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아니어도 배달된다…외국인이 한국에서 가장 부러워하는 배달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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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 하나로 음식 선택부터 결제·실시간 위치 확인까지
한강공원 배달존까지 관광 콘텐츠가 된 한국의 일상

한국을 처음 방문한 외국인이 배달 음식을 주문하려고 하면 예상보다 많은 선택지에 먼저 놀라게 된다. 치킨과 피자처럼 해외에서도 익숙한 메뉴뿐 아니라 찌개와 냉면, 족발, 회, 디저트, 커피, 편의점 상품까지 휴대전화로 주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문을 마치면 조리와 배차, 배달 진행 상황이 앱에 표시되고, 음식은 아파트 현관문 앞이나 호텔 로비, 지정된 야외 수령 장소까지 도착한다.

한국인에게는 익숙한 일상이지만 해외 여행객에게는 이 과정 전체가 하나의 문화 체험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한강공원에서 치킨을 배달받아 먹는 장면은 드라마와 예능, 여행 콘텐츠를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서울 여행의 대표적인 이미지 가운데 하나가 됐다. 최근 서울시가 외국인의 배달앱 이용 편의를 높이고 한강 배달 체험을 관광 프로그램과 연결하기 시작한 것도 한국의 배달 문화가 단순한 생활 서비스에서 관광 콘텐츠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배달기사가 오토바이에서 주문한 음식을 꺼내고 있다. / 뉴스1
배달기사가 오토바이에서 주문한 음식을 꺼내고 있다. / 뉴스1

전화 대신 앱으로 완성되는 주문 과정

한국의 배달 문화가 외국인에게 인상적으로 느껴지는 첫 번째 이유는 주문 과정이 앱 안에서 거의 완결된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전화로 가게에 메뉴와 주소를 설명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지금은 음식 종류와 가격, 배달 예상 시간, 할인 혜택, 이용자 평가를 한 화면에서 비교한 뒤 결제까지 진행할 수 있다.

음식의 옵션도 세밀하다. 맵기와 토핑, 음료, 사이드 메뉴를 선택하고 일회용 수저 수령 여부나 문 앞 배달 같은 요청 사항을 표시할 수 있다. 가게가 주문을 접수했는지, 조리를 시작했는지, 배달원이 음식을 전달받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능도 보편화됐다. 배달원이 이동 중일 때는 예상 도착 시간이 계속 갱신되기 때문에 소비자는 음식이 언제 오는지 확인하려고 가게에 반복해서 연락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이용 방식은 한국인의 모바일 소비 구조와도 연결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12월 온라인쇼핑동향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액 가운데 모바일쇼핑이 차지한 비중은 77.4%였으며,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전년 같은 달보다 9.1% 증가했다. 같은 해 3월과 6월에도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각각 전년 동월 대비 14.6%, 12.9% 늘어났다. 음식 배달이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일상적인 모바일 소비로 정착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수치다.

쿠팡 로켓배송 차량이 물류 작업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 뉴스1
쿠팡 로켓배송 차량이 물류 작업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 뉴스1

메뉴보다 놀라운 것은 배달 가능한 장소

한국에서 배달은 집이나 사무실로 음식을 받는 서비스에만 머물지 않는다. 정확한 위치를 전달하고 수령할 공간이 확보된다면 공원과 캠핑장, 숙박시설 등에서도 배달 음식을 이용할 수 있다. 외국인 여행객이 특히 흥미롭게 바라보는 부분도 음식의 종류보다 배달 장소의 유연성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강공원이다. 서울시는 이륜차의 공원 내부 진입으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 뚝섬한강공원과 여의도한강공원에 별도의 배달존을 운영하고 있다. 이용자는 앱에서 배달존을 수령 위치로 지정한 뒤 해당 장소에서 음식을 받아 피크닉 공간으로 이동하면 된다. 여의도와 뚝섬에 마련된 배달존의 위치는 서울시 한강공원 홈페이지에서도 공식적으로 안내된다.

이 시스템은 한강 피크닉의 모습을 바꿨다. 돗자리와 음료만 준비한 뒤 치킨이나 피자, 떡볶이 같은 음식을 현장에서 주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역시 뚝섬한강공원을 소개하면서 배달앱으로 주문한 음식을 배달존에서 받을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택배기사가 배송 차량에서 물품을 운반하고 있다. / 뉴스1
택배기사가 배송 차량에서 물품을 운반하고 있다. / 뉴스1

해외에서는 공원에 있는 사람의 위치를 배달원이 찾아가는 방식이 흔하지 않거나, 특정 장소에서 외부 음식 배달을 제한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서울에서는 수령 장소를 별도로 정비하고 안내 체계를 마련해 야외 배달을 하나의 이용 방식으로 관리한다. 외국인들이 한국의 배달을 단순히 빠른 서비스가 아니라 도시 생활에 맞춰 정교하게 설계된 시스템으로 바라보는 이유다.

치킨만 오는 것이 아니다

한국 배달 문화에 대한 해외의 이미지는 오랫동안 치킨과 짜장면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실제로 치킨은 한국의 대표적인 배달 음식이며, 배달앱의 확산으로 주문 과정이 더욱 편리해졌다. 정부 공식 문화 안내에서도 배달앱이 치킨 배달의 접근성을 높였다고 소개한다.

그러나 현재 배달앱에서 주문할 수 있는 범위는 훨씬 넓다. 한식당의 찌개와 국밥, 고깃집 메뉴, 분식, 회와 초밥, 베이커리 제품, 카페 음료, 빙수와 아이스크림까지 배달 대상이 됐다. 음식점뿐 아니라 일부 편의점과 슈퍼마켓도 앱을 통해 생필품과 간편식을 판매한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는 외출하기 어려운 날 필요한 한 끼를 주문하는 것과 손님을 위한 여러 메뉴를 한꺼번에 준비하는 일이 같은 플랫폼 안에서 가능하다. 소비자는 배달 가능 지역과 최소주문금액, 배달비, 예상 소요 시간을 비교해 상황에 맞는 가게를 선택할 수 있다. 외국인에게는 식당 음식을 집에서 먹는다는 사실보다 외식 메뉴 대부분이 배달 가능한 상품으로 전환돼 있다는 점이 더 큰 문화적 차이로 다가올 수 있다.

통계청의 2023년 서비스업 조사에서는 음식·주점업 사업체 가운데 배달 판매를 하는 비중이 33.2%로 집계됐다. 모든 음식점이 배달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 외식업체가 매장 영업과 배달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는 의미다.

음식 배달에 사용되는 보냉 가방이 길가에 쌓여 있다. / 뉴스1
음식 배달에 사용되는 보냉 가방이 길가에 쌓여 있다. / 뉴스1

문을 열지 않고도 받을 수 있는 비대면 배달

한국 아파트와 오피스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 앞 배달도 외국인이 관심을 보이는 부분이다. 이용자는 요청사항에 공동현관 출입 방법이나 수령 위치를 입력하고, 배달원이 음식을 내려놓은 뒤 촬영한 사진이나 완료 알림을 확인한다. 소비자와 배달원이 직접 만나 현금을 주고받던 방식에서 모바일 선결제와 비대면 전달 중심으로 변화한 것이다.

이 방식은 배달 시간에 맞춰 현관 앞에서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업무 중이거나 아이를 돌보는 상황, 늦은 밤처럼 대면 수령이 불편할 때도 음식이 도착한 뒤 원하는 시점에 가져올 수 있다. 다만 공동주택의 출입 규칙과 보안 방식은 건물마다 다르며, 배달원이 세대 앞까지 들어갈 수 없는 곳에서는 공동현관이나 로비에서 직접 받아야 한다.

한국의 배달 문화를 소개할 때 모든 주문이 매우 짧은 시간 안에 도착한다고 단정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배달 시간은 날씨와 주문량, 거리, 음식의 조리시간, 지역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그럼에도 앱에서 예상 시간을 확인하고 주문 상태를 추적하며 비대면 수령까지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은 한국 배달 시스템의 중요한 특징이다.

폭설 속에서 배달기사가 오토바이로 이동하고 있다. / 뉴스1
폭설 속에서 배달기사가 오토바이로 이동하고 있다. / 뉴스1

외국인에게는 편리하지 않았던 한국 배달앱

한국의 배달 문화가 외국인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과 실제로 외국인이 앱을 사용하기 쉬웠는지는 별개의 문제였다. 국내 휴대전화 번호 인증과 한국 발급 결제수단, 한글 중심의 메뉴와 주소 입력 방식은 단기 여행자에게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했다. 한국인 친구나 호텔 직원에게 주문을 부탁하거나 외국인 대상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례가 나타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불편을 줄이려는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국내 휴대전화 번호가 없는 이용자도 해외 전화번호로 인증해 비회원 주문을 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했으며, 해외 발급 신용카드와 일부 해외 간편결제 수단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는 2026년 한강 야간관광 행사와 연계해 배달존에 외국어 안내물을 설치하고, 외국어 홈페이지와 서울관광재단 채널을 통해 앱 사용법과 수령 장소를 안내하기로 했다.

이는 외국인이 한국 배달 문화를 ‘보기만 하는 콘텐츠’에서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관광 상품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한강에서 음식을 주문하거나 숙소에서 야식을 시켜 먹는 경험이 관광객의 소비를 주변 음식점과 지역 상권으로 연결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편리함 뒤에는 배달비와 포장 폐기물 문제도 있다

한국의 배달 문화를 장점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이용자가 부담하는 배달비와 음식 가격의 차이, 가게가 플랫폼에 지급하는 수수료와 광고비는 지속적으로 논쟁이 되는 문제다. 플랫폼별 할인과 멤버십, 무료배달 정책이 확대되면서 소비자의 체감 비용은 달라졌지만, 비용이 음식점과 배달원, 플랫폼 사이에서 어떻게 분담되는지는 단순하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배달앱의 이용약관을 시정한 사례도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진 현실을 보여준다. 공정위는 쿠팡이츠가 2024년 12월 기준 약 1500만 명의 와우회원을 기반으로 배달앱 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입점업체에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는 일부 조항을 시정하도록 했다.

일회용 포장용기의 증가도 배달 시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한국소비자원은 배달음식 시장 확대와 함께 플라스틱 배달용기 사용이 급증했다고 지적하고, 조사 대상 용기의 재활용 가능 여부와 표시 실태를 분석했다. 다양한 재질이 결합된 용기와 음식물이 묻은 포장재는 실제 분리배출 과정에서 재활용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배달은 편리한 생활 방식인 동시에 소비자가 배달비와 최소주문금액, 포장재 사용량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서비스다. 최근에는 다회용기 주문과 포장 최소화 옵션을 도입하는 지자체와 업체도 있지만 이용 가능 지역과 참여 매장이 제한적이므로 주문 전에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한국 배달 문화가 부러운 진짜 이유

외국인이 한국의 배달 문화에서 흥미를 느끼는 지점은 단순히 음식이 빠르게 도착한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모바일에서 수많은 메뉴를 비교하고 결제한 뒤 진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 집뿐 아니라 관리된 야외 배달존에서도 음식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늦은 시간에도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한다는 점이 하나의 생활 시스템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 문화는 한국의 높은 모바일 이용률과 촘촘한 외식업 구조, 아파트 중심의 주거 형태, 플랫폼 경쟁, 배달 노동이 결합해 만들어진 결과다. 앱 화면에서 주문 버튼을 한 번 누르는 행동은 간단해 보이지만, 그 뒤에는 음식을 만드는 가게와 주문을 연결하는 플랫폼, 주소를 찾아 이동하는 배달원, 공동주택과 공원의 수령 체계가 함께 움직인다.

한국인에게 배달은 바쁜 날 식사를 해결하는 익숙한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외국인 여행객에게는 한강공원에서 치킨을 받고, 숙소에서 늦은 밤 떡볶이를 주문하며, 앱으로 배달원의 이동을 확인하는 과정 자체가 한국의 도시 생활을 체험하는 시간이 된다. 평범한 저녁 식사 한 번이 여행 콘텐츠로 바뀌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