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리시, CFTC에 무기한 선물 정규 시장 등록 신청…미국 크립토 파생상품 판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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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리시, CFTC에 무기한 선물 거래소 등록 신청…월가도 관심
DRW 돈 윌슨 “선물로 분류해야”…리스크 논쟁 핵심은 거래소 설계

미국 파생상품 시장에서 만기가 없는 크립토 선물 상품인 무기한 선물(perpetual futures)을 둘러싼 규제 논쟁이 뜨겁다. 크립토 거래소 불리시(Bullish Exchange)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지정계약시장(DCM)과 파생상품청산기관(DCO) 등록을 신청했다. 트레이딩회사 DRW의 최고경영자 돈 윌슨(Don Wilson)은 무기한 선물을 일반 선물과 동일하게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기관투자자들의 무기한 선물 수요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지만, 실제 헤지 실무에서는 이미 폭넓게 쓰이고 있다는 반박도 나온다. 해외 거래소 중심으로 성장해온 무기한 선물이 미국 정규 시장에 자리잡을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무기한 선물이란 무엇인가
무기한 선물은 특정 자산의 롱(매수)이나 숏(매도) 포지션에 노출되게 하는 파생상품이지만, 일반 선물과 달리 만기일이 없다. 크립토 자산 가치가 시시각각 크게 움직이고 주말에도 거래가 이어지는 크립토 시장 특성상 이 구조가 특히 유용하다는 평가다.
만기가 없는 대신 무기한 선물은 펀딩(funding) 페이먼트라는 메커니즘으로 가격을 기준 가격에 근접하게 유지한다. 무기한 선물 가격이 기준 가격보다 높으면 롱 포지션 보유자가 숏 포지션 보유자에게 자금을 지급하고, 반대로 가격이 기준가보다 낮으면 숏이 롱에게 지급하는 식이다. 이 구조 덕분에 트레이더는 만기 도래 시 계약을 롤오버하거나 새로 매수할 필요 없이 원하는 만큼 노출을 유지할 수 있다. 다만 레버리지를 동반하는 만큼 빠른 청산 위험도 커진다는 점은 그대로 남는다.

월가의 태도 변화…돈 윌슨의 주장
DRW의 돈 윌슨은 만기일을 없앤 것 자체가 무기한 선물을 다른 표준 파생상품과 질적으로 다르게 만드는 요소는 아니라고 본다. 그는 무기한 선물과 다른 파생상품 모두 기초자산에 대한 노출을 제공하고, 레버리지를 활용하며, 적절한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유사하다고 주장한다. 윌슨은 규제당국이 책임 있는 상품 설계와 무모한 거래 관행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레버리지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적절한 마진 요건과 청산 규칙, 시장 감시가 뒷받침되면 레버리지와 투기에 따른 위험은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기관 수요를 둘러싼 시각도 엇갈린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기관투자자들의 무기한 선물에 대한 관심이 제한적이며, 이를 규제된 선물의 대체재가 아닌 투기적 상품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짚었다. 무기한 선물에는 만기 구조(term structure)가 없고 베이시스 리스크가 있어 완전한 대체재가 되기 어렵다는 점에서는 타당한 지적이다. 그러나 불리시 경영진인 크리스 타이러(Chris Tyrer) 사장과 상품 마케팅을 담당하는 트램 도만(Tram Doman)은 다른 각도를 제시한다. 불리시 플랫폼에서 옵션을 거래하는 많은 기관이 무기한 선물을 대체재가 아니라 옵션의 방향성 노출인 델타(delta)를 헤지하는 용도로 활용하는데, 이는 유동성이 그곳에 몰려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크립토 시장에서 만기가 있는 선물 다수는 거래량이 얇은 반면, 무기한 선물은 비판받는 리테일 자금 유입 덕분에 가장 깊고 지속적으로 거래 가능한 상품이 됐다는 설명이다.
시스템 리스크 논쟁, 계약이 아닌 거래소 설계가 관건
리테일 중심의 고레버리지 상품이 시스템 리스크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는 근거가 없지 않다. 크립토 시장에서 가장 격렬한 디레버리징 사태 중 하나로 꼽히는 2025년 10월 캐스케이드는 매크로 충격, 스테이블코인 디페깅, 거래소 장애, 오라클 오류, 과도한 레버리지, 얇은 유동성 등 다양한 원인이 겹친 사례로 언급된다. 매도세를 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키우는 것은 결국 강제 청산이 가격을 끌어내리고, 공유된 기준가격과 차익거래를 통해 다른 거래소로 전이되며 추가 청산을 유발하는 청산 캐스케이드 메커니즘이다.
불리시 측은 이 캐스케이드를 격렬하게 만드는 것은 조작 가능한 지수로 허위 가격에 청산이 발생하거나, 손실을 메우기 위해 수익 나는 포지션을 강제로 청산하는 오토 딜레버리징 같은 거래소의 설계 선택이라고 짚었다. 두 요소 모두 무기한 선물 계약 자체의 속성은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핵심 질문은 무기한 선물이 규제 시장에 적합한지가 아니라, 개별 거래소가 어떻게 설계됐는지라는 논리다.
불리시가 제시하는 청산 모델은 손실을 흡수하는 순서가 다르다. 먼저 청산 대상자 본인의 마진과 기금 출자분이 첫 손실을 흡수한다. 이후 포지션은 주문서를 통해 정리되거나, 규모가 크면 다른 청산 회원들에게 경매로 넘겨진다. 그 뒤에는 규제된 청산기관 기준에 맞춰 규모를 갖춘 사전 적립 보증기금이 자리하고, 광범위한 손실 분담은 그 이후에나, 드물게만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불리시의 CFTC 등록 신청과 향후 과제
불리시는 CFTC에 지정계약시장(DCM) 지정과 파생상품청산기관(DCO) 등록을 신청한 상태다. 오토 딜레버리징이 손실 보전을 위해 시장가 이탈 가격으로 수익 포지션을 강제 청산하는 방식과 달리, 규제 청산 모델은 부도를 그 발생 지점에서 흡수해 하나의 계좌 파산이 시장 전체 캐스케이드로 번지는 연쇄를 끊는 데 목적이 있다는 것이 불리시 측 주장이다.
시장 성장세도 뚜렷하다. 크립토퀀트(CryptoQuant)가 7월 28일(현지시각)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전통금융(TradFi) 영역의 무기한 선물 거래 규모는 5월 이후 두 배로 늘어 20억 달러를 넘어섰다. 같은 데이터는 바이낸스가 크립토와 TradFi 무기한 선물을 합친 미결제약정(OI)의 약 35%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시장 자체도 변화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 내 대다수 트레이더는 규제된 방식의 크립토 무기한 선물에 접근할 수 없었지만, 유사 무기한형 상품과 진짜 무기한 상품이 각각 2025년과 2026년 미국 시장에서 개발·규제되는 흐름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불리시의 CFTC 등록 결과와 함께 앞으로 미국 규제당국이 무기한 선물을 어떤 틀로 받아들일지가 시장의 다음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