씨 DNA가 검출되면서 준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첫 공판부터 반성한다는 취지로 공소사실을 인정했고, 검찰은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1심 선고는 다음 달로 예정돼 있다.

산림청은 사건 직후 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를 열어 두 사람을 분리 조치했다. 그러나 예상됐던 직위해제나 징계는 이뤄지지 않았고, B씨는 같은 지방산림청 산하 국유림관리소로 자리를 옮겨 근무를 계속했다. 업무상 두 기관을 오가는 일이 잦았던 탓에 A씨는 B씨와 마주칠 것을 우려해 근무 일정을 바꿔가며 피해야 했다고 SBS는 전했다. 주변 동료들은 사건 자체를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징계위원회는 사건 발생 1년이 다 돼가는 지난 6일에야 처음 열렸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산림청은 다음 달 1심 선고 결과를 지켜본 뒤 징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직위해제라도 해달라는 A씨의 요구는 번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산림청 담당자는 징계가 피해자만 고려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상대방도 있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항소가 이어지면 2심 결과까지 지켜봐야 할 수 있다는 부담 속에 결국 지난 4월 초 직장을 떠났다.

산림청은 SBS 취재가 시작된 뒤인 지난 16일자로 B씨를 직위해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법조계에서는 소속 기관의 대응이 통상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동훈 변호사는 SBS에 가해자를 소극적으로 방치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하며 일단 직위해제를 먼저 하고 이후 재판 결과에 따라 추가 징계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보도가 알려지자 온라인에서는 산림청의 늑장 대응을 성토하는 반응이 쏟아졌다. 누리꾼들은 "그놈의 '취재가 시작되자'라는 말이 또 나온다. 산림청장부터 징계해야 한다", "취재가 시작되자 곧바로 직위해제라니…. 그동안 봐주고 있었다는 것 아니냐. 관련자들을 조사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상급 공무원들을 성폭력범 관리 소홀과 직무유기, 처분 지연에 따른 업무 태만으로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며 윗선 책임론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피해자를 향한 안타까움도 컸다. "피해자가 숨죽여야 하는 세상은 말이 안 된다", "왜 피해자가 퇴사를 해야 하나. 잘못한 사람이 벌을 받아야 한다", "늦었더라도 직위해제를 했으니 피해자를 복직시켜야 한다"는 댓글이 잇따랐다.

공무원 징계 절차 자체를 문제 삼는 의견도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보통 1심에서 유죄가 나오면 2심 결과와 상관없이 파면이나 해임되는 것이 공무원 징계 방식인데, 2심까지 지켜보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성범죄를 저지른 공무원을 직위해제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 놀랍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같은 조직에서 계속 근무하게 한 것부터가 문제"라는 반응도 있었다. 사건을 계기로 산림청 소속 공무원의 성비위 실태와 징계 절차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