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아파트 관리실 방화 피의자 관련 주민들 구체적 증언 “결국 '이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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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피의자 거주지 및 차량 압수수색으로 얻은 자료 분석 중

지난 23일 오전 경북 경산시 사동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주민과 관리인 등이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과 소방 당국이 현장을 통제하고 사고 원인과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 뉴스1
지난 23일 오전 경북 경산시 사동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주민과 관리인 등이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과 소방 당국이 현장을 통제하고 사고 원인과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 뉴스1

경상북도 경산시 사동에 위치한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끔찍한 방화 사건이 발생해 총 8명에 달하는 막대한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번 참사는 아파트 관리 운영권을 둘러싼 내부의 장기간 갈등과 악감정이 빚어낸 것으로 추정된다.

26일 경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24일 피의자 70대 남성 A 씨의 거주지와 차량을 전격 압수수색 해 관리 운영 체계에 대한 강한 항의 내용이 기재된 서류 일체를 확보했다.

뉴스1에 따르면 사건 현장을 지켜본 주민들은 "결국 돈 문제였다. 아파트 운영을 둘러싼 갈등이 비극으로 이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앞서 일부 입주민은 경산시청에 "방수 및 도색 공사 계약서와 세금계산서, 입출금 통장 등 관련 자료를 명확히 확인해 달라"며 정식 민원을 제기했다.

민원을 접수한 경산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합동으로 특정 감사를 실시했고, 해당 아파트 관리실은 과태료 2건과 행정지도 7건, 권고 1건 등 총 10건의 무더기 행정조치를 받았다.

감사 과정에서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에 정식으로 공개된 관리비 내역과 실제 주민에게 청구된 내역이 상이하다는 치명적인 회계 오류가 적발됐다.

아울러 폐지 판매 등 단지 내 잡수익을 관리비 부과 내역서 등에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공사 및 용역 계약의 범위와 금액 및 수의계약 기준과 입찰 대상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점도 행정지도 대상이 됐다.

특히 관리인 선임 신고 의무를 고의로 누락한 전 운영위원장에게는 법령에 따라 과태료가 부과됐다.

주민들은 "A 씨가 공사비와 관리비 사용 내역 등을 관리사무소에 지속해서 요구해 왔다"며 "전 운영위원장이 과태료 처분을 받고 자진 사임한 뒤 A 씨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지만 판공비 인상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적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A 씨는 입주자대표 선거에 출마했지만 낙선했고, 당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자 투표함을 부수는 등 난폭한 행동을 보인 적도 많았다"며 "평소에도 분노를 자주 표출하는 편이었다"고 전했다.

수년간 파벌 갈등이 계속되자 관리사무소 측은 정상적인 업무가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A 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본인이 형사 고소를 당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A 씨는 "주민들끼리 이렇게까지 대응하느냐"며 단지 내에서 거친 난동을 부렸다.

이 소동이 벌어진 바로 다음 날인 지난 23일 오전 방화 범행이 일어났다.

사건은 A 씨가 관리사무소 지하에서 인화성 물질을 가져와 내부 곳곳에 뿌린 뒤 소지하던 라이터로 불을 붙이며 시작됐다.

폭발과 화재로 직원과 입주민 등 8명이 중증 화상을 입고 대형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이 중 50대 여성 1명은 상태가 심각해 서울 화상 전문 의료기관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숨졌다. 전신 화상을 입은 현장 관리인도 생명이 극도로 위중한 상태에 놓였다.

관할 경산경찰서는 범행 직후 현장에서 체포된 A 씨를 현주건조물방화치사상 혐의로 정식 입건했으며 다수의 참고인 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범행 동기를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형법 제164조 현주건조물방화치사상죄에 따르면 방화로 사람이 주거하는 건조물을 훼손해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명시돼 있다.

1990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204세대 규모다. 현행 공동주택관리법상 300세대 이상이거나 150세대 이상이면서 승강기가 설치된 공동주택만이 의무관리 대상으로 분류돼 엄격한 감독을 받는다.

하지만 이 아파트는 기준에 미달해 법률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대신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적용을 받아 입주민들이 자체적으로 관리인을 선임하고 관리비 내역 등을 공개하도록 규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