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수·김영광 저격?… "직접 안으로 들어와야" 홍명보가 청문회서 남긴 말
작성일
“비판 넘어 현장에서 직접 바꿔야”… 홍명보, 국회서 축구계 개혁 소신 발언
홍명보 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대한축구협회의 학연 및 인맥 중심 문화에 대한 안팎에서의 비판을 인정하면서도 외곽 비판을 넘어 현장에 직접 참여해 축구계를 바꿔나가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지난 30일 국회 본관에서 대한축구협회 현안 관련 청문회를 열고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원인 규명과 함께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절차, 대한축구협회 운영 전반의 문제점 및 정상화 방안 등을 다각도로 점검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최근 축구계를 둘러싼 폐쇄적 구조와 이른바 ‘카르텔’ 논란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질의에 나선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전 국가대표 골키퍼 출신 유튜버 김영광의 “학연·선후배 문화 속에서 많은 문제가 덮여왔다”는 발언과 이천수의 “축구협회를 좌지우지하는 실세 5명을 끌어내야 한다”는 주장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홍 전 감독을 향해 “축구협회 카르텔 구조에 동의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홍 전 감독은 “젊은 선수 출신들과 유튜버들의 발언을 협회가 결코 가볍게 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분들 역시 협회 안팎에서 직·간접적으로 일을 해봤기 때문에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 정확히 알고 있을 것”이라며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면 밖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장에 직접 들어와 노력하고 바꿔나가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홍 전 감독은 현장 지도자들이 겪는 현실적 어려움도 함께 털어놓았다. 그는 “외부에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실제로 가장 힘든 것은 현장에 있는 지도자들”이라며 “현장의 현실을 직접 경험하고 책임감을 바탕으로 변화를 이끌어 내려는 주체가 많아져야만 비로소 협회와 한국 축구의 실질적인 변화가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조 의원이 “한국 축구가 팬들의 사랑에서 불신으로 바뀐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질의하자 홍 전 감독은 “결국 신뢰를 잃을 만한 일을 많이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협회의 개혁과 혁신은 누구 한 사람의 개인적인 힘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으며 모든 축구인이 함께 발을 맞춰야 한다”며 “외부의 쓴소리도 필요하지만 안으로 들어와 현실을 체감하고 책임 있게 개혁을 추진할 때 혁신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과 전격 사퇴 과정
한편 홍 전 감독의 이번 국회 출석은 지난달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탈락의 책임을 지고 대표팀 감독직에서 사퇴한 지 약 한 달 만에 이뤄졌다.

홍 전 감독은 한국의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다음 날인 29일(한국시간) 오전 대표팀 베이스캠프 훈련장이 위치한 멕시코 사포판의 ‘치바스 베르데 바예’에서 긴급 취재진 브리핑을 열고 공식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당시 홍 전 감독은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대표팀 감독이라는 중책을 내려놓는다. 다만 대한민국 축구를 향한 마음까지 내려놓은 것은 아니다. 우리 대표팀이 다시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팀으로 성장하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2024년 7월 8일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공식 선임됐던 홍 전 감독의 계약 기간은 원래 내년 1월 열리는 2027 아시안컵까지였다. 그러나 월드컵 본선 16강 진출 실패라는 고배를 마시면서 약 반년 일찍 감독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번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개최국 멕시코를 비롯해 체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함께 A조에 배정된 한국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으로 조 3위에 그치며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첫 경기였던 체코와의 1차전에서는 2-1 승리를 거두며 기분 좋게 출발했으나 개최국 멕시코와의 2차전에서 0-1로 패했다. 이어 무승부만 거둬도 자력으로 16강에 오를 수 있었던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조별리그 최종 3차전마저 0-1로 패하면서 조 3위로 떨어졌다.
참가국이 48개국으로 확대됨에 따라 각 조 3위 12개 팀 중 상위 8개 팀이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으나 한국은 조 3위 팀 간 성적 비교에서 10위에 머물러 최종 탈락을 확정지었다. 48개국 체제로 치러진 첫 대회에서 한국 축구가 기록한 최종 순위는 34위였다.
잔혹사로 끝난 두 번째 월드컵 도전… 얽히고설킨 8년 잔혹사
이로써 홍 전 감독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대표팀을 이끌고 1무 2패라는 성적으로 성과를 내지 못했던 것에 이어 지휘봉을 잡은 두 번째 월드컵 무대에서도 아쉬운 결과를 남긴 채 조기 사퇴하게 됐다. 한국 축구 역사상 감독으로서 대표팀을 이끌고 본선 무대에 두 차례 출전한 지도자는 홍 감독이 유일하다.
홍 전 감독의 이번 재임 기간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선임 당시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가 다른 외국인 지도자 후보군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홍 전 감독을 내정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불공정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이 과정에서 팬들의 지지를 얻지 못했고 국회 현안 질의에 출석해 선임 절차의 정당성에 대해 추궁받는 등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 예선과 본선을 치러야 했다.
논란 속에서도 대표팀은 3차 최종예선을 6승 4무 무패라는 성적으로 통과하며 본선 티켓을 따냈지만 본선을 앞두고 치른 평가전에서 브라질에 0-5, 코트디부아르에 0-4로 대패하는 등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드러내 감독 경질을 요구하는 비판 여론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본선에서의 성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한국 축구는 2018년 러시아 대회 이후 8년 만에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결과를 안게 됐다. 2010년 남아공 대회와 2022년 카타르 대회에 이어 통산 세 번째이자 2회 연속 원정 16강 진출을 노렸던 대표팀의 도전도 허무하게 끝났다.
선수, 코치, 감독을 통틀어 개인 통산 일곱 번째 월드컵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던 홍 전 감독 역시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씁쓸하게 멕시코를 떠나 국회 청문회장에 서는 것으로 잔혹사의 종지부를 찍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