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논란 속에도 2028년 IPO 로드맵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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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 2028년 IPO 목표 3단계 로드맵 공개…나스닥 대신 코스닥 우선 검토
620,000비트코인 오류·CEO 뇌물 의혹 딛고 지배구조 전면 개편

한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2028년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한 3단계 로드맵을 월요일(현지시각) 공개했다. 국내외 증권사, 법무법인, 회계법인과 함께 상장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나스닥 상장이 검토된다는 관측이 나왔으나 이후 국내 코스닥 상장을 먼저 추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번 로드맵은 올해 2월 620,000비트코인 규모의 크레딧 오류와 대표 뇌물 의혹 등 잇따른 논란 속에 나와 신뢰 회복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빗썸은 일정이 시장 상황과 금융당국 심사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3단계 로드맵…2026년 내부통제, 2027년 예비심사, 2028년 상장
빗썸이 제시한 로드맵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뉜다. 올해 안에 위험관리 체계 점검을 마치고 국내 회계기준에서 국제회계기준인 K-IFRS로 전환하는 작업을 완료한다. 이후 2027년 예비상장 심사를 청구하고 2028년 실제 IPO를 추진하는 순서다.
빗썸은 상장 전 이해관계 충돌 소지를 줄이기 위해 사업부문별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차원에서 빗썸어셋(Bithumb Asset)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했다고 밝혔다. 준법감시 체계도 기관금융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정기적으로 재무 현황과 자체 보유 가상자산 내역을 공시하겠다고 약속했다. 빗썸은 국내 5대 원화 거래소 중 하나로 KB국민은행과 제휴해 실명계좌 기반 원화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삼정KPMG를 2027년 말까지 자문사로 선임해 상장 준비를 돕도록 했다.

620,000비트코인 오류부터 CEO 뇌물 의혹까지
로드맵 발표 배경에는 올해 들어 빗썸을 둘러싼 잇따른 사고와 규제 리스크가 있다. 올해 2월 프로모션 과정에서 620,000원 상당의 현금 리워드를 지급해야 했으나 직원 실수로 이용자 계정에 620,000비트코인(당시 시가 약 430억 달러 규모)이 잘못 적립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빗썸은 잘못 적립된 금액의 99.7%를 회수했지만 계정이 동결되기 전 이용자들이 이미 약 1,788비트코인을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원 대표는 2월 11일 국회 청문회에서 예정된 지급액과 실제 보유량을 대조하는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프로모션 지급액이 별도 계좌에 미리 확보돼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사고를 계기로 금융감독원이 빗썸의 내부통제와 위험관리 체계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빗썸은 이 밖에도 올해 3월 자금세탁방지·고객확인 의무 위반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2,450만 달러 규모의 과징금과 6개월 영업 일부정지 명령을 받았다. 빗썸이 이의를 제기하자 법원은 4월 해당 명령의 집행을 정지시켰다. 6월에는 국회의원 자녀 채용 특혜 의혹으로 이재원 대표가 뇌물 혐의 피의자로 입건됐고, 경찰은 2월과 6월 두 차례 빗썸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빗썸의 주요 주주인 비덴트(Vidente)와 이를 간접 지배하는 버킷스튜디오(Bucket Studio) 역시 감사 문제 등으로 2023년 3월부터 주식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버킷스튜디오는 올해 6월 전직 경찰 간부를 상근감사로 선임했고, 비덴트는 전직 국세청 관계자를 같은 자리에 앉힐 계획이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두 사람의 이전 직무와 새 역할 간 밀접한 관련이 없다고 판단해 채용을 승인했다.
CFO 정상균은 올해 3월 회계정책과 내부 지배구조를 먼저 개선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빗썸은 앞서 2025년 상장을 목표로 했다가 이 같은 이유로 일정을 뒤로 미룬 전례가 있다.
실적은 성장세, 그러나 경쟁은 격화
빗썸은 재무적으로는 비교적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5년 매출은 6,513억원(약 4억3,000만~4억5,000만 달러)으로 전년 대비 31.2% 늘었다. 영업이익은 22.3% 증가한 1,635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보유 가상자산의 평가손실로 순이익은 줄었다.
빗썸은 주 거래은행을 KB국민은행으로 바꾼 이후 2025년 한 해 동안 신규 이용자 174만 명을 늘렸고 시장 점유율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올해 들어 경쟁 구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국내 5대 원화 거래소의 합산 거래량은 2026년 상반기 들어 54.6% 줄었고 빗썸의 점유율도 한때 약 30.7%에서 약 27%로 낮아졌다. 업비트가 여전히 거래를 주도하고 있다.
경쟁사들의 움직임도 빗썸을 압박한다. 미래에셋컨설팅(Mirae Asset Consulting)은 7월 23일 경쟁 거래소 코빗(Korbit)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Dunamu)는 규제 및 주주 승인을 조건으로 네이버파이낸셜(Naver Financial)의 완전자회사로 편입되는 주식교환 거래를 추진하고 있다. 두나무 역시 자체 상장 계획을 이어가고 있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중 어느 곳이 먼저 증시에 데뷔하느냐가 업계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27년 세금 시행 앞두고 갈 길 먼 상장 준비
빗썸의 상장 일정은 이제 새로운 목표일을 제시하는 것보다 구체적 이행 과제를 완수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K-IFRS 전환, 금융감독원 심사 진행 상황, 2027년 예비상장 심사 청구 여부가 2028년 상장이 실현될지를 가늠할 핵심 지표가 될 전망이다.
한국 정부는 앞서 가상자산 양도소득에 대해 연 250만원을 넘는 수익에 최고 22%를 부과하는 과세를 2027년 1월 1일부터 시행하겠다고 재확인한 상태다. 이 같은 새 세제와 추가 입법 움직임도 빗썸이 상장 전까지 대응해야 할 변수로 꼽힌다.
빗썸은 상장 계획을 미룬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 일정도 바뀔 수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이번에는 규제당국의 감시가 한층 강화된 상황에서 모든 단계를 밟아나가야 해 일정 지연이나 운영상 실수를 낼 여지가 훨씬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