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축구감독, 한국 대표팀과 연결'... 홍명보 후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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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이어받을 가장 앞선 후보군에 포함” 주장 나와

정말 에르베 르나르 감독이 또다시 한국 축구와 이름이 엮인 것일까.

한 명의 감독을 두고 여러 나라가 동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주인공은 에르베 르나르 감독이다. 그리고 그 구애 행렬에 사령탑이 빈 한국이 이름을 올렸다는 관측이 유럽에서 흘러나왔다.


에르베 르나르 감독 / 르나르 감독 인스타그램
에르베 르나르 감독 / 르나르 감독 인스타그램

프랑스 이적시장 전문 매체 풋메르카토는 23일 산티 아우나 기자를 통해 르나르 감독을 향한 각국의 관심을 정리해 전했다. 아프리카에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위고 브로스 감독의 뒤를 이을 0순위로 그를 지목했고, 세네갈에서도 이름이 거듭 오르내린다고 한다. 알제리는 블라디미르 페트코비치 감독의 자리가 흔들리면 곧장 르나르 감독에게 손을 뻗을 태세라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아우나 기자는 그의 거취가 길어야 몇 주 안에 정리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우나 기자에 따르면 아시아에서 한국이 르나르 감독을 원하고 있다. 아우나 기자는 여러 한국 소식통을 근거로 홍명보 전 감독이 비운 대표팀 사령탑을 이어받을 가장 앞선 후보군에 르나르 감독이 들어 있다고 적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지휘하며 아시아 무대에 남긴 족적이 이런 평가의 배경으로 꼽힌다.

에르베 르나르 감독 / 르나르 감독 인스타그램
에르베 르나르 감독 / 르나르 감독 인스타그램

르나르 감독이 이토록 귀한 대접을 받는 데는 그만한 이력이 있다. 1968년생인 그는 잠비아를 이끈 2012년과 코트디부아르를 이끈 2015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 잇따라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서로 다른 두 국가를 대륙 정상에 세운 최초의 지도자로 남았다. 약체로 분류되던 팀을 단기간에 끌어올리는 데 능하다는 평가가 여기서 나왔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는 모로코의 지휘봉을 잡았고, 사우디아라비아를 맡은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서는 리오넬 메시의 아르헨티나를 2대 1로 무너뜨리는 파란을 일으켰다. 그 대회에서 사우디가 16강에 닿지는 못했지만 우승국을 상대로 거둔 한 판 승리는 그의 이름값을 한층 끌어올렸다. 이후 프랑스 여자대표팀을 거쳐 2024년 사우디로 돌아갔고, 이번 북중미월드컵에서는 튀니지를 임시로 두 경기 이끈 뒤 물러나 지금은 몸담은 팀이 없다.

한국과의 연결 고리는 낯설지 않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한국 대표팀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2024년 대한축구협회가 검토하던 외국인 후보 명단에 르나르 감독의 이름이 있었다. 당시 국내 보도를 종합하면 그는 한국을 1순위로 두고 2026년 월드컵을 함께 치르고 싶다는 뜻을 숨기지 않았고, 자신과 코치 한 명만 데려오는 조건에 몸값도 클린스만 전 감독 한 명분에 못 미치는 수준을 내밀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 자리는 결국 홍명보 감독에게 돌아갔고, 르나르 감독의 한국행은 없던 일이 됐다.

에르베 르나르 감독 / 르나르 감독 인스타그램
에르베 르나르 감독 / 르나르 감독 인스타그램

다만 한국 축구의 현 주소는 이 소식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게 만든다. 지금 대한축구협회에는 대표팀을 맡길 감독도, 조직을 끌어갈 회장도 없다. 홍 전 감독은 48개국 체제로 처음 치른 이번 월드컵에서 34위에 그쳐 조별리그에서 짐을 쌌고, 2027년 아시안컵까지 남아 있던 임기를 7개월가량 앞당겨 지난달 물러났다. 부임 과정에서부터 공정성 시비에 휘말렸던 터라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 거셌다. 여기에 정몽규 전 축구협회장마저 이달 초 13년 만에 자리를 내려놓으면서 협회는 감독과 회장을 한꺼번에 새로 뽑아야 하는 초유의 국면에 빠졌다.

후폭풍이 매섭다.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뒤 귀국한 선수단은 공항에서 성난 팬들의 고성과 야유를 마주했고, 협회를 오래 좌우해온 특정 가문 중심의 운영을 겨냥한 비판도 다시 불붙었다. 급기야 이재명 대통령이 나서 체육 행정을 대대적으로 손보겠다고 공언했고,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박지성 국제축구연맹(FIFA) 분과위원이 공동으로 이끄는 혁신 기구(K-축구 혁신위원회)까지 꾸려졌다. 감독 한 명을 새로 들이는 일이 단순한 인선을 넘어 협회 개혁이라는 큰 흐름과 뒤엉켜 버린 셈이다.

에르베 르나르 감독 / 르나르 감독 인스타그램
에르베 르나르 감독 / 르나르 감독 인스타그램

당장 후임 감독을 뽑아야 할 전력강화위원회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현영민 위원장 체제의 전강위는 국내 지도자로 갈지 외국인으로 갈지, 임시 감독을 먼저 앉힐지조차 결론 내지 못했다. 하마평에 오르는 이름도 르나르 감독만이 아니다. 2022년 한국을 16강에 올려놓은 파울루 벤투 전 대표팀 감독이 재도전 의사를 내비쳤고, K리그 전북에서 지도력을 입증한 거스 포옛 감독도 조건을 따지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국인 명장을 데려오는 데 드는 비용도 걸림돌이다. 클린스만 전 감독의 위약금 탓에 곳간이 비어 외국인 선임이 버거웠던 2024년의 기억을 떠올리면, 이번에도 돈 문제는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변수다.

회장 자리부터 언제 채워질지 짐작하기 어려운 마당에 협회가 르나르 감독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협상까지 밀어붙였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대륙을 넘나드는 제안을 여럿 쥔 르나르 감독이 굳이 한국을 서둘러 고를 이유도 마땅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대표팀 발등엔 불이 떨어졌다. 대표팀은 오는 9월 A매치에서만 17일 동안 네 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빡빡한 일정을 앞두고 있다. 협회 안팎에서는 이 구간을 임시 체제로 넘긴 뒤 정식 감독 선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