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한국 축구 향해 쓴소리…TV 나와 쏟아낸 '소신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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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교체마다 흔들리는 시스템, 한국 축구의 구조적 문제

박지성이 한국 축구를 향해 뼈 있는 진단을 내놨다. 그는 대표팀의 월드컵 성적보다 더 큰 문제는 감독이 바뀔 때마다 흔들리는 시스템과 장기적인 축구 철학의 부재라고 지적했다.

K-축구 혁신위원회 공동위원장 박지성 / 연합뉴스
K-축구 혁신위원회 공동위원장 박지성 / 연합뉴스

지난 29일 방송된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박지성은 2026 북중미 월드컵을 돌아보며 한국 축구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차분하게 짚었다.

K-축구 혁신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단순히 한 번의 실패를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표팀 운영 방식과 한국 축구의 장기적인 방향성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은 대표팀의 준비 과정이었다. 박지성은 2022 카타르 월드컵과 이번 북중미 월드컵을 비교하며 두 대회의 가장 큰 차이점은 경기력보다 준비 과정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카타르 월드컵 때는 파울루 벤투 감독을 선임한 뒤 긴 시간을 믿고 맡겼다"며 "감독이 자신의 축구 철학을 대표팀에 녹여낼 수 있었고, 결국 결과로도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벤투 감독은 2018년 부임한 뒤 약 4년 넘게 대표팀을 이끌며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긴 기간 대표팀을 지휘한 감독 가운데 한 명이 됐다. 그 과정에서 짧은 성적 부진에도 협회는 큰 틀을 유지했고, 선수단 역시 동일한 전술과 철학 속에서 조직력을 키울 수 있었다. 그 결과 한국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포르투갈을 꺾고 16강 진출에 성공하며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반면 이번 북중미 월드컵은 시작부터 순탄하지 않았다고 박지성은 진단했다. 그는 "과정 자체가 순탄하지 못했다"며 감독 선임을 둘러싼 여러 논란이 대표팀에 대한 신뢰를 흔들었다고 말했다.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박지성 / 유튜브 '디글 클래식 :Diggle Classic'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박지성 / 유튜브 '디글 클래식 :Diggle Classic'

특히 감독 선임 과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 논란이 이어졌던 점을 언급했다. 그는 "협회가 감독 선임 과정에서 공정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고 여러 잡음이 발생했다"며 "그런 상황에서 대표팀이 국민들의 신뢰를 충분히 받지 못한 채 월드컵을 치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서 한국은 조별리그 1승 2패를 기록하며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후 홍명보 감독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대표팀은 다시 새로운 감독 선임 절차에 들어갔다. 박지성은 이러한 반복이 결국 대표팀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라고 바라봤다.

그는 한국 축구와 일본 축구의 격차에 대한 질문에도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최근 일본 축구는 유럽 주요 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층이 크게 두꺼워졌다. 프리미어리그, 분데스리가, 라리가, 세리에A, 리그1 등 유럽 각국 무대에서 뛰는 일본 선수만 100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국가대표 상당수 역시 유럽 리그에서 경험을 쌓고 있다.

박지성은 이러한 성과가 단기간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은 100년을 내다보고 준비한 시스템이 단계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유소년 육성부터 프로리그 운영, 해외 진출 지원까지 하나의 장기 프로젝트로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박지성 / 유튜브 '디글 클래식 :Diggle Classic'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박지성 / 유튜브 '디글 클래식 :Diggle Classic'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박지성 / 유튜브 '디글 클래식 :Diggle Classic'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박지성 / 유튜브 '디글 클래식 :Diggle Classic'

실제로 일본축구협회는 1990년대 초 J리그 출범과 함께 장기 발전 전략을 추진했다. 유소년 육성 시스템을 확대하고 지도자 교육을 체계화했으며, 어린 선수들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는 정책도 이어왔다. 그 결과 지금은 세계 주요 리그에서 활약하는 일본 선수들이 꾸준히 배출되고 있다.

박지성은 한국 역시 뛰어난 선수들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선수 개인의 역량과 별개로 국가대표 운영 철학과 시스템은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는 어떤 축구를 할 것인지, 단계별로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시스템의 지속성을 꼽았다. 박지성은 "감독이 바뀌더라도 큰 틀의 시스템은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정 감독 개인의 스타일에 따라 대표팀 색깔이 매번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협회가 추구하는 축구 철학 위에서 감독이 자신의 색깔을 더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세계 축구 강국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대표팀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스페인과 독일, 프랑스 등은 감독이 교체되더라도 유소년 대표팀부터 성인 대표팀까지 연결되는 공통된 철학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일본 역시 오랜 기간 축적한 시스템을 기반으로 감독이 바뀌어도 큰 방향성은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박지성 / 유튜브 '디글 클래식 :Diggle Classic'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박지성 / 유튜브 '디글 클래식 :Diggle Classic'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박지성 / 유튜브 '디글 클래식 :Diggle Classic'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박지성 / 유튜브 '디글 클래식 :Diggle Classic'

현재 대한축구협회는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이후 대표팀 운영 전반을 재정비하는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가장 큰 과제는 차기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과 기술 철학 재정립이다. 단순히 새 감독을 뽑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표팀 운영 방식과 유소년 육성, 선수 선발 시스템까지 전반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박지성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K-축구 혁신위원회의 역할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혁신위원회는 대표팀 경쟁력 강화와 협회 운영 개선, 유소년 시스템 발전, 지도자 육성 체계 마련 등을 주요 과제로 논의하고 있다. 특히 감독이 바뀌더라도 대표팀의 철학과 운영 방향이 흔들리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대표팀 사령탑 공백 역시 해결해야 할 현안이다. 홍명보 감독이 월드컵 종료 후 자리에서 물러난 가운데 대한축구협회는 차기 감독 선임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다만 이전 감독 선임 과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 논란이 불거졌던 만큼 이번에는 객관적인 기준과 명확한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대표팀 재건과 협회 쇄신이라는 두 과제가 맞물린 가운데, 향후 혁신위원회의 제안과 협회의 후속 조치가 한국 축구의 새로운 방향을 결정할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